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배만 불리는 관행 반드시 없어져야"

"불공정 내용 알고 가입한 가맹점주 책임"

공정거래위원회가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빵집 프랜차이즈의 모범거래기준을 제정, 기존 가맹점의 반경 500m 안에는 새 점포를 내지 못하도록 했다. 또 5년 내 리뉴얼을 금지하고 인테리어와 간판 교체 시 비용의 20~40%를 가맹본사가 내도록 했다. 리뉴얼 요구를 거부하는 가맹점과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행위, 리뉴얼시 부당하게 가맹본부가 지정하는 특정 업체와 거래하도록 요구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공정위가 이 같은 거래기준을 만든 것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요구와 횡포가 지나쳐 가맹점주들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고 결과적으로 과당경쟁에 노출되면서 사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빵집에 이어 조만간 피자와 치킨 등 세부 업종별로 적합한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의 사적계약에 공정위가 개입해 일정한 기준을 만들어놓고 사실상 이를 지킬 것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계약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면 재판으로 해결하면 되는 일이지 정부가 사전에 나서서 거래조건을 정하는 것은 시장경제 질서를 오히려 어지럽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프랜차이즈 계약의 모범거래기준이 필요한 것인지를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찬성

프랜차이즈 공정위의 모범거래기준이 필요하다는 측은 주로 대기업들인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가 도를 넘은 만큼 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특히 최근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많은 장년층이 프랜차이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이들의 약점을 잡아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고 있다고 비난한다. 규제 찬성론자들은 가맹점주들은 프랜차이즈 계약을 해지할 경우 투자한 돈 대부분을 날릴지 모른다는 공포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매장 확장이나 리뉴얼 등 본사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인근에 같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계속 개설해 본사만 배를 불리고 가맹점들은 서로 제살깎기 식의 경쟁으로 내몰린다는 이유도 든다.

실제 500m 내 중복 가맹점 비율이 44.5%에 달하는 프랜차이즈도 있다고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가맹점들에 평균 4년3개월마다 리뉴얼을 요구하고, 가맹점주는 인테리어 간판 교체비용으로 평균 7000만원을 부담한다고 한다. 또 초기 계약 때는 10~13평의 소형 매장을 계약한 뒤 재계약 때는 20평 이상으로의 확장 및 인테리어 재시공을 강요하고, 인테리어 재시공을 특수관계에 있는 업체에 몰아줬다는 등의 의혹도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가맹점들은 매출이 증가해도 일정 수준의 이익금은 본사가 거둬들여가는 것과 다름이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전국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가 2009년 14만1300여개에 달했지만 2010년 이 중 1만7000여개가 줄어 폐업률이 12%에 달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본사의 횡포가 심한지 알 수 있다는 게 모범거래기준 제정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입장이다. 아무리 계약자유라고는 하지만 이 같은 본사와 가맹점 간의 일방적인 불공정 계약은 반드시 시정돼야 하며 그런 점에서 모범거래기준 제정은 오히려 뒤늦은 감마저 있다는 게 찬성론자들의 견해다.


반대

모범거래기준 제정에 반대하는 측도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로부터 가맹점주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그것은 모든 계약과 상거래에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것으로 그것이 바로 정부 개입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프랜차이즈에 가입해 가맹점주가 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며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계약이 불평등하다고 느끼면 계약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본사와의 계약이 불리하더라도 유명 프랜차이즈의 브랜드 파워가 필요하고, 불리하더라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가맹점 계약을 맺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금도 파리바게뜨 체인점 가맹을 원하는 사람들은 줄을 서 있는데 이들이 모두 프랜차이즈 본사의 우월한 지위를 몰라서 줄을 서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공정위의 모범거래기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공정위가 밝힌 가맹점 폐업률이 12%라지만 국세청이 조사한 음식업의 3년 내 폐업률은 19.7%, 빵집 같은 소매업은 15.7%에 달한다고 맞선다. 창업 5년 후 음식 숙박업의 생존율이 29% 정도에 불과하다는 통계청 조사를 보면 오히려 프랜차이즈 가맹 창업은 단독으로 혼자 창업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하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소위 잘 나가는 프랜차이즈만 봐서 그렇지 가맹점주 쪽이 선택권을 갖는 경우도 많다는 점도 간과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등록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2900여개지만 대부분은 단 한 명의 가맹점주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때 잘나가던 안동찜닭이며 불닭 등 수많은 브랜드가 그렇고 욱일승천하던 BBQ도 지금은 시장을 사수하기에 급급한 현실을 보면 프랜차이즈 업계의 사정도 천차만별이라는 얘기다.


생각하기


[시사이슈 찬반토론] 프랜차이즈 가맹점 제한 옳을까요
가맹본사와 점주는 외견상 갑과 을의 관계로 보이지만, 프랜차이즈는 양자의 공생관계가 전제돼야 성립된다. 가맹본사는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점주 모집이 불가능하다. 점주 입장에서도 이미 가맹본사가 생산한 가치에 편승해 창업에 드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가맹본사의 횡포를 비난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에 폭발적인 가맹 수요가 대기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갈등은 사업자들이 부담하는 위험의 전형적인 요소다.

공정위의 규제로 기존의 가맹점 가입 점주들의 기득권은 보호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잘 할 수 있고, 하려는 의욕이 있는 수만 수십만 예비 점주들에게 모범거래기준은 일종의 시장진입을 막는 진입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또 다른 경쟁제한 요소가 되고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을 촉진하기보다는 오히려 제한하는 역설적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그래서 늘 어렵고 매우 조심해야 한다. 얼핏 보기에 약자를 돕는다는 선의로 행한 정책이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불러오고 결과적으로 약자도 보호하지 못하면서 강자들의 사업 의욕만 꺾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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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3월 5일자 보도기사

공정거래위원회는 유명 프랜차이즈 간판을 단 점포가 동일 상권에 우후죽순 난립해 기존에 터를 잡은 가맹점주에게 타격을 주던 관행을 개선하기로 업계와 합의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5일 “최근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런 내용의 프랜차이즈 모범거래기준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 CJ푸드빌(뚜레쥬르), 교촌F&B(교촌치킨), 농협 목우촌(또래오래), 제너시스(BBQ), 본아이에프(본죽), 한국피자헛(피자헛), 비알코리아(배스킨라빈스) 등 12개 업체가 참가했다.

이는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올초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가맹점 1000개 이상 또는 가맹점 100개 이상이면서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인 프랜차이즈 사업자를 대상으로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외식 업종별, 특정 상권별 특수성을 감안해 업체들이 자발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