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한국 무역흑자는 착시현상?…車떼고 中빼면 '적자'
우리나라에 드리운 유럽발 위기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무역수지는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지만 수출이 늘어서라기보다 수입이 줄어든 결과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달 유럽연합(EU)지역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0.7% 급감했다. 이에 따라 대표적 수출효자 품목인 자동차 전체 수출도 2009년 11월 이후 31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관세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6월 무역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472억달러, 수입은 5.5% 감소한 423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은 4개월 만에 감소세에서 벗어났지만 수입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자동차-전자제품 수출 급감


6월 무역수지는 49억1000만달러 흑자로 5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월 기준으로 20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하지만 수출이 늘어나기보다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한 데 따른 ‘불황형 흑자’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처음으로 원자재 자본재 소비재 수입이 동시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기준으로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6% 늘어난 2752억달러, 수입은 2.4% 증가한 2646억달러로 106억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30.0% 줄어들었다. 자유무역협정(FTA) 효과 등으로 미국에 대한 수출이 10.2% 늘어난 반면 유럽지역 수출은 16.1%나 감소했고 중국 수출도 1.5% 줄었다.

하반기 수출 전망도 상반기에 비해 밝지 않다. 자동차 등 주력품목들의 수출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0.8% 감소한 40억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재정·금융위기의 진앙지인 유럽지역의 수출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까지 급증세를 보였던 EU 자동차 수출은 4월부터 마이너스로 전환, 계속 부진한 흐름을 보여왔다. 미국 수출도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자동차 수출증가율도 3월 26.6%에서 4월 12.9%, 5월 3.2% 등으로 계속 둔화돼 왔다. 또 가전제품은 9개월째 수출이 줄어들고 있고 무선통신기기도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Focus] 한국 무역흑자는 착시현상?…車떼고 中빼면 '적자'

#中·EU 수출 4개월째 감소

지역별로는 4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과 EU시장도 심상찮은 분위기다. 특히 EU 지역 최대 교역국인 독일에 대한 수출이 13.2% 줄어든 것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그리스 등 유럽 20개국의 수출이 모조리 감소했다. 일본 수출이 최근 두 달 연속 증가했지만 다른 주요 시장의 감소세를 떠받치기엔 역부족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역수지가 특정 품목(자동차), 특정 국가(중국)에 의해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상반기 무역수지 흑자의 착시현상’이라는 보고서에서 5월까지 호조를 보였던 자동차를 제외할 경우 상반기 무역수지는 212억달러 적자라고 분석했다. 국가별로는 중국 의존도가 높아 중국(홍콩 포함)을 제외한 무역수지는 378억달러 적자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에 따라 향후 두 분야에서 수출이 부진할 경우 무역수지가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최성근 선임연구원은 “자동차를 제외한 조선 정보기술(IT) 등의 무역수지 악화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착시효과를 감안한 정확한 수출 경기 판단과 무역수지 개선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성장률 전망치 3%로 하향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0%로 대폭 끌어내렸다. 유럽과 중국 쪽 수출 둔화와 소비 및 투자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전날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금융통화위원회가 “경기침체에 대비한 선제적 결정이었다”고 설명한 것도 이 같은 경기판단을 근거로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올해 경기흐름으로 예측됐던 ‘상저하고(上低下高)’는 ‘상저하저’로 방향을 틀 것이 확실시된다. 한은이 수정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3.3%)와 국제통화기금(IMF·3.25%)보다도 낮은 것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을 제외하면 국내 기관 중에는 LG경제연구원(3.0%)과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을 제시했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하고 설비투자는 5.8%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4월 전망치에 비해 각각 0.6%포인트, 0.4%포인트 내린 것이다. 수출도 주요국 경기 부진으로 종전 전망(4.8%)보다 낮은 4.4%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상·하반기를 나누면 상반기 2.7%(전년 동기 대비), 하반기 3.2% 성장을 예상했다.

임원기/서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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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도 '비상' … 2분기 성장률 3년만에 7%대로

[Focus] 한국 무역흑자는 착시현상?…車떼고 中빼면 '적자'
중국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다고 국가통계국이 지난 13일 발표했다. 중국의 분기 GDP 증가율이 8%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09년 2분기 이후 3년 만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4분기 9.8%를 기록한 이후 6분기 연속 둔화됐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가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면서 수출이 줄고 내수와 투자가 위축되는 상황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롄핑(連平) 자오퉁(交通)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채무위기 여파로 해외 수요가 약해진 데다 국내적으로 부동산 침체, 제조업 경기 악화, 기업 이익 감소 등이 겹치면서 경기가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2분기 바닥을 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금리인하로 지난 6월 은행들의 신규 대출은 9200억위안으로 전월의 7930억위안보다 크게 늘었다. 장즈웨이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은행의 대출 증가 수치는 유동성 완화정책이 실제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3분기에는 GDP 증가율이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엄포에도 불구하고 2월 이후 신규주택 판매량이 증가했다. 6월에는 소폭이지만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는 2011년 9월 이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지급준비율과 금리가 추가로 인하되고 감세 등의 조치가 나와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한진 KOTRA 베이징무역관 부관장은 “중국 정부가 통화정책 완화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준율 인하가 예상보다 빨리 단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