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될까 집요하게 생각한다"

[피플 & 뉴스] 맥킨지 최고직급'디렉터'에 오른 김용아 씨
1996년 스물셋, 대학 졸업(연세대 경영학과)과 동시에 맥킨지 입사, 2년 만에 ‘어소시에이트(associate)’ 승진, 퇴사 후 하버드 경영학석사(MBA) 과정 수료, 모건스탠리 인턴, 맥킨지 재입사 4개월 만에 팀장(engagement manager) 진급, 다시 4년여 만에 한국인 여성 처음으로 파트너(부사장급) 승진, 2012년 6월 한국 여성 첫 맥킨지 최고 직급인 디렉터 선임.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최근 김용아 씨(39)를 한국 여성 최초로 디렉터에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디렉터는 일반 기업에서는 사장급으로 맥킨지에서 컨설턴트가 올라갈 수 있는 최고위 직급이다. 전 세계 맥킨지 직원 1만7000여명 가운데 디렉터는 460명밖에 없다. 한국에는 5명이 있고 그 가운데 2명만이 한국인이다.

김 디렉터는 “안 되는 이유보다 ‘어떻게 하면 될까’를 먼저 집요하게 생각했다”며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의 ‘유리천장’보다 스스로 꿈을 포기하는 개인적 ‘유리천장’부터 깨야 한다”고 말했다.

고속 승진의 비결을 묻자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찾고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 디렉터는 단순히 생산성 향상을 위한 컨설팅을 넘어 다른 업종인 서비스업의 마인드를 병원에 접목시킨, 일종의 ‘컨버전스 컨설팅’으로 스타 컨설턴트 반열에 올랐다.

“2002년부터 의료 분야를 주로 담당했는데, 당시만 해도 훌륭한 의술에 비해 병원 경영이라는 개념은 거의 없었다”며 “환자 중심의 병원 운영과 인센티브 도입 등에 관한 컨설팅이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솔직히 말하는 것도 자신감”이라며 “동료와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하면 더 큰 꿈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롤 모델이 부족한 여성들은 멘토가 꼭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에게도 다양한 경력의 멘토 15명이 있다.

또 직위가 올라갈수록 중요한 능력은 “조직관리와 대인 커뮤니케이션”이라며 “학교에서부터 가급적이면 리더가 돼 대인관계 능력을 키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는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리더가 아니다. “남을 의식해 좋은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전문성을 토대로 개선점과 대안을 조언해주는 ‘존경받는 리더’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디렉터의 꿈은 은퇴 뒤에 강단에 서서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것이다. 그는 고액 연봉자들로만 알려진 컨설턴트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 “각 분야의 싱크탱크들이 모여 사회나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게 컨설팅 비즈니스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컨설턴트의 일입니다.”

백승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