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와 유럽 자동차시장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한국산 자동차 수입이 급증하자 유럽 자동차업계가 한·EU FTA 개정을 위한 로비에 나섰다. 한국 세관에 따르면 한·EU FTA가 발효된 지난해 7월 이후 올 3월까지 한국 자동차업체들의 대(對)유럽 수출은 약 67% 늘어난 반면 유럽 자동차업체들의 대한국 수출은 7% 증가하는 데 그쳤다. -5월3일 월스트리트저널
☞ 한·EU FTA 발효 이후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가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약진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하듯 유럽 자동차업계가 발효 1년도 채 안 된 한·EU FTA를 개정해야 한다고까지 나선 실정이다. 벌써부터 한국 자동차업체들이 시장을 잠식해오고 있는데 한·EU FTA 조항대로 10%에 달하는 관세가 모두 철폐되면 유럽 업체들의 설자리가 크게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돼 있다. 지난해 7월 발효된 한·EU FTA는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10%)를 중·대형 승용차는 3년, 소형 승용차는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없애도록 돼 있다.
올해 유럽의 자동차 판매는 5년 연속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 1분기 판매는 7.3% 줄어들었다. 재정위기 여파로 유럽인들의 소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아트, 르노, 포드·GM 유럽법인 등은 손실을 냈거나 이익이 줄어들었다. 유럽 시장 점유율이 8.5%인 유럽 포드는 1분기 1억4900만달러의 손실을 냈으며, 유럽 GM도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기아자동차는 1분기 유럽시장에서 전년 동기보다 17.1% 증가한 19만4545대를 팔았다. 유럽 시장 점유율은 사상 최고 수준인 5.7%로 도요타(15만6616대)와 닛산(13만907대) 등 경쟁 일본업체를 뛰어넘는다. 시장점유율은 독일 BMW와 같은 7위 수준이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 격전지로 자동차 종주국이라 부를 만한 독일의 수입차 시장에서 3만9565대를 팔아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르노를 2위(3만8363대)로 밀어내고 사상 처음으로 1위(현지 생산 외국 브랜드 제외)에 올랐다. 1990년 현대차가 독일에 진출한 지 22년 만이다. 현대·기아차가 유럽에서 쾌속 질주하는 것은 ‘i30’ ‘i40’와 ‘신형 모닝’ 등 값싸고 성능 좋은 전략 차종을 투입해 마케팅을 강화한 덕분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공격적 마케팅으로 유럽 재정위기에 정면 돌파하라’고 주문한 게 먹혀들었다”고 말했다.
유럽 GM의 경우도 ‘쉐보레’ 브랜드의 매출이 11.3% 늘었다. ‘쉐보레’는 한국GM이 대부분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자동차업체의 공습이 이어지자 지난 4월 말 유럽 자동차업체 관계자들은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임을 가졌다. 유럽 포드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븐 오델은 “불균형적인 한·EU FTA가 발효되면서 유럽 업체들이 수익을 내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한·미 FTA는 수출물량이 한 국가로 일방적으로 몰릴 경우 상대 국가가 관세혜택을 철회하는 스냅백 조항을 두고 있는데 한·EU FTA에도 이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 CEO인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도 “한국산 자동차는 생산과잉과 구조조정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 자동차업체들에 추가적인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며 “FTA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 포드는 스페인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를 비롯한 EU 지도자들에게 한·EU FTA 개정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수입차 시장은 한 달 평균 1만대 수준으로 BMW 벤츠 아우디 등 유럽 업체들의 점유율이 70%를 조금 넘는다. 지난해 10만5000여대에 달한 수입차 시장 중 유럽차는 7만8000대였다.
