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날씨도 더워지고 벚꽃도 만발한 봄입니다. 아마 많은 학생들이 1학기 중간고사를 대비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신은 입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내신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 바랍니다. 특히나 3학년 1학기 내신은 입시에서, 그 중에서도 수시에서 중요하므로 열심히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그래도 내신 준비가 끝이 났다면 논술은 꾸준히 써 나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논술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반드시 논술을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작성해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그 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의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고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여건상 학생들의 글을 모두 첨삭해드릴 수 없는 점을 미리 양해주시기 바랍니다.
▨ 문제: 2011년 홍익대 수시 1차 논술
마 최근 캘리포니아 주에서 이루어진 연쇄살인범 스탠리 윌리암스의 사형집행은 사형제도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사형제도는 미국의 약 3분의 1의 주와 미국이 우방으로 생각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폐지되었고, 유럽공동체는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국가를 새로운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삭 에리히의 초기 실증분석은 사형제도가 상당한 추가적인 억제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발견은 종신형보다 사형집행을 선호하는 살인범은 지극히 적다는 상식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에리히의 연구는 몇몇 경제학자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 발표된 경제학자 하 대즈바시, 폴 루빈, 조애나 셰퍼드의 연구는 에리히의 명제를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은 조심스런 계량경제 분석을 통해 1명의 사형집행이 18명의 살인을 억제함을 발견했다. 살인범의 사형집행의 확률이 1%도 되지 않는 점(대부분의 사형집행이, 2004년에는 59번 중 50번이 남부의 주에서 이루어지며, 그 해에는 거의 7000건의 살인이 일어났다)을 생각하면, 이러한 연구결과는 타당하지 않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사형집행의 확률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왜냐하면 살인자의 일부만이 사형집행의 조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1% 또는 0.5%의 죽음의 확률은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확률을 없애는 데에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 죄가 없는 사람을 처형하게 될 위험을 생각해보면, 그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특히 법률적 무죄와 사실적 무죄를 구분하면 더욱 그러하다. 어떤 살인자들은, 죄를 경감받을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할 수 없었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하여 범죄의 유혹을 물리치기 힘들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해서 실수로 처형된다. 그러나 그들이 살인의 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살인을 저지르지 않고서 처형되는 사람의 수는 극히 적다.
바 미국에서 DDT 사용은 1972년부터 금지되었다. 이 화학물질은 한때, 도시 전체 또는 목화밭이나 다른 작물농장을 뒤덮을 정도로 대량 살포되기도 했다. DDT는 생태계에 잔류하여 조류나 어류와 동물들의 개체 수를 감소케 할 정도로 문제가 되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은 DDT의 사용을 금지하는 조약에 서명해왔다. 말라리아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이 질병으로 매년 2백만명의 사람들이 죽고, 이들 중 상당수는 5세 미만의 아이들이며 이들의 90%는 아프리카인이다. 남아프리카의 콰줄루나탈 지방에서는 1996년까지 DDT를 살포해오다가 다른 나라들의 압력 등에 못 이겨 사용을 중단하고 다른 살충제를 사용했다. 그러나 모기들은 이러한 새로운 살충제에 내성을 갖게 되었고 말라리아의 발병은 크게 늘었다. 2000년에 DDT의 사용을 재개한 후 말라리아는 다시 통제되었다. 남아프리카 사람들에게 DDT는 말라리아라는 치명적인 질병에 대항하는 최선의 방어책인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말라리아를 박멸하는 데 사용되었던 살충제인 DDT는 오늘날 말라리아를 제어하는 도구로서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말라리아 퇴치비용의 상당 부분을 선진국의 원조에 의존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은 DDT가 말라리아 퇴치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DDT 사용 금지에 동참하고 있다. 역설적인 점은 집안 내부에 소량의 DDT를 분무하는 것만으로는 인체나 환경에 거의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DDT 사용의 잠재적인 피해가 아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능력보다 과도하게 부각되고 있다.
