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시설 투자재원 마련·경쟁력 강화위해 필요"
반 "해마다 막대한 이익 내는데 왜 매각하나"
인천공항 민영화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연말 대선을 앞두고 민영화를 연내 끝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를 차기 정권으로 넘겨야 하는지, 정치권 안팎에서 치열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는 당초 정부가 추진했지만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됐다가 정부가 이를 재추진하면서 19대 국회에서 관련법이 처리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인천공항 지분 49%를 매각하는 민영화 방안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이번 국회에 관련법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인천공항 민영화는 공항이 만들어지던 1999년 김대중 정부 때부터 꾸준히 추진돼온 13년 된 해묵은 과제다. 관련 법 개정안은 2010년 18대 국회에 상정됐지만 정치권의 반대에 막혀 통과되지 못했다. 당시 인천공항 지분 매각 비중을 49%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도 자동 폐기됐다. 인천공항 민영화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정부는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항공사와 인천의 도시 경쟁력이 중국과 홍콩 공항보다 뒤처지는 데다 공항 지분 매각과 민영화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천공항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국제 허브공항으로, 이를 위해선 다른 외국 항공사들이 이곳을 더 많이 거쳐 가도록 전략적 협력 강화가 필수”라며 “이번 관련법 개정 국회 상정은 당장 지분을 매각하자는 것이 아니라 향후 민영화 작업을 위해 법적 근거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2014년부터 당장 시작되는 3단계 공사 등을 위해 지분을 팔아 이 대금을 시설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논리다. 아울러 민영화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공항 지분의 51%는 국가가 보유하고, 공항 착륙료 등 이용요금의 과도한 인상을 막는 규제 등도 관련법 개정에 포함시켜 민영화의 부작용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일각에서 매각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갖는 모양이지만 어디까지나 정부가 51%의 지분을 유지하고 나머지 지분도 외국인과 항공사의 투자한도를 각각 30%와 5%로 제한하는 만큼 외국인이나 대기업의 지배 가능성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 공항업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공항 정부 지분 매각은 세계적인 브랜드로 인식된 인천공항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대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대해서는 정치권 인천시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제공항협의회가 주관하는 공항서비스평가에서 7년 연속 최고상을 차지하고, 2004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해 지난 한 해 340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잠재적 가치가 높은 알짜 공기업인 인천공항 지분을 민간에 왜 매각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견해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는 “인천공항을 매각하려는 시도는 현 정부가 정권 말기에 사재를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지울 수 없게 한다”며 “인천공항 민영화 추진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최근 국회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야당 역시 최근 인천공항 지분 매각 저지 법안을 발의했고, 인천시는 인천공항 지분 매각 중단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공항 민영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센 데다 국회가 한 달여 늦게 개원해 산적한 과제도 많아 관련법 개정안 처리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 국회 때처럼 논란 끝에 법 개정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정부의 구상을 보면 민영화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어장치나 대안 마련이 전무하다”며 “민영화 이후에도 독점구조가 변하지 않고, 이로 인한 각종 비용 및 수수료 상승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각하기
인천공항 민영화 문제는 우선 그 시기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현 시점에서 민영화 또는 이를 위한 준비작업이 시급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지분을 일부 팔더라도 정부가 과반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 공공성을 살리면 된다는 정부의 설명이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연간 3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지분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투자재원이 필요하면 매년 발생하는 순이익을 재원으로 해서 우선 집행하는 것이 순리적으로 맞다. 이후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데 공항의 수지가 어렵다면 그때 민영화해서 자금조달을 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오이밭에서는 신발 끈을 고쳐 신지 말라고 정권 말기에 인천공항을 매각할 경우 숱한 특혜 의혹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또 한 가지 지적할 부분은 인천공항 매각 내지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홍보가 그동안 너무 부족했다는 점이다. 막연히 인천공항 매각이라고 하면 대부분 국민들이 그렇게 좋은 공항을 왜 민간에 파는지 선뜻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치권이 반대하는 이유 중 국민들에 대한 설득이 전혀 안 돼 있다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정부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반 "해마다 막대한 이익 내는데 왜 매각하나"