FTA는 시장이 넓어지는 것이지 그 자체로선 득도 실도 아니다. 자동차 시장에서 보듯 어느 기업이 경쟁력을 갖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한국산 자동차 수입을 막아달라는 유럽 업체들의 호소(?)는 역설적으로 FTA가 대한민국 경제에 큰 힘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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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권 사고 판다…'탄소 경영' 발등의 불
탄소배출권 거래법안 국회 통과
탄소배출권 거래 법안이 오랜 진통 끝에 2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정부가 관련 법안을 지난해 4월 국회에 제출했으나 수출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기업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해왔다. - 5월3일 한국경제신문
☞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제도다. 국가나 기업별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량을 할당한 뒤 이 배출권리를 사거나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에 대한 할당은 각국 정부가 모이는 유엔 차원에서 이뤄지고, 기업은 해당국 정부가 할당량을 정한다. 이렇게 되면 기술 개발 등으로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이 할당량보다 적은 기업(국가)은 할당량과 실제 배출량과의 차이(배출권)를 시장에서 팔 수 있게 된다. 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할당량보다 많은 기업(국가)은 배출권을 사야 공장을 가동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이처럼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게 한 까닭에 인센티브(시장 메커니즘)를 통해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줄일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EU는 2005년부터 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시장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뉴질랜드도 이미 배출권제를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미국 일본 호주 중국 인도 등도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탄소 배출권 거래제 시행 대상 기업은 연간 탄소 배출량이 12만5000 이상인 기업과 2만5000을 넘는 작업장(공장)이다. 한국은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연간 배출량이 6억에 달한다.
정부가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제출한 건 지난해 4월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경쟁국가보다 앞장서 탄소 배출을 줄이게 되면 부담이 만만찮아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강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한국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배출권 제도 시행으로 철강 석유화학 등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5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업들엔 부담이 되겠지만 앞장서 온난화에 대응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온실가스를 줄일 바에야 앞장서 감축하면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적극 동참하면서 관련 녹색·환경기술을 개발하고 이 분야 시장에서도 앞서 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2009년 정부는 온실가스를 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이라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이 법에 따라 탄소배출권제는 당초 2013년에서 2015년으로 2년 늦춰 도입된다. 이로써 한국은 아시아에서 이 제도를 전국적으로 시행하게 되는 몇 안 되는 국가에 속하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펴낸 ‘환경전망 2050 보고서’에서 2010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은 사상 최고치인 30.6기가톤(Gt)을 기록했다며 2050년 지구 평균기온이 3~6도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구온난화가 발등의 불이 된 지금 기업들로서도 배출 탄소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탄소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한국산 자동차 수입이 급증하자 유럽 자동차업계가 한·EU FTA 개정을 위한 로비에 나섰다. 한국 세관에 따르면 한·EU FTA가 발효된 지난해 7월 이후 올 3월까지 한국 자동차업체들의 대(對)유럽 수출은 약 67% 늘어난 반면 유럽 자동차업체들의 대한국 수출은 7% 증가하는 데 그쳤다. -5월3일 월스트리트저널
☞ 한·EU FTA 발효 이후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가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약진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하듯 유럽 자동차업계가 발효 1년도 채 안 된 한·EU FTA를 개정해야 한다고까지 나선 실정이다. 벌써부터 한국 자동차업체들이 시장을 잠식해오고 있는데 한·EU FTA 조항대로 10%에 달하는 관세가 모두 철폐되면 유럽 업체들의 설자리가 크게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돼 있다. 지난해 7월 발효된 한·EU FTA는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10%)를 중·대형 승용차는 3년, 소형 승용차는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없애도록 돼 있다.
올해 유럽의 자동차 판매는 5년 연속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 1분기 판매는 7.3% 줄어들었다. 재정위기 여파로 유럽인들의 소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다수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아트, 르노, 포드·GM 유럽법인 등은 손실을 냈거나 이익이 줄어들었다. 유럽 시장 점유율이 8.5%인 유럽 포드는 1분기 1억4900만달러의 손실을 냈으며, 유럽 GM도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기아자동차는 1분기 유럽시장에서 전년 동기보다 17.1% 증가한 19만4545대를 팔았다. 유럽 시장 점유율은 사상 최고 수준인 5.7%로 도요타(15만6616대)와 닛산(13만907대) 등 경쟁 일본업체를 뛰어넘는다. 시장점유율은 독일 BMW와 같은 7위 수준이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 격전지로 자동차 종주국이라 부를 만한 독일의 수입차 시장에서 3만9565대를 팔아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르노를 2위(3만8363대)로 밀어내고 사상 처음으로 1위(현지 생산 외국 브랜드 제외)에 올랐다. 1990년 현대차가 독일에 진출한 지 22년 만이다. 현대·기아차가 유럽에서 쾌속 질주하는 것은 ‘i30’ ‘i40’와 ‘신형 모닝’ 등 값싸고 성능 좋은 전략 차종을 투입해 마케팅을 강화한 덕분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공격적 마케팅으로 유럽 재정위기에 정면 돌파하라’고 주문한 게 먹혀들었다”고 말했다.