사 위험의 내용을 사실에 근거하여 조사할 수 있다는 과학의 주장은 그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 된다. 한편으로 그 주장은 사변적 추정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오직 있을 수도 있다는 식의 진술 안에서만 움직이기 때문에 그 진술들이 안전을 예측할 경우 실제의 사고들이 일어난다 해도 결코 반박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위험들에 대한 논의가 의미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가치가 전제되어 있는지가 먼저 분명해야 한다. 그러나 위험의 확정은 수학적 가능성과 사회적 이해관계 자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문명이 초래할 위험들을 다루면서 과학은 실험적 논리라는 그들의 근거지를 떠나 경제, 정치, 윤리와 일종의 ‘정식 결혼 없는 혼인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
위험에 대한 연구에 있어, 위험이 외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사실은 은폐되어 있지만, 이 사실은 학자들이 여전히 혼자서만 합리성을 지닌다고 주장하는 때에 이르면 문제로 부상한다. 원자로의 안전성에 대한 논의는 수량화할 수 있는 특정 위험들의 평가에 한정된다. 말하자면 위험의 차원은 이미 접근 방식에서부터 기술적으로 다룰 수 있는 분야에 한정된다. 반면 다수의 주민들과 핵에너지의 반대자들에게는 핵에너지가 얼마나 큰 파국을 초래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관심의 중심에 있다. 매우 낮다고 간주되는 사고의 가능성도 단 하나의 사고라도 절멸의 상태에 도달하는 경우에는 지나치게 높은 것이 된다. 더욱이 공개적 토론의 장에서는 위험연구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 위험의 속성 측면, 예를 들면 핵무기의 계속적 확산, 오류나 실수 같은 인간적 측면과 안전 사이의 모순 그리고 위험의 장기적 지속성과 미래세대들의 삶에 작용하는 공학적 결정들의 철회불가능성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위험에 대한 논의들에서 위험이 문명적으로 해를 불러올 가능성을 다룰 경우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 간의 균열과 격차가 분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양자의 이야기는 서로 겉돌게 된다. 한편으로는 다른 편의 사람에 의해 전혀 답변이 이루어지지 않는 질문이 제기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원래 우려를 자아내어 문제로 제기된 것의 핵심을 짚지 못하는 답변이 제시된다.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은 서로 마찰을 일으키며 구분되지만 동시에 서로 얽혀있고 서로의 존재를 위해 상대방을 필요로 한다. 엄밀히 보면 이 구분의 가능성조차 점차 줄어들고 있다. 산업적 발전의 위험들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사회적 기대와 가치 판단에 의존하여 이루어지며, 역으로 위험들에 대한 사회적 논란과 인지는 과학적 논증에 의존한다. 과학적 논거와 그에 대한 대항적 비판 없는 공공적 비판과 불안정은 별다른 작용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나아가 그들이 비판하고 두려워하는, 대부분의 ‘보이지 않는’ 대상과 또한 그 비판과 두려움의 과정을 아예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문제> 제시문 (사)에 나오는 합리성에 대한 시각을 서술하고, 그 시각에 입각하여 제시문 (마)와 (바)의 내용을 논하시오. (900±100자)
▧ 위 문제의 학생 답안
제시문 사에서는 위험에 대한 논란을 할 때 ①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이 서로 대립하기도 하고 필요로 하기도 한다고 한다. ② 수학적인 수치나 과학적인 증거를 내세우는 과학적 합리성과 ③ 사회적인 시선을 반영하는 사회적 합리성이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과학적 합리성은 사회적인 시선에 의해 해석되기도 하고, 사회적 합리성은 과학적 근거를 기준으로 결정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제시문 마는 사형이 실제로 다른 살인을 예방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형은 실제로 많은 국가나 주에서 폐지되고 있는 제도이다. 실제로 한 번의 사형이 18번의 살인을 막으며 그로 인해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목숨의 수는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무고한 사람이 처형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인해 사형은 옳지 못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되며 사형은 폐지되어 가고 있다. ① 이것은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의 대립이다. ② 한번의 사형이 18번의 살인을 예방한다는 과학적 합리성에도 불구하고, ③ 무고한 사람이 처형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사형에 대한 논란을 불러온 것이다. 바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DDT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DDT는 말라리아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화학물질이다. 하지만 대량 사용 시 조류나 어폐류의 개체수를 감소시킨다는 사실에 의해 DDT 사용은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 그래서 소량 사용 시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 DDT의 사용을, 외국 원조에 의존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① 이 역시 사회적 합리성과 과학적 합리성의 대립이다. ② 아프리카 국가는 말라리아를 퇴치할 수 있다는 DDT 사용의 과학적 합리성에도 불구하고, ③ 외국의 원조라는 사회적인 관계, 즉 사회적 합리성 때문에 DDT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시문을 별개로 봐서는 안된다!
