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논술 경시대회] 제13회 생글논술경시대회 인문계 고3 유형 논제-해제


제시문 1

콩트(A. Comte)와 뒤르겜(E. Durkheim) 등과 같은 사회학자들은 사회를 사람이나 동물과 같은 생물 유기체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사람의 몸은 여러 가지 기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기관은 사람들이 생명을 유지하고 적절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독특한 기능을 수행한다. 각 기관은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매우 정교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사회를 구성하는 각 부분들이 사회의 유지와 존속을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중략)

사회 문제나 갈등은 어떤 특정 제도나 조직 또는 개인이 주어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발생하며, 이는 사회 전체의 변화를 통해서보다는 사회화과정이나 통제과정과 같은 약간의 조정과 보완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같은 맥락에서 데이비스(K. Davis)와 무어(W.E. Moore)는 어느 사회에서든지 특정한 사회적 지위가 있기 마련이고, 이 특정한 사회적 지위는 특수한 기능과 역량을 가지고 있어서 이것이 전체 사회를 영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본다.


제시문 2

나는 25년 동안 경주마처럼 길고 긴 트랙을 질주해왔다. 우수한 경주마로, 함께 트랙을 질주하는 무수한 친구들을 제치고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나를 앞질러 달려가는 친구들 때문에 불안해하면서. 그렇게 소위 ‘명문대 입학’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취업’이라는 두 번째 관문을 통과시켜 줄 자격증 꾸러미가 보인다. 너의 자격증 앞에 나의 자격증이 우월하고 또 다른 너의 자격증 앞에 나의 자격증이 무력하고, 그리하여 새로운 자격증을 향한 경쟁 질주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이제서야 나는 알아차렸다. 내가 달리고 있는 곳이 끝이 없는 트랙임을. 앞서 간다 해도 영원히 초원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트랙임을. (중략)그러나 동시에 그들의 유지자가 되었던 내 작은 탓을 묻는다. 깊은 슬픔으로.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을 용서받고, 경쟁에서 이기는 능력만을 키우며 나를 값비싼 상품으로 가공해온 내가 체제를 떠받치고 있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이 시대에 가장 위악한 것 중에 하나가 졸업장 인생인 나, 나 자신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제시문 3

길동이 점점 자라 팔 세 되매, 총명이 보통을 넘어 하나를 들으면 백을 통하니 공이 더욱 애중(愛重)하나 근본 천생(賤生)이라, 길동이 매양 호부호형(呼父呼兄)하면 문득 꾸짖어 못하게 하니 길동이 십 세 넘도록 감히 부형(父兄)을 부르지 못하고 비복(婢僕) 등이 천대함을 각골통한(刻骨痛恨)하여 심사를 정치 못하더니, 추구월 망간(望間)을 당하매 명월(明月)은 조요(照耀)하고 청풍(淸風)은 소슬하여 사람의 심회(心懷)를 돕는지라. (중략) 나는 어찌하여 한 몸이 적막(寂寞)하고 부형이 있으되 호부호형을 못 하니 심장이 터질지라. 어찌 통한(痛恨)치 아니리요.”(중략)

“나는 홍 판서의 천첩 소생 길동이니, 가중(家中)의 천대를 받지 아니 하려 사해팔방(四海八方)으로 정처 없이 다니다가, 우연히 이곳에 들어와 모든 호걸들이 동료가 되어 달라 청하시니 불승감사(不勝感謝) 하거니와 장부가 어찌 저만한 돌 들기를 근심하리오.”

하고 그 돌을 들어 수십 보를 행하다가 던지니 그 돌 무게 천근이라. 제적(諸賊))이 일시에 칭찬하여 가로되, “과연 장사로다. 우리 수천 명 중에 이 돌 들 자 없더니 오늘날 하늘이 도우사 장군을 주심이로다.” (중략)

이후로 길동이 자호(自號)를 활빈당이라 하여 조선 팔도로 다니며 각 읍 수령이 불의의 재물이 있으면 탈취하고 혹 지빈무의(至貧無依)한 자 있으면 구제하며, 백성을 침범치 아니하고 나라에 속한 재물은 추호도 범치 아니하고 이러므로 제적이 그 의취(意趣))를 탄복하더라.


