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경제성장률이 근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 재정위기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가 주 원인이다. 한국도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비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3일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0조7995억위안(1946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9년 2분기 7.9%의 GDP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약 3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8.9%에 비해서도 0.8%포인트 낮아졌다.

[Global Issue] 중국경제 경착륙하나…1분기 성장률 3년만의 최저

# 유럽 수출 부진이 발목

8.1% 성장률은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중국 정부기관인 발전개혁위원회는 애초에 8.4%를 예측했다. 시장에선 “9% 성장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나빴다. 2차 산업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9.1% 성장했지만 1차 산업(3.8%)과 3차 산업(7.5%)은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성장률이 이처럼 낮아진 것은 최대 교역 파트너인 유럽의 재정위기가 계속돼 수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올해 2월 23년 만에 최대 무역적자(315억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무역 적자가 이렇게 많이 난 것은 수출이 19.4% 늘어난 반면 수입 증가율은 39.6%로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3월에 다시 53억5000만달러의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기대에는 못 미쳤다. AP통신은 “중국 공산당이 지도부 개편을 앞두고 계파 간 권력 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제를 챙기지 못하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침체 등 내수 시장 부진도 한 원인이다. 중국 주요 70개 도시의 평균 주택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5개월 연속 하락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투자와 소비 감소로 이어져 중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지방정부 10곳 중 4곳은 부동산 투자손실로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섰다.

#중국, 위안화 변동폭 확대

이에 따라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특히 지난달 중국 정부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7.5%로 낮추면서 이런 불안감이 높아진 상태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는 최근 “GDP 대비 80%로 추정되는 공공부채 규모와 수출 증가세 둔화 등을 감안할 때 경착륙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통상 마찰로 수출이 더 어려워진 것도 악재다. 미국은 지난달 유럽연합(EU) 일본과 함께 희토류 등 중국의 원자재 수출제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하지만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중국 경제 부진은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내수가 확장되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낙관론자들은 유럽 미국의 경기 부진으로 수출이 둔화됐지만 신흥 시장국에 수출이 늘어나 수출이 다변화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지난해 중국의 유럽·미국 수출 증가율은 14% 정도였지만 신흥국 수출은 20~30%대였다.

주택 가격도 중국의 도시화율이 선진국(70% 수준)에 비해 낮은 수준(51%)이기 때문에 향후 도시개발로 안정시킬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은 올해 중국 성장률을 여전히 8%대로 잡고 있다.

중국은 정작 자국의 경제에 대해 큰 위기를 느끼지 않고 있다. 14일 중국 정부는 위안화 변동폭을 하루 0.5%에서 1%로 두 배 늘렸다. 그만큼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커져 리스크가 생기지만 인플레이션을 막는다는 장점이 있다.

변동폭 확대는 해외에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려는 목적도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 금융위기 등 국제 경기가 나빠지면 달러 대비 위안화 값이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고정환율제로 복귀하곤 했다. 셰인 올리버 AMP캐피털인베스터 투자전략책임자는 “중국은 위기 때마다 달러페그제(고정환율제)를 썼지만 이번 조치로 자국 대형 제조업체의 원가경쟁력을 덜 걱정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도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보여준 것”으로 분석했다.

#성장부진 지속땐 한국도 직격탄

중국 경제성장이 한국의 수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국 경착륙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1분기 대중(對中) 수출은 31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우리나라는 0.4%포인트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이란 보고서에서 “중국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해 수출시장을 신흥국으로 다변화하고 내수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중국 경제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서비스 기업의 중국 진출 확대를 위해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응 방안 마련도 주문했다. 최근 중국은 소득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며 교육·의료·문화·관광 등 서비스업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진출 확대는 한·중 FTA 추진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중국 거대 내수시장의 소비재 시장 진출을 위해 유통·운송 서비스 시장 진출 기반을 다질 것”이라며 “한·중 FTA 추진을 통해 각종 규제와 비관세 장벽 등 진입 장벽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