▧ 평가 기준 및 점수
- 실제 문제에서 이 정도 쓸 수 있으면 합격이다!!
많은 학생들이 이 지면을 통해 소개되는 학생들의 글은 왜 항상 못 쓴 글만 보여주냐는 불만 아닌 불만을 제기하고는 합니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잘 쓴 글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이 문제를 실전에서 이 학생 정도로만 쓸 수 있다면 안정적으로 합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의 출제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즉, 학생의 답안을 보면 알겠지만 수학적이고 과학적 논리인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관계 등에 적용되는 사회적 합리성이 의존하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한다는 제시문 사의 논리가 적용된 사례가 제시문 마와 바였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정확하게 짚어냈기 때문에 이 학생은 높은 점수를 받게 된 것입니다.
그럼 여러분들은 이 문제를 풀면서 이와 같은 정답을 찾아냈나요? 난이도가 높은 제시문 사 때문에 출제의도를 파악하지 못하지는 않았나요? 만약 논술 시험을 보러 갔는데 이런 문제가 나왔다면 독해가 안되는데 어떻게 하겠냐며 좌절하고 답안을 대충 작성하고 나올 것인가요?
- 제시문을 구조적으로 독해하라. 그리고 제시문과 제시문과의 관계를 파악하라!
일단 여러 궁금증이 있겠지만 먼저 제시문을 하나씩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제시문 사부터요. 문제에서 합리성에 대해 쓰라고 했으니 합리성을 중심으로 독해해 봅시다. 제시문 사에는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 두 가지가 등장합니다.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의 정의를 한 번에 이해하지는 못할 테니,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에 해당하는 표현들을 보기 좋게 정리한다면 이 둘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차근차근 저자의 의도와 서술방식을 이해하면서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 보자는 것이지요. 그리고 대립되는 개념쌍이 있다면 글에서 이 개념쌍이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고 있는지를 체크하면 더 좋은 독해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시문 사의 단락이 총 세 단락이므로 각 단락에 등장하는 표현들 중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에 해당하는 것을 연결해 봅시다. 위의 표를 보면 알겠지만, 과학적 합리성은 말 그대로 과학적이고 수학적인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합리성은 윤리나 경제, 정치적인 가치판단과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두 합리성이 의존하면서도 대립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생각해 봅시다. 원자력 발전소가 얼만큼 효율적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합리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가 얼만큼 안전한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과학적 논리가 필요합니다. 반면에 원자력 발전소를 사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건 사회적 합리성에 해당할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원자력 발전소를 사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리성뿐만 아니라 안전도나 효율성을 고려해야 하므로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한 자료나 논의를 바탕으로 이 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즉, 사회적 합리성은 과학적 합리성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지요. 반대로 원자력 발전소를 쓸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회적 합리성이므로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어내는 과학적 합리성은 사회적 합리성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제는 언제나 마찰, 즉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입장이라면 과학적 합리성에 더 기반할 것이며, 안전을 강조하는 입장이라면 사회적 합리성에 더 기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제시문 마와 바라는 구체적인 현상이 제시문 사와 긴밀한 관계, 즉 제시문 사가 제시문 마와 바를 분석할 수 있는 원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논술문제는 일반적인 논리를 구체적인 현상에 적용하게 하거나, 구체적인 현상으로부터 일반적인 논리를 도출하게 하는 식으로 출제됩니다. 이것은 언어 비문학 영역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러면 제시문 마, 바를 표 1에 맞게 재구성해 봅시다. 