인천공항 민영화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연말 대선을 앞두고 민영화를 연내 끝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를 차기 정권으로 넘겨야 하는지, 정치권 안팎에서 치열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는 당초 정부가 추진했지만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됐다가 정부가 이를 재추진하면서 19대 국회에서 관련법이 처리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인천공항 지분 49%를 매각하는 민영화 방안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이번 국회에 관련법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인천공항 민영화는 공항이 만들어지던 1999년 김대중 정부 때부터 꾸준히 추진돼온 13년 된 해묵은 과제다. 관련 법 개정안은 2010년 18대 국회에 상정됐지만 정치권의 반대에 막혀 통과되지 못했다. 당시 인천공항 지분 매각 비중을 49%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도 자동 폐기됐다. 인천공항 민영화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정부는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항공사와 인천의 도시 경쟁력이 중국과 홍콩 공항보다 뒤처지는 데다 공항 지분 매각과 민영화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천공항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국제 허브공항으로, 이를 위해선 다른 외국 항공사들이 이곳을 더 많이 거쳐 가도록 전략적 협력 강화가 필수”라며 “이번 관련법 개정 국회 상정은 당장 지분을 매각하자는 것이 아니라 향후 민영화 작업을 위해 법적 근거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2014년부터 당장 시작되는 3단계 공사 등을 위해 지분을 팔아 이 대금을 시설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논리다. 아울러 민영화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공항 지분의 51%는 국가가 보유하고, 공항 착륙료 등 이용요금의 과도한 인상을 막는 규제 등도 관련법 개정에 포함시켜 민영화의 부작용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일각에서 매각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갖는 모양이지만 어디까지나 정부가 51%의 지분을 유지하고 나머지 지분도 외국인과 항공사의 투자한도를 각각 30%와 5%로 제한하는 만큼 외국인이나 대기업의 지배 가능성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 공항업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공항 정부 지분 매각은 세계적인 브랜드로 인식된 인천공항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대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대해서는 정치권 인천시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제공항협의회가 주관하는 공항서비스평가에서 7년 연속 최고상을 차지하고, 2004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해 지난 한 해 340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잠재적 가치가 높은 알짜 공기업인 인천공항 지분을 민간에 왜 매각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견해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는 “인천공항을 매각하려는 시도는 현 정부가 정권 말기에 사재를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지울 수 없게 한다”며 “인천공항 민영화 추진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최근 국회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야당 역시 최근 인천공항 지분 매각 저지 법안을 발의했고, 인천시는 인천공항 지분 매각 중단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공항 민영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센 데다 국회가 한 달여 늦게 개원해 산적한 과제도 많아 관련법 개정안 처리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 국회 때처럼 논란 끝에 법 개정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정부의 구상을 보면 민영화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어장치나 대안 마련이 전무하다”며 “민영화 이후에도 독점구조가 변하지 않고, 이로 인한 각종 비용 및 수수료 상승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각하기
인천공항 민영화 문제는 우선 그 시기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현 시점에서 민영화 또는 이를 위한 준비작업이 시급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지분을 일부 팔더라도 정부가 과반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 공공성을 살리면 된다는 정부의 설명이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연간 3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지분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투자재원이 필요하면 매년 발생하는 순이익을 재원으로 해서 우선 집행하는 것이 순리적으로 맞다. 이후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데 공항의 수지가 어렵다면 그때 민영화해서 자금조달을 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오이밭에서는 신발 끈을 고쳐 신지 말라고 정권 말기에 인천공항을 매각할 경우 숱한 특혜 의혹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또 한 가지 지적할 부분은 인천공항 매각 내지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홍보가 그동안 너무 부족했다는 점이다. 막연히 인천공항 매각이라고 하면 대부분 국민들이 그렇게 좋은 공항을 왜 민간에 파는지 선뜻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치권이 반대하는 이유 중 국민들에 대한 설득이 전혀 안 돼 있다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정부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