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프랑스 엘리제궁의  주인은? 올랑드 vs 사르코지 결선 대결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 관저)의 주인은 누가 될까.

지난 22일 실시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와 집권당 대중운동연합(UMP) 후보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후보가 없으면 1, 2위가 결선 투표를 치러 대통령을 결정한다. 결선 투표는 다음달 6일 치러진다. 1차 투표 개표 결과는 올랑드 후보가 28.2%(1위), 사르코지 대통령이 27.0%(2위). 현직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1위를 빼앗긴 것은 1958년 출범한 프랑스 제5공화국 대선 사상 처음이다.

#17년 만에 좌파 정권 나올까

올랑드와 사르코지의 결선행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각종 여론조사는 올랑드가 1차 투표에서 사르코지를 근소한 차이로 앞설 것으로 예측했다. 1차 투표 마감 직후 발표된 여론조사기관들의 결선 투표 지지율은 올랑드가 사르코지를 8~9%포인트 앞설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올랑드가 당선되면 프랑수아 미테랑 사회당 후보가 당선됐던 1981년 이후 처음으로 좌파 정권이 등장하게 된다. 올랑드는 1차 투표가 끝난 후 자신의 정치적 고향 튈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오늘 밤 나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고 다음 페이지를 여는 후보가 됐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올랑드는 남은 2주간 ‘올랑드 대세론’을 확산시켜 결선에서도 승리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흩어진 중도 표를 흡수하고 청년층의 투표율을 높이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부자 증세와 일자리 창출 등 민생 공약에도 힘쓰고 있다. 올랑드는 성장을 위한 정부 지출 증가와 함께 재원으로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과세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사르코지 재임 중 경제정책 실패를 부각시키며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 반감도 활용하고 있다. 올랑드 대세론이 유지되면서 그동안 올랑드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이웃 독일의 집권 우파연정도 올랑드 정권 등장에 대비하고 나섰다. 르몽드는 “최근 올랑드 캠프의 경제브레인들이 독일 집권 기독교민주당과 가까운 아데나워재단을 방문해 환대를 받았고 올랑드의 메시지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전했다”고 보도했다.

#사르코지 합종연횡 승부수?

사르코지의 막판 뒤집기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사르코지 측은 “1차 투표에선 사르코지 심판론이 먹혔지만 결선에선 유권자들이 올랑드를 냉정히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르코지는 결선 진출이 확정되자 지지자들에게 “국경 문제, 일자리 창출, 이민자 규제, 안보 중시 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다”며 우파의 핵심 이슈를 거듭 강조했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의 표를 흡수하기 위해서다. 르펜은 1차 투표에서 18.6% 득표해 3위를 차지했다. 결선 투표에선 르펜의 지지자들이 누구에게 표를 던질지가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르펜은 결선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다음달 초 밝힐 예정이다.

또 사르코지는 개표 결과 직후 올랑드에게 당초 1회로 예정된 TV토론을 3회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 TV토론은 사르코지의 장기 중 하나다. 1 대 1 토론을 통해 올랑드 후보의 취약점인 경험 부족 등을 집중 공략한다는 복안을 낸 것이다. 메르켈 총리도 지난 23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메르코지’라는 별명이 나올 정도로 그동안 양국 간 굳건한 동맹관계를 유지해왔다.

#'모범생' VS '독불장군'

올랑드는 모범생 스타일의 정치인으로 톡톡 튀는 사르코지 대통령과는 대조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까지 11년간 사회당 대표를 지내면서 돈이나 여성 관련 추문이 거의 없었다. 미스터 평범(Mr. Normal), 마시멜로(말랑말랑한 과자 이름), 플란비(캐러멜 푸딩 브랜드 이름)가 별명이다. 스쿠터를 타고 출근하고 햄버거를 즐겨 먹어 서민적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도 얻었다.

사르코지의 별명은 ‘블링블링(반짝반짝) 대통령’이다. 과거 롤렉스 시계를 차고 키높이 구두를 즐겨 신은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파리 최고급 식당에서 파티를 벌여 국민들의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 사르코지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직선적이고 솔직한 언변으로 인기를 얻어 2007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저돌적인 성격으로도 유명하다. 취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독일 베를린, 벨기에 브뤼셀,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하고 외교적 성과를 내는 등 정치적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부드러운 이미지의 올랑드가 사르코지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 것은 ‘사르코지 피로 현상’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시각도 많다. ‘독불장군’ 사르코지의 독단적 행동이 국민들의 반감을 키웠다는 것이다. 올랑드의 ‘외유내강형 정치’가 프랑스에 안정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사르코지는 “국민들이 시시한 코미디언을 대통령으로 뽑겠는가”라며 비꼬았다. 올랑드는 사르코지를 “비정상적이고 과시적” “부자를 위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고은이 한국경제신문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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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대결 없고 뜬구름 잡는 이념 대결만…"

프랑스 언론, 대선 행태 맹비난

[Global Issue] 프랑스 엘리제궁의  주인은? 올랑드 vs 사르코지 결선 대결
프랑스 대선이 정책 대결이 아닌 ‘뜬구름 잡는’ 이념 대결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나왔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는 21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위대한 프랑스 재건을 내세우며 거창한 구호를 내놨지만 암울한 프랑스 현실은 직시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또 “각종 혁신과 보호주의, 유로화 문제 등이 거론됐지만 현재의 경제위기를 객관적으로 살펴본 것이 아니라 헛된 신화만 양산했다”고 레제코는 전했다. 재정적자를 줄일 방안은 현실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포퓰리즘에 가까운 ‘뜬구름 정책’만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프랑스 정치가들은 재정적자 문제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일랜드, 포르투갈과 스페인 유권자들이 재정적자 개선을 약속한 정당에 표를 던진 반면 프랑스에서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공공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80%에 이른다. 3~4년 안에 100%를 넘을 전망이다. 공공부문 지출은 GDP 대비 56%다. 경쟁국인 독일은 물론 ‘복지천국’ 스웨덴보다 더 높다. 독일은 국민 1000명당 공무원이 50명인데 프랑스는 90명이 넘는다. 과도한 국가부채로 “프랑스가 제2의 그리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사르코지와 올랑드는 공공지출을 줄이겠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않는다.

현지 언론들은 부자 증세를 공약한 올랑드가 선두를 달리자 세금 폭탄과 세제 불확실성을 우려한 일부 부자와 대기업들이 프랑스를 떠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