표2에서 볼 수 있듯이 제시문 마와 바라는 구체적인 현상 역시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이라는 두 가지 원리로 설명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대립하고 있다는 것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만약 제시문 마와 바를 별개의 제시문으로 읽었다면 제시문 마는 사형 찬반 논란에 대한 글로, 제시문 바는 DDT 사용 찬반 논란에 대한 글로 읽혔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시문 사라는 두 합리성의 정의와 관계를 제시하는 원리로 인해 제시문 마와 바는 제시문 사의 원리에 해당하는 사례가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 문제 출제자의 출제방식이었던 것입니다. 어려운 제시문 사라는 원리를 잘 이해하여 어찌 보면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다른 영역의 제시문 마와 바라는 구체적인 현상에 적용하게 하는 방식이 그것입니다. 이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제시문을 별개로 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즉, 제시문은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 것, 따라서 제시문과 제시문 간의 관계를 파악하면서 읽어나가야 한다는 것, 하나의 스토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읽어내지 못했다면 출제자의 의도는 찾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학생은 이를 읽어낸 것입니다. 표현력은 다소 좋지 않지만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읽어냈지요. 그래서 학생답안을 보면 첫 번째 단락의 ①, ②, ③의 원리가 둘째, 셋째 단락의 ①, ②, ③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정도로 쓸 수 있다면 논술을 많이 준비했다고 볼 수 있답니다. 따라서 이번은 제 예시답안은 이 학생의 글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강현정 S논술 선임연구원 basekang@hankyung.com
안녕하세요. 날씨도 더워지고 벚꽃도 만발한 봄입니다. 아마 많은 학생들이 1학기 중간고사를 대비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신은 입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내신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 바랍니다. 특히나 3학년 1학기 내신은 입시에서, 그 중에서도 수시에서 중요하므로 열심히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그래도 내신 준비가 끝이 났다면 논술은 꾸준히 써 나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논술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반드시 논술을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작성해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제 메일로 보내주시면, 그 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의 글을 채점하고 첨삭해 드리고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여건상 학생들의 글을 모두 첨삭해드릴 수 없는 점을 미리 양해주시기 바랍니다.
▨ 문제: 2011년 홍익대 수시 1차 논술
마 최근 캘리포니아 주에서 이루어진 연쇄살인범 스탠리 윌리암스의 사형집행은 사형제도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사형제도는 미국의 약 3분의 1의 주와 미국이 우방으로 생각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폐지되었고, 유럽공동체는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국가를 새로운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삭 에리히의 초기 실증분석은 사형제도가 상당한 추가적인 억제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발견은 종신형보다 사형집행을 선호하는 살인범은 지극히 적다는 상식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에리히의 연구는 몇몇 경제학자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 발표된 경제학자 하 대즈바시, 폴 루빈, 조애나 셰퍼드의 연구는 에리히의 명제를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은 조심스런 계량경제 분석을 통해 1명의 사형집행이 18명의 살인을 억제함을 발견했다. 살인범의 사형집행의 확률이 1%도 되지 않는 점(대부분의 사형집행이, 2004년에는 59번 중 50번이 남부의 주에서 이루어지며, 그 해에는 거의 7000건의 살인이 일어났다)을 생각하면, 이러한 연구결과는 타당하지 않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사형집행의 확률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왜냐하면 살인자의 일부만이 사형집행의 조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1% 또는 0.5%의 죽음의 확률은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확률을 없애는 데에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 죄가 없는 사람을 처형하게 될 위험을 생각해보면, 그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특히 법률적 무죄와 사실적 무죄를 구분하면 더욱 그러하다. 어떤 살인자들은, 죄를 경감받을 수 있는 증거를 제출할 수 없었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하여 범죄의 유혹을 물리치기 힘들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해서 실수로 처형된다. 그러나 그들이 살인의 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살인을 저지르지 않고서 처형되는 사람의 수는 극히 적다.
