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올림피아드 사상 첫 종합 1위
“만점이 나오지 않아 좀 아쉽긴 하지만 우리나라가 우승했으니 만족해요. 내년에 다시 도전해야죠.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고 싶어요.”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한국의 사상 최초 우승을 이끈 열다섯 살 김동률 군(서울과학고 1학년)의 소감이다. 김군은 지난 16일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에서 막을 내린 제53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42점 만점에 40점을 받아 전체 548명 중 2위에 올랐다. 중학교를 조기 졸업한 김군은 중학교 3학년 나이에 불과하다.
이번 대회에서 모두 정답을 맞혔지만 애매한 채점 기준 때문에 싱가포르 학생에게 1등을 내줬다. 한국 대표단을 이끈 송용진 단장(인하대 수학과 교수)은 “김군이 완벽한 답안을 작성해 1등을 할 수 있었지만 계산한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기존에 없던 기준이 적용돼 2점이 깎였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군이 아쉽게 개인 1등 자리를 놓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참가 학생 6명이 모두 금메달(상위 16% 성적 이상)을 따내는 성과를 거두며 총점 209점으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가 물리, 화학, 정보 등 다른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서 우승한 적은 있지만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종합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6년과 2007년 3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고 지난해에는 13위에 그쳤다. 이번 대회에서 장재원 군(서울과학고 3학년)이 38점으로 전체 4위, 문한울(세종과학고 2학년), 박성진 군(서울과학고 2학년)이 각각 9위(36점), 15위(34점)로 참가자 대다수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덕분이다.
김군의 어머니는 “일곱 살 때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다 지하층이 있는 것을 보고 스스로 절댓값의 개념을 깨우칠 만큼 수학 재능이 뛰어났다”며 “선행학습이 아이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놀이를 통해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장군은 어린 시절 금융공학 전공자인 아버지가 내주는 어려운 수학 문제에 매달리기도 했다.
대회 후 열린 축하연에서 기자의 전화를 받은 김군은 “부모님과 함께 학습 방향과 계획을 짜며 스스로 해결 능력을 키웠던 게 좋은 효과를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학 분야 노벨상인 필즈상을 따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 비교 연구(TIMSS)’에서 한국 중학교 2학년들은 1995년 이후 줄곧 2~3위를 유지하고 있다.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 세계 만 15세 학생 47만명을 대상으로 한 ‘학업성취도 국제 비교 연구(PISA)’에서 한국은 수학에서 OECD 회원국 34개국 중 1위였다.
김태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