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제주도 남쪽에서 일본 오키나와까지 뻗은 대륙붕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유엔에 요구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한·중·일 3국간 대륙붕 쟁탈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한국이 유엔에 권리인정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현재 한중일 3국은 한반도에서 오키나와 해구(海溝·해저골짜기)까지 뻗어 있는 대륙붕을 놓고 서로 이합집산하면서 이 지역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7광구는 무엇인가?

한·중·일 3국의 해양영토 갈등의 핵심으로 떠오른 곳은 제주도 남쪽의 한·일 공동개발구역(JDZ) 내 수역이다. 대륙붕 7광구로도 불린다. 면적은 약 8만4000㎢로 남한 육지면적과 비슷하다. 한국은 한반도에서 뻗어나간 대륙붕이 오키나와 해구까지 연장돼 있다는 이유로 이곳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세 나라가 주장하는 경계선이 서로 겹쳐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지역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곳에 3국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경제적 가치 때문이다. 2005년 우드로윌슨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우드로윌슨 연구소는 7광구가 위치한 동중국해를 ‘아시아의 걸프만’이라고 평가했다.

동중국해 전체에 매장된 천연가스 매장 추정량은 약 175조~210조입방피트로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매장량의 약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유 매장량은 미국 전체 매장량의 4.5배인 1000억배럴에 이른다. 약 10조달러어치다. 경제적 가치 때문에 3국은 서로 짝을 지어 협력했다가도 다른나라와 손잡기를 반복하고 있다.

협력을 처음 시작한 것은 한국과 일본이다. 양국은 1974년 한·일 간 대륙붕 공동개발을 위한 ‘한일 대륙붕 협정’을 체결했다. 이어 1982년 양국은 배타적 경제수역(EEZ) 개념을 담은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에 공동으로 가입하면서 협력을 이어갔다. 하지만 일본은 한일 공동개발구역 개발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일 양국의 협력관계에 금이 간 것은 일본이 중국과 손을 잡으면서부터다. 일본과 중국은 2008년 7광구를 포함한 동중국해에 중·일 공동개발구역을 설정했다. 이에 한국은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단독으로 대륙붕이 오키나와까지 뻗어 있다는 내용의 정식문서를 제출하기로 한 것이다.

[Global Issue] 대륙붕 '7광구' 쟁탈전…한국 영유권 주장에 日 반발

#중국과 협력 가능할까?

관심은 향후 논의 과정에서 한국이 이 지역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쏠린다. 한·중 간 전략적 협력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동중국해 대륙붕 경계에 대한 3국의 주장을 고려할 때 한국과 중국이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자국의 공식 입장을 담은 정식 문서를 제출하고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물밑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이해충돌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이 오키나와 해구를 바라보는 양국의 입장이 같다는 점에서 협력 가능성은 높아진다. 한·중 양국은 2009년 5월12일 CLCS에 예비정보 문서를 동시에 제출했다. 자국의 대륙붕이 오키나와 해구까지 뻗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일본이 오키나와 해구까지의 대륙붕에 대한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중첩된 대륙붕에 대해 중간선을 긋는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LCS의 독특한 갈등해결구조도 한·중 간의 협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CLCS는 특정 국가에서 대륙붕이 연장됐는지를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심사하는 위원회다. 특정 주장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제기될 경우 심사를 하지 않고 분쟁 대상국들의 협상을 통해 이견을 해소토록 하고 있다. 이 경우 한·중 양국은 공동의 이해관계를 깔고 있기 때문에 양국 간 이견 및 3국 간 경계 문제에 대해 협의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류웨이민(劉爲民) 중국 외교부 부대변인은 “동중국해 분쟁을 당사국과 담판을 통해 타당한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국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중국 일본 양국이 공동개발에 나서고 우리나라가 소외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의 최근 입장은 한국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중 간 외교채널을 통해 동중국해 대륙붕 문제를 놓고 실무적인 수준에서의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중국이 한국 정부와 CLCS에 정식 문서를 제출하는 시기를 조율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정부가 정식문서 제출 시기를 ‘이르면 이달 중’에서 ‘금년 중’로 조정한 것이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반면 중국이 실제 CLCS에 정식문서를 제출하고 한국과 물밑 협력을 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예비정보 문서를 냈다는 점에서 정식문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높긴하지만 분쟁 당사국 간 합의가 안 되면 CLCS 심사도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국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미제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은 한국이 CLCS에 공식문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지자 즉각 반발했다. 일본의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은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의 규칙상 경계구획에 문제가 있는 해역과 관련된 권리를 인정해달라는 신청은 관계국 동의가 없으면 심사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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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등 유용한 광물 매장…자원 '보물창고' 탐사 경쟁 치열

대륙붕이 뭐길래…

대륙붕은 해안에서부터 약 수심 200m 깊이까지 대륙이 연장된 경사가 매우 완만한 지역이다. 간단히 말해 바닷속에 평탄한 지형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대륙붕의 폭은 지역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남·북아메리카 대륙의 태평양 연안과 같이 대륙붕이 거의 발달되지 않은 곳도 있는 반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앞바다처럼 600㎞에 이르는 곳도 있다. 동중국해나 북극해는 1000㎞까지 발달돼 있다. 세계평균은 65㎞ 정도다.

전 세계에 분포하는 대륙붕 해역의 면적은 전 해양저의 약 8%를 차지하고 평균수심은 약 128m다. 대륙붕엔 어장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천연가스·석유 등 유용한 광물이 매장돼 있어 각국이 경쟁적으로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륙붕 자원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다. 1954년 미국의 트루먼 선언이 있고 난 뒤 대륙붕 영유를 주장하는 국가들이 속출했다. 각국은 자원보존, 영해확장 목적외에 어장관리를 위해 어업 규제를 하는 등 대륙붕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륙붕을 놓고 각국 간 분쟁이 커지자 1958년 개최된 제1차 국제연합해양법 회의에서 수심 200m까지를 국제법상의 대륙붕이라고 최초로 규정했다.

그러나 1974년 제3차 국제연합해양법회의 이후 영해의 너비를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해안선으로부터 200해리(약 370㎞)의 거리까지 이르는 해저지역을 대륙붕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1982년 유엔은 해양법 조약을 만들어 대륙붕의 범위를 해안선에 200해리까지로 규정했다. 우리나라 황해, 남해에 걸쳐 현재 6개 광구가 개발됐고 7번째 광구의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해구는 대륙사면(大陸斜面)이 끝나는 곳에 위치한 V자형의 깊은 골짜기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