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극단적인 불안 증상을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6년 3만5195명이던 공황장애 환자가 5년이 지난 2011년 5만8551명으로 68.5% 증가했다. 인구 1천명당 1.2명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현대인은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

《불안》의 저자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에 따르면 인간이란 지위에서 불안을 느낀다. 그리고 지위에 대한 갈망이 지나치면 아픈 사람이 된다. 지위(status)는 ‘서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의 과거분사 statum에서 파생된 단어다. 좁은 의미에서 지위는 집단 내의 법적·직업적 신분이지만 넓은 의미에는 세상의 눈으로 본 사람의 가치나 중요성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넓은 의미의 지위다.

주관이 매우 뚜렷한 사람은 자존감을 스스로 찾는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다른 사람들이 보내는 관심과 사랑 그리고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따라 자아상과 가치가 결정된다. 결국은 다른 사람이 나를 판단하는 생각과 기준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 또는 가치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 늘 인정받아야만 하는 불안정성 때문에 항상 괴로울 수밖에 없다. 연인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불안하고 초조해지듯이 사회의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현대인은 불안에 빠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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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울수록 불안은 커져

이는 역설적이게도 물질적 진보와 평등 사상에 기인한다. 경제가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절대적 빈곤은 크게 줄어들었다. 1970년 300달러가 채 되지 않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15년 전까지도 부의 상징이자 사치품이었던 휴대폰 보급률이 100%를 넘었다.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전보다 더 풍요로워졌지만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그것은 이웃과 주변 친구들을 빈곤의 준거집단으로 삼게 되면서 나의 상대적 지위가 사회 사다리의 아래쪽에 위치할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친구가 성공하면 마치 자신이 사회 사다리의 아래쪽으로 내려간 것 같아서 고통스럽다.

누구나 노력하면 지위의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가 오히려 불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력하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말하는 평등사회에서는 약간의 격차조차 노력하지 않은 사람 또는 실패한 사람을 만드는 역설적인 효과가 있는 것이다. 신분제 사회였더라면 기대가 없기에 이와 같은 낙담을 가지 못했을 것이다.

속물 근성도 결국은 두려움과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공격성으로 나타난다. 자신의 불안한 지위를 감추기 위해 유명한 사람들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호사스러운 재화와 서비스를 더 선호한다. 불안이 사치품의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사치품의 역사가 “탐욕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감정적 상처의 기록으로 읽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사치품의 과시적 가격

사치품은 다른 사람이 비싸다고 인정해줘야 비로소 그 가치가 인정된다. 아무리 고가를 주고 재화를 구입했어도 다른 사람이 그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사치품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가격을 과시적 가격이라고 한다.

미국의 사회·경제학자 베블렌(Veblen)은 값이 오를 때 과시적 소비행위 때문에 그 수요가 오히려 증가한다고 주장하면서 진주목걸이를 예로 들었다. 이를 베블렌 효과라고 한다.

그런데 베블렌 효과를 수요 법칙의 예외적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수요의 법칙이란 다른 모든 것이 일정할 때 재화의 실재 가치를 나타내는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이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량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수요 곡선상의 이동을 나타내는 것이며, 만약 일정하다고 가정했던 가격 이외의 요인이 변했다면 수요곡선이 이동하게 된다. 그러나 과시적 가격의 변화는 재화의 실재 가치 변화가 아니기 때문에 수요곡선상의 변화가 아니라 수요곡선의 이동으로 해석해야 한다. 사람들이 과시적 소비에 더 열중하게 됨에 따라(선호가 커짐에 따라 혹은 더 많은 사람이 찾게 됨에 따라)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베블렌 이후에 라이벤슈타인(Leibenstein)이 1950년 ‘Bandwagon, snob and Veblen Effect in the Theory of Consumer‘s Demand’라는 논문에서 이를 자세히 다루었는데, 여기에서도 수요의 법칙을 나타내는 개인의 수요함수는 여전히 우하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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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인한 불안의 악순환


사람들의 지위에 대한 불안이 과시적 소비에 의한 사치품의 수요를 유발하고 있으며, 증가한 수요는 사치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가격이 상승한 사치품은 사람들에게 더욱 큰 과시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사치품을 찾게 될 것이며 가격은 또다시 상승한다. 기업은 이런 불안을 조장하기 위해 ‘남과 달라 보이는 나’ ‘차별된 개성’이라는 이름으로 베블렌 효과를 부추겨 고가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사람들은 돈이 없으면 빚을 내어서라도 체면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불안이 사치품을 구입하기 위해 빚을 내도록 만들고 늘어난 빚이 또 다른 불안이 되어 돌아오는 악순환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차성훈 KDI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


경제 용어 풀이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

미국의 사회·경제학자인 베블렌(Veblen)이『유한계급(Leisure class)론』에서 유한계급에 속하는 사람에게는 값비싼 물건을 남들이 볼 수 있도록 과시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는 수단이 된다고 함에 따라 과시욕구 때문에 재화의 가격이 비쌀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수요증대 효과를 베블렌 효과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