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시장과 거래세
지난 18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선물, 옵션, 스와프 등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부과 방안이 이번 19대 국회 때는 빛을 볼 수 있을까. 파생상품 거래 규모 세계 1위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5년째 논란을 거듭해온 해묵은 사안이다. 줄곧 거래세 부과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기획재정부는 올해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 6월 12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투기 잡자고 파생상품에 세금 물린다고?
☞ 파생상품(Derivatives)은 기초가 되는 자산(기초자산·underlying asset)의 가격 변동에 따라 그 값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을 뜻한다. 상품 가치가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으로부터 파생돼 결정되기 때문에 ‘파생상품’이라 이름 붙여졌다. 기초자산은 다양한데 크게 △통화(FX), 금리, 주식 등 금융상품 △농축산물, 비철금속, 귀금속, 원유 등 실물(Commodity) 상품으로 나뉜다.

파생상품은 구체적으로 △선물(특정 가격으로 특정 미래 시점에 자산을 사거나 파는 계약) △옵션(미래의 일정 기한 내에 특정 상품을 정해진 가격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거래) △스와프(이자율이나 통화를 서로 교환)가 있다. 선물은 또 거래대상 품목과 계약단위, 만기일 등이 표준화돼 있는 선물(Futures)과, 표준화돼 있지 않지만 매매 당사자 간 다양한 거래가 가능한 선도(Forward)로 구분된다. 파생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옵션선물, 선물옵션, 스왑옵션 등)도 있다. 국내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스피200주가지수 선물과 옵션이 대표적인 파생상품이다.

파생상품은 금융시장 참가자에게 폭넓은 위험 헤지(hedge) 기회를 제공한다. 예상치 못한 금리나 환율, 주가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위험 회피자가 아니라 위험 선호자라면 이런 변동을 예측하고 적극적으로 이익을 추구할 수도 있다.

파생상품 거래는 특정 거래소 내에서 거래되는 장내거래와 거래 당사자 간 전화나 컴퓨터로 거래되는 장외거래 두 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장외거래 비중이 훨씬 크다. 파생상품의 특성상 규격화돼 장내에서 거래될 수 있는 상품보다는 특정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맞춤형 상품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 장외파생상품 거래잔액은 2010년 말 기준 무려 600조달러에 달한다.

기획재정부는 올 하반기 세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우선 장내 파생상품에 대해 거래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도 지난 4월 총선 당시 각각 거래액의 0.001%(새누리당), 0.01%(민주통합당)를 세금으로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처럼 파생상품에 대해 거래세를 물리려는 이유는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과열돼 투기장화되고 있으며, 거래대금의 0.3%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는 일반 주식 거래와 비교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나라 장내 파생상품 거래는 지난해 39억1900만건으로 전 세계 증권거래소 가운데 거래량 1위를 기록했다. 거래대금은 무려 1경6442조원이다. 정부는 파생상품을 이용한 탈세를 막고 새로운 세원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과세 근거로 꼽는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도 만만찮다. 금융위원회와 증권업계는 파생상품 거래세가 도입되면 시장을 위축시키고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만만이 파생상품 거래에 세금을 물리는 건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90년대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 논의가 있었으나 투자자의 해외 이탈을 우려한 의회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일본도 1988년 거래세를 부과했다가 투자자가 싱가포르로 발길을 돌리자 1993년 폐지했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투기 잡자고 파생상품에 세금 물린다고?
우리나라 장내 파생상품시장은 1996년 증권시장에서 코스피200 선물이 거래되면서 막을 올렸다. 거래세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2007년께부터다. 새누리당 안대로 세율 0.001%를 적용할 경우 연간 세수는 1600억원, 민주당 안(0.01%)은 그 10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파생상품 거래는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임병화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파생상품 거래의 상당수는 작은 이익에 민감한 데이 트레이딩과 관련해 이뤄지는 거래”라며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하면 거래가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더 중요한 것은 파생상품 거래가 줄어들 경우 이와 관련된 헤지나 차익거래도 감소할 것이라는 점”이라며 “시장 왜곡효과가 커지고 다양한 금융 신상품 개발도 저해할 것”으로 우려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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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가치 어떻게 변하는지 '한눈에'

달러 인덱스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환율 변동성이 2분기 실적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맥도날드, GM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환율이 ‘깜짝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2분기 들어 5.1%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1%나 급등했다. - 6월11일 연합뉴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투기 잡자고 파생상품에 세금 물린다고?
☞ 미 달러화는 국제 간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기축통화다. 따라서 달러화 가치의 변동은 실물 경제는 물론 주식 채권 선물 등 금융시장, 원유 비철금속 등 원자재 시장의 가격변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달러화 가치는 외국 돈과의 교환비율(환율)에 의해 측정될 수 있다. 외국 돈으로는 경제 규모가 큰 일본의 엔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등이 사용된다. 가령 1유로=1.2644달러 식이다. 이는 1유로가 1.2644달러, 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1달러가 0.7909유로와 교환된다는 뜻이다. 만약 1달러=0.8011유로가 된다면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는 셈이다.

그런데 엔화나 유로화, 파운드화는 일본이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영국의 경제 사정에 따라 돈의 가치가 변동한다. 따라서 이들 통화 각각을 기준으로 기축통화인 달러화 가치를 측정한다면 헷갈릴 수가 있다. 달러화 가치가 엔화에 대해선 약세(가치 하락)인데 유로화에 대해선 강세(가치 상승)일 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달러화 가치의 추세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된다.

이런 단점을 보완해 달러화 가치를 지수 형태로 만들어 한눈에 알기 쉽게 한 게 바로 달러 인덱스다. 달러 인덱스는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 프랑 등 경제 규모가 크거나 통화가치가 안정적인 6개국 통화를 기준으로 산정한 미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미국의 중앙은행(Fed)이 산출해 발표한다. 기준점(100)은 1973년 3월이다. 가령 15일 현재 달러 인덱스가 82.439라면 주요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가 1973년 3월보다 18%가량 떨어졌다는 뜻이다.

미국 경제가 호황이거나 세계경제가 불안할 때 달러화는 대체로 강세를 보인다. 달러화를 안전하다고 보고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는 자금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달러 인덱스가 급등한 것도 그리스와 스페인 재정위기 등으로 유로 가치가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원화 가치가 급등(환율 급락)하면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원화 기준 매출이 줄어든다. 가령 1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A기업의 원화 기준 매출은 1달러=1100원일 때는 1100억원이지만 1달러=1000원이 되면 1000억원으로 매출이 감소한다. 마찬가지로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 해외 진출 미국 기업들의 달러화 기준 매출이 급감하게 된다. 기업들이 다양한 환헤지 기법을 동원하는 것은 이 같은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