바 미국에서 DDT 사용은 1972년부터 금지되었다. 이 화학물질은 한때, 도시 전체 또는 목화밭이나 다른 작물농장을 뒤덮을 정도로 대량 살포되기도 했다. DDT는 생태계에 잔류하여 조류나 어류와 동물들의 개체 수를 감소케 할 정도로 문제가 되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은 DDT의 사용을 금지하는 조약에 서명해왔다. 말라리아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이 질병으로 매년 2백만명의 사람들이 죽고, 이들 중 상당수는 5세 미만의 아이들이며 이들의 90%는 아프리카인이다. 남아프리카의 콰줄루나탈 지방에서는 1996년까지 DDT를 살포해오다가 다른 나라들의 압력 등에 못 이겨 사용을 중단하고 다른 살충제를 사용했다. 그러나 모기들은 이러한 새로운 살충제에 내성을 갖게 되었고 말라리아의 발병은 크게 늘었다. 2000년에 DDT의 사용을 재개한 후 말라리아는 다시 통제되었다. 남아프리카 사람들에게 DDT는 말라리아라는 치명적인 질병에 대항하는 최선의 방어책인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말라리아를 박멸하는 데 사용되었던 살충제인 DDT는 오늘날 말라리아를 제어하는 도구로서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말라리아 퇴치비용의 상당 부분을 선진국의 원조에 의존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은 DDT가 말라리아 퇴치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DDT 사용 금지에 동참하고 있다. 역설적인 점은 집안 내부에 소량의 DDT를 분무하는 것만으로는 인체나 환경에 거의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DDT 사용의 잠재적인 피해가 아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능력보다 과도하게 부각되고 있다.
사 위험의 내용을 사실에 근거하여 조사할 수 있다는 과학의 주장은 그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 된다. 한편으로 그 주장은 사변적 추정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오직 있을 수도 있다는 식의 진술 안에서만 움직이기 때문에 그 진술들이 안전을 예측할 경우 실제의 사고들이 일어난다 해도 결코 반박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위험들에 대한 논의가 의미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가치가 전제되어 있는지가 먼저 분명해야 한다. 그러나 위험의 확정은 수학적 가능성과 사회적 이해관계 자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문명이 초래할 위험들을 다루면서 과학은 실험적 논리라는 그들의 근거지를 떠나 경제, 정치, 윤리와 일종의 ‘정식 결혼 없는 혼인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
위험에 대한 연구에 있어, 위험이 외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사실은 은폐되어 있지만, 이 사실은 학자들이 여전히 혼자서만 합리성을 지닌다고 주장하는 때에 이르면 문제로 부상한다. 원자로의 안전성에 대한 논의는 수량화할 수 있는 특정 위험들의 평가에 한정된다. 말하자면 위험의 차원은 이미 접근 방식에서부터 기술적으로 다룰 수 있는 분야에 한정된다. 반면 다수의 주민들과 핵에너지의 반대자들에게는 핵에너지가 얼마나 큰 파국을 초래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관심의 중심에 있다. 매우 낮다고 간주되는 사고의 가능성도 단 하나의 사고라도 절멸의 상태에 도달하는 경우에는 지나치게 높은 것이 된다. 더욱이 공개적 토론의 장에서는 위험연구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 위험의 속성 측면, 예를 들면 핵무기의 계속적 확산, 오류나 실수 같은 인간적 측면과 안전 사이의 모순 그리고 위험의 장기적 지속성과 미래세대들의 삶에 작용하는 공학적 결정들의 철회불가능성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위험에 대한 논의들에서 위험이 문명적으로 해를 불러올 가능성을 다룰 경우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 간의 균열과 격차가 분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양자의 이야기는 서로 겉돌게 된다. 한편으로는 다른 편의 사람에 의해 전혀 답변이 이루어지지 않는 질문이 제기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원래 우려를 자아내어 문제로 제기된 것의 핵심을 짚지 못하는 답변이 제시된다.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은 서로 마찰을 일으키며 구분되지만 동시에 서로 얽혀있고 서로의 존재를 위해 상대방을 필요로 한다. 엄밀히 보면 이 구분의 가능성조차 점차 줄어들고 있다. 