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회 수석 고2 최준호의 공부법

中3때 첫 시험서 5급 수모
장기계획·공부 방향 정해
경제원론→금융→시사 탐구
[취업문 여는 한경 TESAT] 기출문제 유형별 정리 '나만의 테샛노트' 도움
지난 5월 치러진 15회 테샛에서 고교생 가운데 처음으로 전체 1등을 한 최준호 군(경기고 2·사진)이 밝힌 테샛 공부법을 소개한다. 최군은 289점(300점 만점)을 받아 강만호 씨(서울대 경제학과 4)와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최군은 “테샛 응시를 위한 나만의 노트를 만든 게 비결”이라고 말했다. <편집자주>

테샛에 처음 응시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제8회 시험이었는데 기본 경제 소양이 부족했던 당시에 시험시간 100분은 너무 벅찼다. 당연히 생애 처음 본 경제시험에서 5급이라는 뼈아픈 수모를 겪었다. 테샛을 위해 투자한 노력이 거품이 돼 사라지는 아픔은 늘 마음을 괴롭혔다. 허나 지나고 보니 그 경험은 현재의 나를 만들고 일깨워준 근원적 힘이 됐다.

태어나서 무언가를 공부했던 게 그렇게 즐거웠던 적은 없었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별 관심있는 분야가 없었던 나에게 테샛 응시 이후 이후 경제학에 대해 느꼈던 감정은 색다르고도 달콤했다. 이후 끓어오르는 그 열정은 나를 책상 앞에 앉혔고 책상 위를 경제 관련 책으로 뒤덮게 했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경제를 보는 눈》 등 경제서를 보고 ‘테샛 기출문제집’도 구입해 혼자 풀었다. 테샛은 평범한 한 중학생이 삶의 항로를 정하고, 그 길을 따라 힘차게 달릴 수 있는 멈추지 않는 심장을 만들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이후 약 1년반 동안 테샛에 응시하지 않았다. 어설픈 준비로는 정상을 정복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먼저 장기적인 계획과 공부 방향을 정하고 테샛을 위한 나만의 지도를 만들었다. 경제원론 공부를 선행하고, 이후 금융에 집중하면서 다음 목표인 시사 탐구를 도모했다.

이 과정에서 노트 정리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외부의 정보가 내면화돼 뇌 속에 축적된다는 점에서, 대상을 자아화하고 내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우선 매회 테샛 문제들을 유형별로 분류해 정리한 노트를 만들었다. 옳은 보기가 아니면 왜 그 보기가 틀린지에 대해서도 기록했다. 글로 표현된 문장을 그래프로 옮겨보기도 했다. 어려운 경제이론은 따로 노트를 만들어 정리했다. 금융용어와 시사경제에 대한 노트도 만들었다.

누가 고교생 대상을 받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정상이 아니라 지금 내가 정상을 위해 내딛고 있는 한 발자국이었다. 나는 자료를 더 찾아보고, 책을 더 읽고, 문제집을 더 풀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나는 정상에 올라섰다. 테샛은 꿈도 없던 내가 나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 선생님이었다. 이런 경험이 역경을 딛고 나의 꿈인 경제학과 교수가 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jamesjunh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