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국가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다양한 경제지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가격 변화 또한 마찬가지다. 일상생활에서는 수많은 상품들이 거래되고 있으며, 상품 가격은 제각각 오르고 내리기 때문에 전반적인 가격 변화를 관찰하기가 어렵다. 경제학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격의 전반적인 움직임을 표현하는 물가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며, 각종 물가지수를 만들어 발표하고 있다.

이렇게 경제지표가 주는 유용성에 주목해 여타 다른 분야에서도 자신들의 분야의 전반적인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지표들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미술품 시장에서는 전반적인 가격 변동을 표현하는 지표인 미술품 가격지수(art price index)가 널리 쓰이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물가지수를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활용하는데 구매력을 측정하는 수단, 경기판단의 지표 역할, 디플레이터의 기능이 그것이다.

[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69> 미술계도 다양한 경제지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물가지수로 경기 상황 판단

물가지수는 가장 먼저 화폐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은 소득이 일정한 경우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화폐의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둘째, 물가지수는 경기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물가는 경기가 상승국면에 있는 경우에는 수요 증가에 의하여 상승하고, 하강국면에 있는 경우에는 수요감소에 의해 하락하게 된다. 따라서 물가지수는 이러한 경기동향을 민감하게 반영해 움직이기 때문에 때로는 경기판단지표로서도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디플레이터의 기능이 있다. 경제 현상을 분석하다 보면 서로 다른 시점 간의 금액을 비교해야 할 때가 있다. 이때 현재의 금액을 과거 시점의 금액으로 환산해야 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것이 물가지수이다.

미술품 가격지수를 사용할 경우 우리는 미술품 시장에 대해서 위와 유사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먼저 미술품 가격지수가 전반적으로 상승할 때 미술품 수요자의 소득이 일정할 경우 구입할 수 있는 미술품의 양이 줄어든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미술품 가격지수를 통해서 전반적으로 미술품 시장의 활발한 수준을 엿볼 수도 있다. 미술품 가격지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미술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내용들은 우리가 물가지수를 통해서 얻게 되는 정보와 유사하다고 할 것이다.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물가지수는 그 물가지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한 품목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게 달라진다. 대표적인 물가지수인 GDP 디플레이터와 소비자물가지수의 경우 집계 대상이 다르다. GDP 디플레이터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반영하는 데 반해,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만 포함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차이로 인해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해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를 측정하고자 할 때는 소비자물가지수를 활용하는 것이 더욱 유용하지만 국가 전반적인 총체적인 물가 변화를 측정하는 데 있어서는 GDP 디플레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미술시장 심리 지수 사용

미술품 시장에서도 다양한 하위 그룹을 설정해 집계하고 있다. 대표적인 미술품 가격지수인 메이모제스(Mei-Moses Fine Art Index) 미술지수는 지수의 하위 카테고리로 구분하여 집계하고 있다. 메이모제스 미술지수는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시장인 소더비와 크리스티를 통해 거래된 미술품을 대상으로 집계하고 있는데, 집계할 때 미국(American), 옛 거장(old master), 인상주의와 모던(Impressionist and modern) 등으로 구분해 지수를 산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술 사조별로 상이하게 전개될 수 있는 가격 동향을 확인하고자 했다.

경제학에서는 경기 상황이 각 개별 주체가 앞으로 경기 상황에 대해 느끼는 심리 상태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주목해 소비자나 기업가의 심리 상태를 바탕으로 경기 관련한 지표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기업실사지수(BSI)와 소비자태도지수(CSI)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미술계에서도 미술시장 신뢰지수(Art Market Confidence Index)라는 심리 지수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미술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미술 시장의 가격 변동을 어떻게 예측하고 있는지를 바탕으로 지수화한 것이다. 전망하는 내용이 중립적일 때는 0, 긍정적일 때는 플러스 값을, 부정적일 때는 마이너스 값을 보이게 구성돼 있다.

[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69> 미술계도 다양한 경제지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기업실사지수와 소비자태도지수가 각 경제 주체의 앞으로의 경기에 대한 예측에 의거하여 작성된 지수라는 점 때문에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 측면이 있다. 미술 시장 신뢰지수 역시 미술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상태에 기반한 지표라는 점에서 위에서 열거한 기업실사지수와 소비자태도지수와 마찬가지로 미술 시장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을 담고 있는 지수이다.

경제지표의 유용성 방증

우리는 국가 경제의 상황을 총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다양한 경제지표를 확인하고 있으며, 복잡한 경제 현상을 객관적이고 비교 가능한 것으로 변화시켜 활용하고 있다. 다른 분야에서도 경제지표와 유사한 지표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경제지표가 가지는 유용성을 방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


경제 용어 풀이

☞물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개별 상품의 가격을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 등을 고려하여 평균한 종합적인 가격 수준을 말한다.

☞물가 지수

물가의 움직임을 알기 쉽게 지수화한 경제지표를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