제시문 4

어떤 사회학자들은 사회란 합의에 의해서라기보다 갈등에 의해 더욱 적합하게 특징지워진다고 가정하며, 사회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갈등에 주목한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사회는 경제적 부, 정치 권력, 사회적 위신 등과 같은 희소 자원을 보다 많이 획득하려는 구성원들 간의 경쟁과 투쟁의 장이다. 이들은 사회질서와 통합은 사회를 구성하는 부분들 간의 기능적 연관이나 공유된 가치와 규범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갈등하는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들 사이에서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복종시키는 관계에서 성립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이들은 사회 집단들 사이에 존재하는 불평등에 많은 관심을 두며, 사회문제나 사회운동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사회가 보다 발전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로 간주한다. 이들은 사회문제의 원인을 잘못된 사회구조에서 찾으며, 이를 소수가 다수를 힘으로 지배하고 착취하는 제도의 필연적 산물로 본다. 따라서 이들은 잘못된 사회구조의 제도적 개혁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제시문 5


기업에서 여성의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의미하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모든 국가에서 발견되는 보편적 현상이다. 여성이 기업조직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직무에 수평적으로 분리되는 현상을 지칭하는 ‘유리벽’(Glass Wall)은 유리천장의 원인을 규명하려는 노력에서 탄생한 용어다. 즉, 여성의 일자리가 암묵적으로 비핵심 직무에 국한된다면 여성이 남성보다 승진 가능성이 뒤떨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중략)

유리천장이 유리벽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하더라도 의문은 계속 남는다. 그렇다면 성별로 서로 다른 일자리, 특히 여성에게는 낮은 보상과 승진 가능성이 없는 나쁜 일자리가 주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자들은 이에 대해 남성보다 여성의 인적자원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여성 스스로 일과 가족을 양립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따라서 승진 가능성이 낮은 직무를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중략) 이러다 보니 전체 임금격차의 90% 이상을 설명하는 요인들 중에는 교육, 경력, 근속기간과 같은 생산적 요소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1> 각 제시문(1~5)들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 관한 것이다. 제시문들을 두 입장으로 묶고, 각 입장의 논지를 서술하시오. (600~700자)(30점)

<문제2> 문제1의 두 입장에서 <보기1>의 월가 점령시위(Occupy Wall Street)를 각각 평가해 보시오.(500~600자)(30점)
[생글논술 경시대회] 제13회 생글논술경시대회 인문계 고3 유형 논제-해제
<문제3> <표1>의 결과가 나타난 이유를 <표2>와 <표3>의 내용과 문제1의 두 입장을 연관지어 설명하시오. (700~800자)(40점)
[생글논술 경시대회] 제13회 생글논술경시대회 인문계 고3 유형 논제-해제
[생글논술 경시대회] 제13회 생글논술경시대회 인문계 고3 유형 논제-해제
<표3> 1967~2008년 미국내 인종별 소득의 변화 추이
[생글논술 경시대회] 제13회 생글논술경시대회 인문계 고3 유형 논제-해제
* 출처 : ‘Income, Poverty, and Health Insurance Coverage in the United States: 2008’


[생글논술 경시대회] 제13회 생글논술경시대회 인문계 고3 유형 논제-해제

제13회 생글논술경시대회 인문계 고3 유형 해제

▨ 1번 문제 해설

제시문이 5개일 경우, 혹은 구분이 쉽지 않을 경우 <원리+사례>와 같은 식으로 구분하는 것이 더 용이하다. 사례들로만 비교하자면, 그 기준이 선명하지 않기 때문에 원론에 가까운 이론이나 원리를 찾아내는 것이 비교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가령 (1)과 (4)가 그런 제시문이 된다. 제시문 (1)은 기능론적 관점의 원론적인 내용을 설명한다. 일군의 사회학자들은 한 사회를 생물 유기체에 비유하여 이해한다. 고유한 기능을 지닌 각각의 기관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 모든 부분이 일정한 합의 아래에서 사회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조직이나 개인이 이러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기능론은 세상 어떤 사람이나 조직이든, 고유하게 사회적 기능을 맡고 있다고 본다. (일종의 합리화라고 봐도 좋다.) 그러므로, 이런 사고방식에서는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려는) 보수적 사고가 싹트기 마련이다.

그 다음의 원론이 될 수 있는 제시문은 (4)이다. 제시문 (4)는 갈등론에 대한 원론적인 설명이다. 갈등론에 의하면, 사회는 희소한 자원을 두고 구성원들 간의 투쟁이 벌어지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공유되지 않은 서로간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서로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서로 싸우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운동을 통해 잘못된 사회구조를 조정함으로써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다. (1)과 쌍둥이처럼 대칭되고 있으므로, 그 포인트가 <사회에는 합의된 규칙이 있는가?> <갈등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계층분화는 어떻게 설명되는가?> 등과 같은 요소들에 있다는 것을 알고 살펴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제시문 (2)는 경쟁 구조 속에서 아무런 비판없이 더 높은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에 참여했던 자신의 모습을 고백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경쟁과 착취가 다시 이 구조를 공고히 해주었다는 사실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는 점에서, 갈등론적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제시문 (3)의 홍길동은 능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서자라는 신분적 한계를 넘지 못하고 괴로워하고 있다. 그는 훗날 활빈당을 만들어 사회 내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자 탐관오리들을 징치하고 다니게 된다는 점에서 갈등론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성별 임금격차에 대해 설명해주는 제시문 (5)는 유리벽과 유리천장으로 인해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더 적은 임금을 받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 차이의 핵심적인 요인이 교육기간이나 경력과 같은 생산적 요소라는 점에서 기능론적 관점을 고수하고 있다.


