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글로벌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해법과 관련해선 강력한 금융 통합 시스템 구축 등이 제시됐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오는 28~29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로 숙제를 넘겼다. G20 정상들은 지난 18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린 정상회의 논의 결과를 담은 정상선언문을 19일 채택한 뒤 회의를 폐막했다. 정상들은 “강하고 지속 가능하며 균형있는 성장은 G20의 최우선 과제”라며 “세계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G20 회원국들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2008년 한국 주도로 합의한 보호무역 조치 동결 시한을 현행 2013년에서 2014년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비유럽 지역 정상들은 유로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빠른 액션 플랜을 요구했지만 유럽 정상들은 그 과제를 EU 정상회의로 넘기는 양상이었다”고 전했다.

[Focus] "경기회복에 최선"…G20, 긴축보다 성장에 힘 실었다

#"일자리 우선"…긴축논란 종지부

“우리는 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데 한마음, 한뜻(united)이다.”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19일(현지시간)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공동선언문의 첫 줄이다. 과거 G20 정상회의 선언문은 성장과 일자리에 이처럼 힘을 실어 강조하지는 않았다. 이 같은 방점은 유럽 재정위기 확산을 계기로 일었던 긴축과 성장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G20 정상들까지 유로존 위기 해법으로 긴축을 고집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보다 성장정책을 내세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지지한 것이다.

G20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로스카보스 액션 플랜’도 만들어 제시했다. 액션 플랜은 “세계 경제의 위험과 불확실성이 상당히 커졌다”며 “이제 우리의 초점은 수요와 성장, 자신감과 금융 안정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세계적으로 조율된 경제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회의를 통해 미국과 다른 G20 국가들이 세계경제 성장을 촉진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글로벌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2년 전 G20 정상회의를 지배했던 엄격한 긴축 초점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201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 선언문에선 ‘성장으로 가는 다음 조치를 취할 것에 합의한다’는 다소 미온적인 입장이 발표됐다.

#그리스,성장 드라이브 명분얻어

세계경제 위기를 극복할 ‘프리미어 글로벌 정상회의’로 평가받는 G20 정상회의가 긴축에서 성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유로존 국가인 그리스는 긴축을 완화할 수 있는 커다란 명분을 얻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는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긴축 정책을 요구해 왔다. 오는 11월6일 대선을 앞두고 재정을 다소 완화, 경기를 부양해야 할 처지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서도 G20이라는 원군을 얻은 셈이다. 공화당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할 수밖에 없다고 강력히 맞서왔기 때문이다.

G20 정상들은 오는 28~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EU가 추진하는 ‘은행동맹’(가칭) 구축안도 지지했다. 유로 공동의 은행감독권과 예금보장제를 도입하자는 은행동맹은 메르켈 총리가 반대해 왔던 구상이다. 그는 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자본이 충분히 확충되지 않은 은행들이 경제 위험과 혼란의 실질적인 원인”이라고 말해 반대 입장에서 다소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유로존 위기, 숨통 트일까

G20 정상들은 또 최근 국채 금리가 장중 사상 최고치인 연 7.28%까지 치솟아 위기가 높아졌던 스페인도 배려했다. 유로존 국가들이 버틸 수 있는 조달금리를 확보하도록 경제 통합을 이룬다는 EU의 계획을 지지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스페인이 그렇게 높은 조달금리를 부담하도록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로존의 위기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Focus] "경기회복에 최선"…G20, 긴축보다 성장에 힘 실었다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은 유로존 국가들이 취해야 할 구체적인 조치는 명시하지 않았다. “유로존 국가들이 유로존의 통합과 안정을 지켜내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을 뿐이다. 하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와 같은 국가들이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을 G20가 촉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정상들은 중국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위안화) 움직임을 결정짓는 데 있어 시장이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 중국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로스카보스(멕시코)=차병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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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캐머런 총리 "단일통화 의미있나"…獨 메르켈 총리 "유럽평화 위한 것"
G20 만찬서 유로화 놓고 설전

유럽 재정위기 해법을 찾기 위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모인 영국 독일 등 유럽 정상들이 단일 통화인 유로의 실효성을 놓고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 G20 정상회의 업무만찬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유럽 위기 해결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교환했다.

[Focus] "경기회복에 최선"…G20, 긴축보다 성장에 힘 실었다
이날 만찬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유로존이 단일 통화(유로) 사용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순 없는지 궁금하다”며 단일 통화를 쓰지 말고, 원래대로 각국이 자기 나라 통화를 사용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통합된 중앙은행 없이 같은 통화만 쓰는 게 가능하냐”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발칸반도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유럽은 순식간에 10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라며 맞받았다.

발칸에서 발화된 1차 세계대전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러면서 “유로존의 통화 통합은 (경제적 목적뿐 아니라) 정치적 평화를 위한 것”이라며 통화 통합을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같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면서도 단일 통화인 유로를 사용하는 독일과 자국 통화인 파운드화 사용을 고집하고 있는 영국 간 시각차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이와 관련,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위기의 근본 원인은 27개 EU 회원국 중 유로를 사용하는 나라가 17개국밖에 안 된다는 점”이라며 유로존에서 빠진 영국을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