유럽 GM의 경우도 ‘쉐보레’ 브랜드의 매출이 11.3% 늘었다. ‘쉐보레’는 한국GM이 대부분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자동차업체의 공습이 이어지자 지난 4월 말 유럽 자동차업체 관계자들은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임을 가졌다. 유럽 포드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븐 오델은 “불균형적인 한·EU FTA가 발효되면서 유럽 업체들이 수익을 내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한·미 FTA는 수출물량이 한 국가로 일방적으로 몰릴 경우 상대 국가가 관세혜택을 철회하는 스냅백 조항을 두고 있는데 한·EU FTA에도 이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 CEO인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도 “한국산 자동차는 생산과잉과 구조조정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 자동차업체들에 추가적인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며 “FTA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 포드는 스페인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를 비롯한 EU 지도자들에게 한·EU FTA 개정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수입차 시장은 한 달 평균 1만대 수준으로 BMW 벤츠 아우디 등 유럽 업체들의 점유율이 70%를 조금 넘는다. 지난해 10만5000여대에 달한 수입차 시장 중 유럽차는 7만8000대였다.
FTA는 시장이 넓어지는 것이지 그 자체로선 득도 실도 아니다. 자동차 시장에서 보듯 어느 기업이 경쟁력을 갖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한국산 자동차 수입을 막아달라는 유럽 업체들의 호소(?)는 역설적으로 FTA가 대한민국 경제에 큰 힘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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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권 사고 판다…'탄소 경영' 발등의 불
탄소배출권 거래법안 국회 통과
탄소배출권 거래 법안이 오랜 진통 끝에 2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정부가 관련 법안을 지난해 4월 국회에 제출했으나 수출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기업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해왔다. - 5월3일 한국경제신문
☞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제도다. 국가나 기업별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량을 할당한 뒤 이 배출권리를 사거나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에 대한 할당은 각국 정부가 모이는 유엔 차원에서 이뤄지고, 기업은 해당국 정부가 할당량을 정한다. 이렇게 되면 기술 개발 등으로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이 할당량보다 적은 기업(국가)은 할당량과 실제 배출량과의 차이(배출권)를 시장에서 팔 수 있게 된다. 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할당량보다 많은 기업(국가)은 배출권을 사야 공장을 가동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이처럼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게 한 까닭에 인센티브(시장 메커니즘)를 통해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줄일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EU는 2005년부터 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시장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뉴질랜드도 이미 배출권제를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미국 일본 호주 중국 인도 등도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탄소 배출권 거래제 시행 대상 기업은 연간 탄소 배출량이 12만5000 이상인 기업과 2만5000을 넘는 작업장(공장)이다. 한국은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연간 배출량이 6억에 달한다.
정부가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제출한 건 지난해 4월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경쟁국가보다 앞장서 탄소 배출을 줄이게 되면 부담이 만만찮아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강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한국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배출권 제도 시행으로 철강 석유화학 등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5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업들엔 부담이 되겠지만 앞장서 온난화에 대응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온실가스를 줄일 바에야 앞장서 감축하면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적극 동참하면서 관련 녹색·환경기술을 개발하고 이 분야 시장에서도 앞서 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2009년 정부는 온실가스를 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이라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이 법에 따라 탄소배출권제는 당초 2013년에서 2015년으로 2년 늦춰 도입된다. 이로써 한국은 아시아에서 이 제도를 전국적으로 시행하게 되는 몇 안 되는 국가에 속하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펴낸 ‘환경전망 2050 보고서’에서 2010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은 사상 최고치인 30.6기가톤(Gt)을 기록했다며 2050년 지구 평균기온이 3~6도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구온난화가 발등의 불이 된 지금 기업들로서도 배출 탄소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탄소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