▨ 2번 문제 해설

기본적으로 기능론과 갈등론은 ‘현실의 상황에 대해 우호적이냐, 비판적이냐’를 두고 나뉘어진다. 월가 점령시위란 당연히 현재의 체제가 잘못되었다, 부자들만 배불리는 시스템(자본주의)이라는 사람들이 나선 시위이다. <보기>에서 언급되는 주된 소재들은 <1%의 탐욕> 그리고 <해고와 실업>과 같은 불안정한 경제생활에 관한 것이다. 돈은 들여서 대학을 갔으나, 취업은 되지 않는 극심한 불경기. 우리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 대해 갈등론자들은 당연히 “1%가 우리를 착취했기 때문” 혹은 “있는 재화를 1%가 다 쓸어갔기 때문”이라고 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위가 사회의 구조를 평등하게 바꾸고, 사회를 한층 더 발전된 단계의 사회로 바꿀 것이라고 믿을 것이다. 반대로, 기능론자들은? 제시문 (1)은 이렇게 대답한다. “네가 해야 할 일은 식당 웨이터 같은 파트타임 일자리 맞아. 지금 네게 맞는 게 그것밖에 없거든. 혹 맘에 들지 않는다면, 다시 알아봐줄게. 아니면 재교육이라도 받을래? 능력이 없어서 그런 걸 어쩌냐? 저 사람들은 너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야. 넌 네게 맞는 그 일(웨이터)을 계속 하는 게 최선이라고!”


▨ 3번 문제 해설

<표1>의 결과란 무엇인가? 미국 내에서 소수인종, 사회적 약자라고 평가받는 흑인이나 라틴계 사람들의 참가율이 낮은 것이다. 사회적 불평등에 의한 차별이라면 이들이 가장 앞장서서 나서야 할 것이지만, 이들은 나서지 않고 있다. 또, 아시아계는 어찌된 것인가?

<표2>의 위로부터 질문1이라고 해보자. 은행에 대한 이용률은 전체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백인에 비해 흑인이나 라틴계는 80% 정도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왜 은행을 이용하지 못할까? (우리가 쉽게 예상한다면, 신용불량 뭐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질문2의 경우, 1금융권이 아니라면, 저축은행 혹은 사채전문대부업체 뭐 이런 것이 된다. 은행에 제대로 출입하지 못하는 흑인, 라틴계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파산의 위험을 보여주는 질문3을 봐도 그렇다. 그나마 안정적인 백인에 비해 흑인은 무려 5배에 가깝다. 물론, 실업상태 역시 그렇다. 흑인의 실업률은 백인의 2배다. 모든 면에서 백인은 가장 안정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반면 흑인과 라틴계는 열악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왜 <표1>의 결과나 나왔는가? 흑인과 라틴계는 분노를 모를까?

자, 그럼 미국 내 인종별 소득의 변화 추이를 보여주는 <표3>으로 넘어가보자. 아시아인들은 애초부터 잘살았다. 대부분의 아시아인들이 부지런하기도 하거니와, 어느 정도 안정된 지위를 갖춘 사람들이 넘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아시아인들은 그다지 사회에 대한 불만도 없을 것이다. 그 다음 소득의 순위는 백인-라틴계-흑인 순이다. 백인은 평균 이상이었고, 라틴계와 흑인은 그보다 60~70% 선의 소득만을 가지고 있다. 즉, 평균 이상이었던 백인은 분노하며 거리로 뛰쳐나왔고, 평균 이하였던 라틴계와 흑인은 그다지 분노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실업이 심해졌다고!” “그게 뭐?”

아마 흑인들은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 “우린 원래부터 가난했어. 원래부터 실업상태였다고. 굳이 실업이 더 심해졌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어.”

즉, 정리하자면, 백인들은 그동안 만족해오던 생활에서 변화가 생기자, 즉 실업률이 증가하고 평균소득 자체가 줄어들자 갈등론적인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관철되지 못하는 상황이 오자 비판적으로 변한 것이다. 반대로, 라틴계나 흑인은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이 그대로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비판이고 뭐고 필요없이) 이들은 기능론자들인 셈이다. 아시아인들 역시 원래부터 높은 소득이었던 고로, 이번 사태에서도 그다지 피해를 입지 않았다. 불만족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기능론적 입장이다.

이용준 S·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