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한한 세계 최고 부자 카를로스 슬림 멕시코 텔멕스텔레콤 회장
[피플 & 뉴스] 카를로스 슬림 "기업의 존재 목적은 기부가 아니라 고용"
“기업의 사회적 공헌은 기부가 아닙니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더 많은 걸 생산하고 사람을 교육하는 게 사회적으로 더 도움이 됩니다. 여기에 쓰이는 돈은 기업가의 것도 아닙니다.”

세계 최대 부호인 멕시코 텔멕스텔레콤의 카를로스 슬림 회장이 이달 초 방한했다. 그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호 순위에서 2009년부터 3년 연속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미국의 투자가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등을 제치고서다. 그의 재산은 690억달러(77조60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슬림 회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 등 국내 기업인과 회동을 갖고 백화점 미술관 등도 둘러봤다.

레바논 이민자 2세인 슬림 회장은 멕시코에서 통신업체뿐만 아니라 금융 건설 유통 방송 등 거의 모든 사업 분야에서 기업 을 소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동통신회사 아메리카 모빌과 유선전화회사 텔멕스텔레콤이 주력업체다. 아메리카 모빌은 멕시코뿐만 아니라 브라질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과테말라 에콰도르 등 중남미 18개국에서 약 2억15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거대 이동통신사다. 이 밖에 금융그룹 인부르사를 비롯해서 담배업체 시가캠, 저가항공사 보라리스, 음반업체 믹스업도 슬림 휘하의 기업들이다.멕시코에선 슬림이 소유한 병원에서 출생해 죽을 때까지 그가 소유한 회사의 물건을 소비하면서 산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그의 재산은 멕시코 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한다.

그는 부동산 개발업자인 아버지 소유의 땅에 주택 대신 빌딩을 지어 팔면서 재산을 불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1982년 멕시코 외환위기 당시 헐값에 매물로 나왔던 기업들을 부동산 개발과 증권 투자로 모은 자금으로 쓸어담았다. 특히 1990년 멕시코 유선통신의 90%를 장악한 국영 기업 텔멕스를 인수하면서 세계적인 거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싼 값에 사들인 기업들을 구조조정과 효과적인 경영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꾸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거부지만 그는 넥타이 값을 깎으려고 가게 주인과 승강이를 벌이는 ‘자린고비’로도 유명하다. 슬림의 검소함은 부친의 경제교육 덕분이다. 그가 어렸을 때 부친은 매일 그에게 용돈을 조금씩 주고 사용내역을 일일이 적도록 했다고 한다.

슬림은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기업의 기부 활동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는 “기업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면서 사회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며 “기부는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돈을 내고 나서 ‘나는 기부했다’면서 기업에서 손을 떼고 여행이나 하면서 돌아다니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지론이다.

조귀동 한국경제신문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