산업적 발전의 위험들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사회적 기대와 가치 판단에 의존하여 이루어지며, 역으로 위험들에 대한 사회적 논란과 인지는 과학적 논증에 의존한다. 과학적 논거와 그에 대한 대항적 비판 없는 공공적 비판과 불안정은 별다른 작용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나아가 그들이 비판하고 두려워하는, 대부분의 ‘보이지 않는’ 대상과 또한 그 비판과 두려움의 과정을 아예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문제> 제시문 (사)에 나오는 합리성에 대한 시각을 서술하고, 그 시각에 입각하여 제시문 (마)와 (바)의 내용을 논하시오. (900±100자)
▧ 위 문제의 학생 답안
제시문 사에서는 위험에 대한 논란을 할 때 ①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이 서로 대립하기도 하고 필요로 하기도 한다고 한다. ② 수학적인 수치나 과학적인 증거를 내세우는 과학적 합리성과 ③ 사회적인 시선을 반영하는 사회적 합리성이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과학적 합리성은 사회적인 시선에 의해 해석되기도 하고, 사회적 합리성은 과학적 근거를 기준으로 결정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제시문 마는 사형이 실제로 다른 살인을 예방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형은 실제로 많은 국가나 주에서 폐지되고 있는 제도이다. 실제로 한 번의 사형이 18번의 살인을 막으며 그로 인해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목숨의 수는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무고한 사람이 처형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인해 사형은 옳지 못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되며 사형은 폐지되어 가고 있다. ① 이것은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의 대립이다. ② 한번의 사형이 18번의 살인을 예방한다는 과학적 합리성에도 불구하고, ③ 무고한 사람이 처형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사형에 대한 논란을 불러온 것이다. 바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DDT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DDT는 말라리아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화학물질이다. 하지만 대량 사용 시 조류나 어폐류의 개체수를 감소시킨다는 사실에 의해 DDT 사용은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 그래서 소량 사용 시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 DDT의 사용을, 외국 원조에 의존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① 이 역시 사회적 합리성과 과학적 합리성의 대립이다. ② 아프리카 국가는 말라리아를 퇴치할 수 있다는 DDT 사용의 과학적 합리성에도 불구하고, ③ 외국의 원조라는 사회적인 관계, 즉 사회적 합리성 때문에 DDT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시문을 별개로 봐서는 안된다!
▧ 평가 기준 및 점수
- 실제 문제에서 이 정도 쓸 수 있으면 합격이다!!
많은 학생들이 이 지면을 통해 소개되는 학생들의 글은 왜 항상 못 쓴 글만 보여주냐는 불만 아닌 불만을 제기하고는 합니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잘 쓴 글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이 문제를 실전에서 이 학생 정도로만 쓸 수 있다면 안정적으로 합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의 출제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즉, 학생의 답안을 보면 알겠지만 수학적이고 과학적 논리인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관계 등에 적용되는 사회적 합리성이 의존하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한다는 제시문 사의 논리가 적용된 사례가 제시문 마와 바였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정확하게 짚어냈기 때문에 이 학생은 높은 점수를 받게 된 것입니다.
그럼 여러분들은 이 문제를 풀면서 이와 같은 정답을 찾아냈나요? 난이도가 높은 제시문 사 때문에 출제의도를 파악하지 못하지는 않았나요? 만약 논술 시험을 보러 갔는데 이런 문제가 나왔다면 독해가 안되는데 어떻게 하겠냐며 좌절하고 답안을 대충 작성하고 나올 것인가요?
