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만 해도 프랑스 정치권에서 그는 관심권 밖이었다. 프랑스 대통령이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그 스스로 최근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년 전만 해도 나는 외톨이였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하지만 대권(大權)은 하늘이 주는 것이라고 했던가. 1년 전 프랑스 사회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성추문으로 낙마하면서 대통령 후보군에 진입했고 드디어 프랑스 정치사에서 17년 만에 좌파로 정권을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피플 & 뉴스] 佛 좌파 대통령 올랑드, 우향우로 방향틀까?
지난 6일 치러진 프랑스 대통령선거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꺾고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 공식관저) 입성을 확정지은 프랑수아 올랑드가 주인공이다.

사회당 내에서 온건파로 분류되는 올랑드는 대중에게 특별한 인상을 주지 못한 그저 ‘이웃집 아저씨’ 정도의 이미지였다.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국립행정학교와 파리정치대를 졸업한 뒤 변호사와 대학교수로 일하다 1974년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대선캠프에 참여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1997년부터 2008년까지 무려 11년간 사회당 대표를 맡았지만 행정경험이 없는 것이 최대 약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사회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예상을 깨고 마르틴 오브리를 꺾은 뒤 체중을 15㎏나 줄이면서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직설적이고 다변가인 사르코지와는 달리 남의 얘기를 잘 듣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강조해 호응을 얻었다.

엘리제궁에 입성하는 퍼스트레이디도 눈길을 끈다. 프랑스 최초로 정식 부인이 아닌 동거녀가 퍼스트레이디에 오르게 됐기 때문이다. 올랑드는 두 번 이혼 후 프랑스 주간지 파리마치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발레리 트리에르베일레와 2007년부터 동거를 하고 있다.

주목을 끄는 것은 올랑드가 프랑스의 경제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성장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특히 유럽에서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긴축정책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한 상태여서 그가 긴축완화 쪽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면 그리스 등 다른 나라의 경제운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23일 열리는 유럽연합(EU)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올랑드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올랑드가 부자 증세, 최저임금 인상, 대기업 법인세 감면혜택 등의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르코지와 박자를 맞춰 유럽의 재정위기 극복을 주도해 오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파트너십도 변수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일단 ‘불편한 공조’에 비중을 두는 모습이다. 올랑드가 17년 만에 프랑스 좌파정권을 탄생시켰지만 갈 길은 멀고 험하다. 무엇보다 재정악화를 최소화하면서 자국의 경제를 성장시켜야 하고, 위기의 유럽국가들을 구원해야 하는 리더십도 발휘해야 한다. ☞ 관련기사 6면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