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과 일자리 창출
소규모 창업이나 벤처 설립을 활성화하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 도입된다. 개인이나 신생 기업이 창업 아이디어를 인터넷에 올려 다수의 소액 투자자를 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1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투자·일자리 분야 추진과제’를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 5월2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SNS 통해 사업 자금 모집하는 펀드
☞ ‘크라우드 펀딩’은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뜻이다. 원래는 문화·예술 프로젝트 후원자 모집이나 재난구호 사업에 필요한 돈을 모을 때 사용됐던 용어다. 자금이 없는 예술가나 사회활동가 등이 자신의 창작 아이디어나 사회공익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로부터 투자를 받는 방식이다. 목표액과 모금기간이 정해져 있는 게 일반적이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만~수십만원의 적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다. 후원에 대한 보상은 현금이 아닌 음반이나 공연티켓, 책 등 프로젝트 결과물로 많이 이뤄진다.

자금 모집은 인터넷이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다. SNS를 통해 사업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소규모 벤처 설립에 필요한 2억~3억원가량의 돈을 모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소셜 펀딩’이라고도 한다. 최근엔 신규 사업을 위한 소액 투자자 모집으로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크라우드 펀딩을 실시한 사이트는 2008년 1월 선보인 인디고고(www.indiegogo.com)로 알려져 있다. 가장 유명한 크라우드 펀딩은 2009년 4월 출범한 미국의 킥스타터(www.kickstarter.com)다. 크라우드 펀딩은 미국과 유럽 등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텀블벅(www.tumblbug.com), 굿펀딩(www.goodfunding.net), 업스타트(www.upstart.kr) 등 5~6개 업체가 운영되고 있다.

정부가 내년 중 크라우드 펀딩 설립을 허용하려는 것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것이다. 아이디어가 있는 청년들의 창업을 북돋움으로써 실업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뜻이다. 미국에서도 행정부와 의회가 힘을 합쳐 지난달 크라우드 펀딩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이른바 ‘잡스(JOBS·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법’을 제정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븐 잡스의 이름를 연상시키는 이 법은 신생기업(Startups) 지원법으로 새로 생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손쉽게 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게 취지다.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기업공개(IPO) 절차와 규제를 신생 기업들에 한해 대폭 간소화하고, 소액 투자자를 모을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도 허용한 게 주요 내용이다.

그렇다면 각국 정부는 왜 진즉 크라우드 펀딩을 허용하지 않았을까? 이유는 정보비대칭에 따른 투자자 보호 때문이다. 누구나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돈을 모을 수 있게 되면 사기를 치려는 사람들도 생기게 마련이다. 그럴듯한 아이디어를 올려 자금을 챙긴 후 잠적해버리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지난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버블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잡스법에서 투자자의 소득에 따라 투자할 수 있는 금액 상한선을 설정한 것도 이런 후유증을 우려해서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SNS 통해 사업 자금 모집하는 펀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신생 기업들은 나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지난해 미국에서 신생·벤처 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의 자금 규모는 무려 284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주로 창업 초기 회사에 투자하는 엔젤 펀드(angel fund)도 활성화되고 있다. 벤처캐피털이나 엔젤 자금은 정부의 감시와 감독을 받으며 자금 모집과 투자가 이뤄진다.

크라우드 펀딩보다는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크라우드 펀딩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좋은 아이디어가 실제로 사업화가 되고 소액 투자자들도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칫 하다간 2000년대 초처럼 사회적 물의만 일으킨 채 건실한 청년 기업가들의 평판을 깎아내릴 수도 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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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에 등록않고 휴대폰 사용… 소비자 후생 높여
휴대폰 블랙리스트제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제조사로부터 직접 산 휴대폰을 이동통신사에 등록하지 않고도 개통해서 쓸 수 있게 휴대폰 유통구조가 바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일부터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도 휴대폰을 구입해 사용할 수 있는 ‘이동전화 단말기 자급제도(블랙리스트 제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 5월1일 연합뉴스
☞ 모든 휴대폰에는 고유번호가 부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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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단말기인증번호(IMEI·International Mobile Equipment Identification)라는 이 식별번호는 분실이나 도난 단말기에 대한 통화차단을 목적으로 관리된다. IMEI는 제조사가 휴대폰을 출고할때 부여되며 형식 승인코드 8자리, 모델 일련번호 6자리, 검증용 숫자 1자리 등 총 15자리로 구성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휴대폰 대리점에 가서 휴대폰을 고른 후 등록을 해야 가능했다. 대리점은 자사에서 IMEI를 등록한 휴대폰만 개통해주었다. 경품으로 받았거나 외국에서 산 휴대폰, 중고 휴대폰을 사용하려 해도 일단 대리점에 가서 고유번호를 등록해야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이처럼 모든 단말기 고유번호를 이동통신사가 관리하고 고유번호가 등록되지 않은 휴대폰은 사용할 수 없게 한 이 제도를 ‘화이트리스트 제도’라고 한다. 화이트리스트 제도의 장점은 불법 휴대폰의 사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겐 불편하다. 전자상가나 대리점, 인터넷, 대형 마트 등에서 마음대로 휴대폰을 구입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블랙리스트 제도는 휴대폰 고유번호가 통신사에 등록돼 있는 단말기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을 탈피, 어떤 핸드폰이든 개통해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도난·분실·훼손 휴대폰 등 사용금지 목록(블랙리스트)에 오른 휴대폰만 오용 방지를 위해 IMEI를 이통사에 등록,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제한해 ‘블랙리스트’란 명칭이 붙었다. ‘단말기 자급제’ 또는 ‘단말기 자유이용제’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화이트리스트냐 블랙리스트냐는 모든 휴대폰에 부여된 고유번호인 IMEI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차이인 셈이다.

블랙리스트 제도는 따라서 휴대폰 안에 장착돼 있는 메모리 카드로 가입자정보를 담은 유심칩(USIM·범용가입자인증모듈) 하나만 있으면 휴대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휴대폰 매장이나 인터넷, 이동통신 대리점, 마트 등서 휴대폰을 사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폰의 유심칩을 꺼내 끼우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방통위는 블랙리스트 도입으로 소비자의 단말기 선택 폭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단말기 가격에 관계없이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고를 수 있어 궁극적으로 합리적인 통신비 설계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통사와 제조사가 특정 단말기를 한 이통사에 독점 공급하는 등의 ‘동맹’식 마케팅을 펼치기보다는 본격적인 품질과 서비스 경쟁을 해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블랙리스트 제도는 생산자(기업) 입장에 치우쳐진 정부 정책이 소비자 중심으로 돌아서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 등 선진국에선 이미 이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소비자 후생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