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입어 창의성 높이고 에너지도 절약"

"기본적 예의와 단정함은 갖추는 게 바람직"

[시사이슈 찬반토론] 서울시 '쿨비즈'복장은 올바른 선택일까요
날씨가 초여름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의 복장도 한결 가벼워지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각 직장에서는 남성들의 경우 넥타이 착용을 하지 않는 소위 ‘노타이’를 권하는 경우도 많다. 일본에서는 2004년부터 여름철 가벼운 직장인의 옷차림을 가리키는 쿨비즈라는 용어를 사용해 오고 있다. 영어단어 쿨(cool)과 비즈니스(business)의 합성어로 간편하고 시원한 비즈니스 복장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름철이 되면 냉방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부족이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름철 에너지 절약과 직원 편의 차원에서 쿨비즈는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서울시도 올해부터 공무원들에게 쿨비즈 착용을 권하고 있다. 6월부터 8월까지 민원상담실 등 대민접촉이 많은 부서를 제외하고는 반바지에 샌들 등 자유복장을 허용한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의 복장은 일본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채용하고 있는 소위 슈퍼쿨비즈다. 종전 쿨비즈가 노타이 노재킷 반소매 와이셔츠까지 허용하는 것인 반면 슈퍼쿨비즈는 아예 반바지에 상의도 와이셔츠가 아닌 폴로스타일 셔츠까지 허용한다. 운동화 샌들 등을 신는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구두를 신는 쿨비즈와는 다르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런 방침에 대해서는 시원하고 좋다며 찬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보기에 민망하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시의 쿨비즈 복장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서울시 공무원의 슈퍼쿨비즈 복장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가뜩이나 여름철 냉방온도를 28도가량으로 높게 유지하는 추세인데 더워서 일을 못하는 것보다는 시원한 복장으로 있으면 활동하는 데도 편하고 일의 능률도 오히려 높일 수 있지 않겠느냐며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시 환경부서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시원하고 활동하기 편리하다”면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장점도 있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oriental blue라는 아이디의 한 누리꾼은 “직장에서 일만 잘하면 되지 정장이든 캐주얼 복장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바람에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슈퍼쿨비즈를 우리보다 먼저 도입한 일본에서도 찬성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습하고 무덥기로 악명 높은 일본의 여름을 나기 위해서는 간편 복장이 훨씬 낫고 업무 집중도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운 여름이 되면 누구나 주말에 편하게 야외활동을 위해 입는 복장을 직장에서 입으면 안된다는 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이라는 지적도 같은 맥락에서다. 대학원생 이모씨는 “슈퍼쿨비즈는 참신한 발상이며 편하게 입으면 분위기도 편해지고 창의성도 높아지지 않겠느냐”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유진 에너지 시민연대 정책위원은 “공무원들의 권위는 옷차림 때문이 아니라 시민들의 혈세를 토목사업에 낭비할 때, 이권을 위한 비리에 연루되었을 때, 탁상행정으로 일관할 때 떨어진다”며 “서울시가 시민을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신뢰를 쌓으면 시민들은 복장에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공무원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낼 것이다”며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반대

쿨비즈, 특히 슈퍼쿨비즈 복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에너지 절약도 좋지만 모든 일에는 최소한 갖추어야 하는 격식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무리 덥다고 길에서 웃통을 벗고 다닐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원하고 편하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편한 대로 옷을 입어도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공무원의 경우 일반 직장인과는 다른 공무를 처리하는 직업인 만큼 기본적인 예의와 단정함은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국회의원이 의사당에 나올 때 일정한 복장규정을 요구하는 나라가 많은 것 역시 공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예의와 격식은 지킬 필요가 있기 때문인데 적어도 공무원이라면 주말에 놀러가는 복장으로 근무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견해도 있다.남자들의 경우 반바지를 입을 경우 다리의 체모까지 모두 드러나는데 이런 모습이 직장에서 과연 바람직하냐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민간 기업 근무자도 아닌 공무원의 경우 쿨비즈 정도는 모르겠지만 반바지와 샌들까지 착용하는 슈퍼쿨비즈는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청 민원실을 찾은 시민 박모씨는 “반바지를 입으면 편하겠지만 대민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에게 어느 정도의 격식은 필요한 게 아니냐”며 다소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우창 세계경영연구원 교수는 “근무복은 단순한 패션이 아니며 입고 있는 사람의 생각과 집중력까지 변화시키는 중요한 도구”라며 공무원의 쿨비즈에 반대한다. 그는 “직원들의 업무 몰입을 높여주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직무의 본질을 반영하는 복장을 입어야 하며 쿨비즈 운동과 같은 일괄적인 복장 통일보다는 먼저 직무에 요구되는 본질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복장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생각하기

민간기업에서의 복장은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지만 않는다면 어떤 형태가 됐든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공직자의 복장 문제는 일반 직장인과 동일선상에서 논의할 수 없다는 점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법관이 법복을 입고 가톨릭 성직자들이 특수한 복장을 입는 데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런 복장들은 대체로 불편한 것이 사실이지만 옷을 입는 사람이 수행하는 특수한 업무의 성격의 표현하고 그런 일에 더욱 집중하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서울시 '쿨비즈'복장은 올바른 선택일까요
공무원의 복장도 그런 점에서 그냥 편하면 된다는 생각은 재고의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그렇다고 한여름에 냉방온도 역시 그리 낮지 않은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까지 정장을 갖춰 입으라고 요구하는 것도 무리한 일이 될 것이다.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대다수 직장은 물론 공직자들도 여름에는 반소매 와이셔츠에 노타이 차림으로 출근하는 것이 거의 일반화되어 있다.

물론 반바지를 입고 샌들을 신으면 더 시원할 수는 있겠지만 이 정도 복장이면 최근 시원한 소재의 옷이 많이 나온 만큼 참기 어려울 정도로 덥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반바지 입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는 점 또한 감안해야 한다. 실용을 강조하는 슈퍼쿨비즈 복장이 또 하나의 드레스코드가 되어서 비실용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동시에 고려돼야 하겠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