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절벽'과 ISM지수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3일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 문제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또 올해와 내년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0%, 2.3%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4월 예상치보다 각각 0.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한편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6월 제조업지수는 전달의 53.5에서 49.7로 하락했다. - 7월 4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세계경제의 또다른 암초 미국의 재정긴축
☞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하던 미국 경제가 또다시 암초에 부딪쳤다. 경기가 침체에 빠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도 떨어져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돈을 무차별적으로 풀고 있는데도 효과는 미미하며, 정부가 투입할 수 있는 자금도 재정적자로 인해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IMF는 물론 Fed, 미 의회예산국(CBO)이 일제히 ‘재정절벽(fiscal cliff)’을 경고하고 나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벤 버냉키 Fed 의장은 최근 “내년 초 ‘재정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는 경기회복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BO도 지난 6월 “재정절벽 효과로 내년 상반기 중 미국 경제가 다시 경기침체에 진입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재정절벽’이란 정부의 재정지출이 갑자기 줄거나 중단돼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을 의미한다.

왜 미국에서 재정절벽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일까? 무엇보다 미국의 나랏빚이 이미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불어나 더이상 빚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2009년 1조4130억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른 데 이어 2010년 1조2935억달러, 2011년 1조2990억달러로 천문학적인 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론 8.7%(2011년 회계연도 기준)에 달한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비용 지출이 많은 데다 사회보장비 급증, 세수 감소와 경기부양 자금 지출 증가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이처럼 매년 빚을 내 나라살림을 꾸려온 결과 누적 국가부채는 14조9180억달러(2011년 기준)로 GDP의 99.7%다. 요즘 재정위기가 한창인 스페인의 국가부채가 GDP의 72.1%(2012년 3월 말 기준)이니 이미 위험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국채 등을 발행해 무한정 돈을 빌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빚을 내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 의회는 정부가 꿀 수 있는 빚을 최대 15조1940억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2007년 9월 이전만 해도 미 의회가 승인한 정부의 채무한도는 9조8150억달러였다. 하지만 빚을 내지 않고선 살림을 꾸려나갈 수 없게 되자 매년 8000억~1조9000억달러씩 한도를 늘려왔다. 지난해만도 8월에 4000억달러, 9월에 5000억달러의 한도 증액이 이뤄졌다. 만약 의회가 이 한도를 늘려주지 않는다면 공무원들에게 줄 월급도 없어 정부로선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겨우겨우 연명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여기에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달 7일 미국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내년에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피치는 지난해 11월 재정 감축을 위해 구성된 미 의회 특별위원회(슈퍼위원회)가 최소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자 미국의 신용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린 바 있다. 앞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해 8월 AAA(트리플A)였던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사상 최초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특별위원회가 재정적자 감축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2013년부터 이전에 마련된 적자감축안이 자동 작동하게 돼 10년간 재정적자를 1조2000억달러 줄여야 한다. 이래저래 미국 정부로선 경기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잃고 무장해제되는 것이다.

CBO는 재정절벽이 현실화될 경우 내년 상반기 중 미국 성장률이 -1.3%(연율 기준) 뒷걸음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우울한 전망이 현실화될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6월 ISM 제조업지수는 전달의 53.5에서 49.7로 하락했다.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인 50선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의 제조업황이 3년 만에 침체 국면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세계경제의 또다른 암초 미국의 재정긴축
ISM 제조업지수는 미 공급관리협회(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가 제조업체의 구매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종합해 산출한 지수다. 유럽이나 한국, 중국 등에서 발표되는 PMI(구매관리자지수)와 같은 성격의 지표다. ISM은 비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비제조업(서비스업)지수도 발표하는데 두 지수 모두 50을 초과하면 경기 확장을,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재정적자 위기가 한창인 유럽에 이어 미국마저 비틀거리고 있다. 그동안 세계경제를 이끌어온 중국 인도 브라질 등 브릭스 국가의 경기도 좋지 않다. 이래저래 세계경제가 탈출구를 찾기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듯하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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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주식을 공개적으로 사들이는 공개매수

공개매수와 자진 상장폐지

한라공조 지분 70%를 가진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비스티온이 개인 등이 보유한 주식 30%를 전량 공개매수한다. 매수 가격은 주당 2만8500원으로 4일 종가(2만4950원)보다 14.2% 높다. 비스티온은 한라공조 지분 100%를 확보한 뒤 상장을 폐지할 계획이다. - 7월 5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세계경제의 또다른 암초 미국의 재정긴축
☞ ‘공개매수’란 말 그대로 공개적으로 증권시장 밖에서 특정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공개매수의 목적은 특정 기업의 경영권을 획득(인수·합병)하거나 지분율을 높여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또는 상장폐지를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어로는 ‘take over bid(TOB)’ 또는 ‘tender offer’라고 한다.

공개매수를 하려면 사전에 대상 주식의 매입기간, 매입가격, 수량 등을 미리 감독당국에 신고하고 신고한 내용을 광고 등을 통해 알려야 한다. 주식 매입은 공개매수 공고 이후부터 가능하다. 매입가격은 대체로 해당 주식의 현 주가에 일정한 프리미엄을 붙이는 수준에서 결정된다. 현 주가보다 높아야 해당 주식을 가진 주주들이 팔려는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주가보다 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사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으나 단기간에 목표한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수에 응하는 주주들이 많으면 공개매수가 성공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실패할 수도 있다.

공개매수는 대상회사 경영진이나 주주들의 대응 태도에 따라 △우호적 △적대적 △중립적 공개매수로 구분된다. 우호적 공개매수는 대상 회사 경영진이 공개매수에 동의해 다른 주주에게도 공개매수에 응할 것을 권유하는 경우이며, 적대적 공개매수는 대상 회사 경영진이 공개매수에 반대해 다른 주주에게 공개매수에 응하지 말 것을 권유하는 경우다. 중립적 공개매수는 대상 회사 경영진이 공개매수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의 조언이나 권유를 하지 않는 경우다. .

공개매수는 해당 기업 경영진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가령 A기업이 경쟁사인 B기업 주식 100만주를 현 주가(4만5000원)에 10%의 프리미엄을 붙인 주당 4만9500원에 공개매수해 25%의 지분율을 확보, 적대적으로 경영권을 탈취하려 한다고 하자. 이때 B기업의 경영진은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 A기업이 제안한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은 5만2000원에 공개매수를 선언할 수도 있다.비스티온이 한라공조를 사들이는 건 경영간섭을 받지 않고 경영을 보다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을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거래하게 되면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동시에 공시의무 등 투자자보호를 위한 여러 의무를 져야 한다. 그래서 몇몇 기업들은 증시에서 매매되는 주식을 공개매수를 통해 전부 사들인 이후 상장을 자진해 폐지하는 사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