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한국 경제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빨라 2045년에는 전체 인구의 평균 연령이 50세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9일 영국 투자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내놓은 ‘인구 고령화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6년부터 노동인구가 줄어 2020년에는 유럽·일본보다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 6월19일 연합뉴스

☞ “맬서스는 19세기를 (산업혁명에 따른) 유토피아적 환상으로 낙관하던 사람들의 낭만적인 꿈을 앗아가 버렸다. 그는 인류가 환희에 넘치는 미래를 맞기는커녕 인구 과다로 인해 사회 붕괴와 소멸을 맞게 되리라고 전망했던 것이다. 언론은 맬서스를 심판했고 즉각 그에게 유죄 선고를 내렸다. 새로운 세기를 맞는 감격적인 순간에 맬서스는 재수없는 소리만 늘어놓아 흥을 깨버렸던 것이다.”(토드 부크홀츠,《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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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인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가 1798년 《인구론》을 내놓은 이후 오랫동안 인구 증가는 인류 삶을 악화시키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여겨져 왔다. 기술 발전과 경제 성장으로 맬서스의 불길한 예언(?)은 다행히 빗나갔지만 이제 세계 주요국들은 점차 정반대의 공포에 사로잡히고 있다. 바로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초래할지도 모를 ‘디스토피아’다.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왜 문제가 될까? 한 나라의 경제력은 보통 GDP(국내총생산)의 크기로 측정된다. GDP는 일정 기간(보통 1년이나 1분기) 동안 한 나라안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합친 것이다. GDP를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양대 생산 요소인 자본과 노동의 양과 질이다. 생산에 투입되는 자본과 노동의 양이 많을수록, 질이 높을수록 생산성이 높아지고 GDP가 커지는 것이다. 따라서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GDP를 줄이고 경제활력을 앗아간다. 일할 사람이 줄어들면서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고 성장이 정체되며, 일자리 또한 사라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게다가 각종 사회연금 등 고령인구를 보살피는 데 들어가는 돈도 천문학적으로 늘게 된다. 그래서 급속한 고령화는 자칫 재앙일 수도 있다.

한국인의 평균 연령은 최근 미국을 넘어섰다. 2020년에는 유럽을 앞지르고 2045년에는 평균 연령이 50세로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라고 하는데 한국은 이미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엔 고령사회, 2026년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RBS는 인구 고령화 탓에 한국의 노동인구가 2025년까지 매년 1.2% 줄어들고 그 이후 2050년까지는 2%씩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65세 이상 고령자를 15~64세 노동가능인구로 나눈 값인 노년부양비는 2020년까지 10년 동안 연 15%포인트씩 증가해 2039년에는 고령자 수가 노동인구를 웃돌 것으로 관측했다. 이런 추세라면 2050년에는 1명의 노동인구가 1.65명의 고령자를 부양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한국의 잠재성장률(물가 상승 없이 최대한 이룰 수 있는 성장률)은 2011년 4.2%에서 2023년에는 3.1%로 하락하고 2050년에는 2.5%에 그칠 것으로 RBS는 추정했다.

고령화의 원인은 국민소득 증가 등에 힘입어 수명이 늘어난 반면 출산율은 저조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임여성 한 사람이 일생동안 낳는 아이 수는 평균 1.2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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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와 함께 ‘나홀로 가구’도 급증 추세다. 통계청이 계산한 장기 추계에 따르면 올해 말 1인 가구 비율은 25.3%에 이르게 된다. 30% 전후인 노르웨이·일본·영국에 이어 미국(26.7%)에 가까운 세계 최상위권이다. 서울시의 경우 이미 1인 가구가 85만4606가구로 4인 가구(80만7836)를 앞질렀다. 불과 10년 전인 2000년에는 4인 가구 수(98만9621)가 1인 가구(50만2245)의 두 배였다.

고령화와 나홀로 가구의 급증은 일본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듯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가족을 해체시키는 등 사회·경제적으로 큰 문제다. 급속한 고령화의 문제를 막으려면 육아와 교육비 등의 부담을 줄여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 아직까지 낮은 수준인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도 끌어올려야 한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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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더 걷어 나라 빚 줄이려는 일본


소비세율 인상과 日 재정적자
일본 정치권이 소비세율을 올리기로 합의했다. 증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현행 5%인 소비세율은 2014년 8%, 2015년 10%로 인상된다. 소비세율을 올리는 것은 1997년 이후 17년만이다. 일본 언론들은 17일 “집권 민주당과 야당인 자민·공명 3당이 마라톤 협상을 거친 끝에 소비세율 인상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200%가 넘는 국가 부채비율 등을 감안할 때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데 여야가 공감한 것이다. - 6월18일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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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나라 빚은 지난해 말 기준 GDP의 211.7%다. 올해 말엔 240%(IMF 전망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부도 위기까지 몰리고 있는 그리스(162%), 스페인(72%)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이처럼 국가부채가 많은 데도 남유럽 국가들처럼 재정위기에 몰리지 않은 것은 순전히 나라에 돈을 빌려준(다시 말해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사준) 투자자들이 대부분 일본 금융회사와 국민들인 덕분이다.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 중 90% 이상을 일본 금융사와 개인이 갖고 있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1997년 이후 15년 만에 두 배로 부풀었다. 액수로는 무려 1000조엔이다. 반면 같은 기간 명목 GDP는 10% 줄었다. 이처럼 나라 빚이 늘어난 것은 고령화로 인해 복지 관련 비용이 매년 1조엔 정도 늘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세수는 늘지 않고 있어서다.

메이지대 가토 히사가즈 교수는 “올해 65세 일본 고령자의 경우 태어날 때 15만엔(약 225만원)의 빚을 떠안고 태어났지만 현재 두 살 어린이의 경우 723만엔(1억800만원)의 빚을 떠안고 태어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초 버블 붕괴로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 1980년대 연평균 4.6%에서 2000년대 0.7%로 떨어졌다. 이처럼 경제가 좋지 않아 세금이 늘지 않으면서 한 해 필요한 정부 예산의 절반을 빚(국채 발행)으로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미국 헤지펀드인 헤이먼캐피탈의 창업자 카일 배스는 “미국인들이 절대적으로 믿고 있던 주택 호황이 버블 붕괴로 이어진 것처럼 일본 국채의 안전 신화도 곧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본은 1989년 4월 소비세(3%)를 처음 도입했으며 1997년 4월 자민당 하시모토 정권 당시 5%로 인상했다. 소비세는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한다. 상품을 살때 상품 값의 일정률로 부과하는 간접세의 일종이다. 세금 인상은 선거 표에 악재다. 그런데도 집권 민주당이 각종 복지 공약을 폐기하고 우여곡절 끝에 소비세를 두 배로 올리기로 한 것은 자칫 잘못하다간 그리스나 스페인 꼴이 될 수 있다는 다급함이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