- 제시문을 구조적으로 독해하라. 그리고 제시문과 제시문과의 관계를 파악하라!
일단 여러 궁금증이 있겠지만 먼저 제시문을 하나씩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제시문 사부터요. 문제에서 합리성에 대해 쓰라고 했으니 합리성을 중심으로 독해해 봅시다. 제시문 사에는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 두 가지가 등장합니다.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의 정의를 한 번에 이해하지는 못할 테니,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에 해당하는 표현들을 보기 좋게 정리한다면 이 둘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차근차근 저자의 의도와 서술방식을 이해하면서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 보자는 것이지요. 그리고 대립되는 개념쌍이 있다면 글에서 이 개념쌍이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고 있는지를 체크하면 더 좋은 독해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시문 사의 단락이 총 세 단락이므로 각 단락에 등장하는 표현들 중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에 해당하는 것을 연결해 봅시다. 위의 표를 보면 알겠지만, 과학적 합리성은 말 그대로 과학적이고 수학적인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합리성은 윤리나 경제, 정치적인 가치판단과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두 합리성이 의존하면서도 대립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생각해 봅시다. 원자력 발전소가 얼만큼 효율적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합리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가 얼만큼 안전한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과학적 논리가 필요합니다. 반면에 원자력 발전소를 사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건 사회적 합리성에 해당할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원자력 발전소를 사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리성뿐만 아니라 안전도나 효율성을 고려해야 하므로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한 자료나 논의를 바탕으로 이 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즉, 사회적 합리성은 과학적 합리성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지요. 반대로 원자력 발전소를 쓸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회적 합리성이므로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어내는 과학적 합리성은 사회적 합리성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제는 언제나 마찰, 즉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입장이라면 과학적 합리성에 더 기반할 것이며, 안전을 강조하는 입장이라면 사회적 합리성에 더 기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제시문 마와 바라는 구체적인 현상이 제시문 사와 긴밀한 관계, 즉 제시문 사가 제시문 마와 바를 분석할 수 있는 원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논술문제는 일반적인 논리를 구체적인 현상에 적용하게 하거나, 구체적인 현상으로부터 일반적인 논리를 도출하게 하는 식으로 출제됩니다. 이것은 언어 비문학 영역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러면 제시문 마, 바를 표 1에 맞게 재구성해 봅시다. 표2에서 볼 수 있듯이 제시문 마와 바라는 구체적인 현상 역시 과학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이라는 두 가지 원리로 설명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대립하고 있다는 것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만약 제시문 마와 바를 별개의 제시문으로 읽었다면 제시문 마는 사형 찬반 논란에 대한 글로, 제시문 바는 DDT 사용 찬반 논란에 대한 글로 읽혔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시문 사라는 두 합리성의 정의와 관계를 제시하는 원리로 인해 제시문 마와 바는 제시문 사의 원리에 해당하는 사례가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 문제 출제자의 출제방식이었던 것입니다. 어려운 제시문 사라는 원리를 잘 이해하여 어찌 보면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다른 영역의 제시문 마와 바라는 구체적인 현상에 적용하게 하는 방식이 그것입니다. 이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제시문을 별개로 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즉, 제시문은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 것, 따라서 제시문과 제시문 간의 관계를 파악하면서 읽어나가야 한다는 것, 하나의 스토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읽어내지 못했다면 출제자의 의도는 찾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학생은 이를 읽어낸 것입니다. 표현력은 다소 좋지 않지만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읽어냈지요. 그래서 학생답안을 보면 첫 번째 단락의 ①, ②, ③의 원리가 둘째, 셋째 단락의 ①, ②, ③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정도로 쓸 수 있다면 논술을 많이 준비했다고 볼 수 있답니다. 따라서 이번은 제 예시답안은 이 학생의 글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강현정 S논술 선임연구원 base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