"가난하게 사는 거 창피하지 않아요 엄마!"

1080과 7.4-.

무엇을 뜻하는 숫자일까? 역대 올림픽 체조 종목에서 본 적이 없는 기술을 표현한 숫자다. 난도(難度) 7.4에 1080도 공중회전. 이른바 ‘양1’이다. 누구도 시도해 보지 않은 ‘원천기술’에 세계 체조계는 그의 성(姓)을 따 ‘양1’이라는 특허를 부여했다. 물론 ‘양2’를 기대하면서다.

양학선(20·한국체대·키 159㎝)은 ‘온리 원(Only One)’을 추구했다. 남들이 다 하는 기술로는 높은 세계 체조 벽을 넘을 수 없었다. 작년 7월 코리아컵 국제 체조대회에서 그는 불가능하다는 이 기술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YANGHAKSEON’, 즉 ‘양1’은 이때 명명됐다.

그로부터 1년여 뒤 런던올림픽에 그는 ‘양1’을 들고 나왔다. 성공률은 반반 정도. 100m를 8초대에 달리는 빠른 주력과 폭발적인 구름판 딛기, 높은 도약, 번개 같은 3바퀴 회전과 착지. 모든 기술은 순식간에 펼쳐졌다. 착지가 약간 불안했지만 심판들은 유일한 난도 7.4 기술인 ‘온리 원’의 독창성에 16.466점이라는 1차 시기 최고 점수를 줬다.

‘양1’으로 기선을 제압한 그는 2차 시기에서 난도 7.0의 ‘스카라’ 계열 트리플 연기를 완벽하게 해내 또다시 최고 점수인 16.600점을 받았다. 합계 1위. 금메달이었다. 스티브 버처 국제체조연맹 심판위원은 경기 후 “스카라 트리플은 많은 선수들이 하는 기술이지만 양처럼 완벽하게 해낸 경우는 처음 봤다”고 극찬했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양학선은 왜 시상대에서 울지 않았을까. 대부분의 선수들은 애국가가 울리면 눈가를 적신다. 지옥 같았던 훈련 과정과 어려운 가정환경 등 역경이 한순간에 이성을 무장해제시키기 때문이다.

가정형편이라면 그만큼 어려운 선수도 드물다. 그는 하루 4만원인 훈련비를 꼬박꼬박 모아 월 80만원씩 고향 부모집으로 부쳤다. 그의 부모는 전북 고창군 공음면 석교리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있다. 밭 위에 지은 거처는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가마솥 같았다는 언론의 보도가 잇따랐다. 비닐하우스 안쪽 한 켠 아들방은 그동안 따온 메달과 상장으로 꾸며졌다고 한다.

부모는 늘 아들에게 미안했다. 어머니 기숙향 씨(43)는 “우리가 이렇게 초라하게 사는 거 아들한테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들이 하나도 창피하지 않다고 해요. 오히려 저더러 인터뷰를 많이 하라고 하데요”라며 아들을 자랑스러워했다.

양학선이 자란 곳은 광주광역시 서구 양3동의 달동네. 일곱 살 때 원래 살던 동네가 개발돼 오갈 데 없어지자 빈집에 들어가서 그냥 살았다. 마을 통장이 그렇게 해도 된다고 했다고. 광주체중과 체고에 다닐 때 양학선이 가난한 것을 안 오상봉 감독은 그를 먹이고 재웠다.금메달을 딴 이후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후원이 답지하고 있다. 아파트를 준다는 기업도 생겼고, 후원금을 지원하겠다는 기업과 단체가 줄을 잇고 있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이제서야 조금 실감납니다”고 말하는 양학선. ‘도마의 신’이 된 비닐하우스 소년 양학선. 그는 우리의 영웅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