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건전성과 재정수지
기획재정부는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나타내는 관리대상수지가 지난 1분기 21조7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4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1분기 적자 규모로는 사상 최대치다. 관리대상수지에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더한 통합재정수지도 1분기 11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5월30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나라살림의 건전성은 무엇으로 판단할까?
☞ 나라살림이 건전한지 아닌지는 어떻게 판단할까? 가계의 건전성을 보려면 가계부를 살펴보면 되듯 나라살림의 건전성은 재정수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재정(public finance)은 정부가 공공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행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예산안 편성, 집행, 결산뿐만 아니라 국유재산 및 국고금(정부가 공공행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조달하고 운용하는 일체의 현금)의 관리 등 모든 국고 업무가 포괄된다. 예산(budget)은 일정 기간(보통 1년) 국가가 어떤 정책이나 목적을 위해 얼마나 지출하고 이를 위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를 금액으로 표시한 것이다. 예산은 정부(기획재정부)가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정부가 집행하게 된다.

그런데 정부의 예산은 여러 가지가 있다. 크게는 중앙정부 예산과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보통 예산이라고 하면 중앙정부 예산을 의미한다. 중앙정부 예산은 또 △일반회계 △특별회계 △공공기금으로 구성된다. 일반회계는 국세 수입을 주된 재원으로 해 국방 치안 사회복지 등 정부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는 회계다. 특별회계는 국가가 특정 사업을 운영하고자 하거나 특정 세입으로 특정 세출에 충당하고자 할 때 일반회계와 구분해 표시하는 회계다. 우편사업특별회계, 양곡관리특별회계 등 18개 회계가 여기에 포함된다. 공공기금은 특정 사업에 대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자금 지원이 필요하거나 탄력적인 자금 집행이 필요한 경우 예산과 별도로 설치해 운용하는 돈이다. 기금에는 국민연금기금, 고용보험기금, 신용보증기금, 대외경제협력기금, 남북협력기금 등 54개가 있다.

나라살림의 건전성을 따지는 데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만이 아니라 각종 공공기금까지 포함시켜 수입과 지출(수지)을 계산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처럼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및 공공기금으로 구성된 정부 예산을 통틀어 수지를 따져보는 게 통합재정수지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국민연금, 사학연금, 산재보험기금, 고용보험기금)과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원금을 제외한 재정수지가 관리대상수지다. 사회보장성기금은 장래 연금 지급에 대비해 현재 적립 단계에 있어 매년 막대한 흑자가 난다. 따라서 사회보장성기금을 포함시키면 재정의 건전성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공적자금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금융회사 구조조정을 위해 지원한 돈이다. 공적자금 상환은 이미 금융사에 투입된 자금을 국채로 전환해 지원하는 것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 따라서 이를 제외해야 정부의 재정 상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통합재정수지는 △2006년 6조원(GDP의 0.7%) △2007년 37조원(3.8%) △2008년 15조8000억원(1.5%) △2010년 16조7000억원(1.4%) △2011년 18조6000억원(1.5%) 등 거의 매년 흑자를 냈다. 다만 2009년엔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응,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부가 지출을 늘려 17조6000억원(1.7%)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관리대상수지는 2008년 이후 적자 행진을 보이고 있다. 2008년 11조7000억원(GDP 대비 1.1%)의 적자를 낸 것을 비롯해 △2009년 43조2000억원(4.1%) △2010년 13조원(1.1%) △2011년 13조5000억원(1.1%)의 적자를 보였다.

나라살림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데는 주로 관리대상수지를 활용한다. 관리대상수지가 균형을 이루거나 흑자라면 나라살림이 건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관리대상수지 적자폭이 크거나 적자가 오랫동안 계속된다면 정부의 씀씀이가 너무 크다는 얘기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나라살림의 건전성은 무엇으로 판단할까?
통합재정수지는 재정의 건전성 외에 경기 대응 효과 등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 쓰인다. 우리나라의 통합재정수지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건전한 수준이다. 하지만 여기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수자원공사 등 사실상 정부 사업(국책사업)을 수행하는 공기업들의 살림은 포함돼 있지 않다. 최근 이들 공기업 수지는 크게 악화된 상태다. 관리대상수지 또한 몇 년째 적자 행진인 점을 감안하면 나라살림이 비교적 튼튼하다고 마음 놓을 일만은 아니다.

나라살림에 필요한 돈이 부족할 경우 정부는 국채 등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재정적자가 쌓이면 국가부채는 늘어나고, 나라 빚이 쌓이면 결국 국가 부도가 날 수도 있다. 그리스가 지금 꼭 그런 처지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

회원국 간 엇갈린 이해… 머나먼 '유럽 공동 채권'


유로본드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나라살림의 건전성은 무엇으로 판단할까?
☞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이른바 남유럽 PIGS 국가들의 재정위기에 대응해 유럽의 지도자들은 △구제금융 지원 △신재정협약 제정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 설치 △ECB(유럽중앙은행)의 위기국 지원 등 적지 않은 조치를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들은 지난 5월 초 치러진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함에 따라 그 효과가 크게 퇴색한 상태다. 위기국 지원의 전제조건인 ‘허리띠 졸라매기’를 그리스 국민들과 정치 지도자들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유로본드(euro bond)는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 국가들이 공동으로 발행하는 국채를 의미한다. 원래 유로본드는 외국에서 제3국 통화표시로 발행하는 채권을 뜻하는데 유로존 국가들 사이에서 최근 논의 중인 유로본드와는 차이가 있다.

유로존 국가들이 공동으로 국채를 발행하면 어떤 이득이 있을까. 첫째는 국채를 싸게 발행할 수 있다. 유로존의 일부 국가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유로존 전체로 봤을 때는 재정 상황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 지난해 유로존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평균 4.1%, 국가부채 비율은 87.2%였다. 이는 미국의 재정적자 8.7%, 국가부채 100%와 비교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따라서 유로존 국가들이 공동으로 국채를 발행하면 이자(발행금리)를 적게 줘도 된다.

게다가 투자자도 쉽게 모집할 수 있다. 그리스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국은 국채를 발행하려 해도 혹시나 국가가 부도나 투자금을 떼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유로존 공동으로 채권을 발행, 싸게 많은 자금을 조달해 위기를 해소하는 데 사용하자는 게 유로본드의 아이디어다.

하지만 유로본드를 발행한다면 그리스 등 재정위기국은 이득을 보지만 독일 등 경제가 튼튼한 나라는 손해다. 독일은 스스로 국채를 낮은 금리에 얼마든지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독일이 유로본드 발행에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다. 유럽 재정위기 원인 중 하나는 재정이 통합되지 않은 데 있다. 유럽 위기의 분수령은 그리스 국민들이 내달 중순 치러질 2차 총선에서의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