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한 논술의 법칙 (13) 올바른 독해가 논술의 시작이다
▧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벌써 4월 모의고사입니다. 3월 모의고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시험은 참 빨리 찾아옵니다. 이번 모의고사가 끝나면 많은 학교들이 중간고사를 볼 것입니다. 3학년 내신은 아주 중요한 만큼 내신 관리도 잘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아직도 수시를 생각하면서 논술을 시작하지 않은 학생들은 지금이라도 바로 논술 공부를 시작하기 바랍니다. 언수외를 꾸준히 공부하듯 논술도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다른 경로를 통해 논술을 바로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세운 계획에 맞게 보람된 시간 보내기를 바랍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작성하여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제 메일로 보내주면, 그 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의 글을 채점과 첨삭을 하고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물리적인 여건상 많은 학생들의 글을 첨삭해드릴 수 없는 점을 양해해 주기 바랍니다.
▨ 문제 : 2008년 고려대 모의논술
가 일반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는 모든 물질적 필요가 쉽게 충족되는 사회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런 고정관념은 버려야 한다. 이 관념은 진정한 ‘사회적 논리’를 전적으로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우리는 마셜 살린스가 ‘최초의 풍요로운 사회’에 관한 논문에서 주장한 견해를 따라야 한다. 살린스에 따르면, 몇몇 원시 사회의 경우와 달리 현대의 생산지상주의적 산업사회는 희소성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 즉 시장경제의 특징인 희소성이라는 강박 관념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다. 풍요로움이라 불릴 수 있는 상태는 인간에 의한 생산과 인간이 지니는 목적이 일치하는 균형 상태다. 그런데 인간은 많이 생산하면 할수록 넘쳐나는 생산품들 속에서도 그런 풍요로움의 상태로부터 돌이킬 수 없이 점점 더 멀어진다. 성장 사회가 충족시키는 것, 그 사회에서 생산성이 증가함에 따라 점차 더 충족되는 것은 생산의 명령에 따른 필요이지 ‘인간의 필요’가 아니다. 실제로 성장 사회의 존립은 인간의 필요에 대한 무지에 기초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 사회에서 풍요로움은 한없이 뒤편으로 물러서고, 그 대신 희소성이 사회를 조직적으로 지배하게 된다.
살린스에 의하면 호주나 칼라하리 사막에 살고 있는 원시 유목민족은 절대적 ‘빈곤’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풍요로움을 알고 있다고 한다. 이 원시인들에게는 개인 소유물이 전혀 없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것에 집착하지 않고,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갈 때는 가졌던 것을 버린다. 다른 곳으로 쉽게 이동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생산을 위한 활동 즉 ‘노동’이 없다. 말하자면 그들은 ‘한가롭게’ 수렵하고 채집하며 손에 넣은 모든 것을 서로 나누어가진다. 그들은 아낌없이 낭비한다. 그들은 모든 것을 단번에 소비하며 어떤 경제적 계산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저장하지 않는다. 원시 수렵채취생활자들은 부르주아의 발명품인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인)를 전혀 닮지 않았다. 그들은 경제학의 기본원칙들을 모른다. 그들은 인간의 에너지나 자연자원 혹은 경제적으로 사용 가능한 것들을 결코 완전히 활용하지는 않는다. 원시인들은 잠을 많이 잔다. 자연자원의 풍부함에 대한 신뢰 바로 이것이 원시인의 경제체계의 특징이다. 반면에 현대인의 체계가 갖는 특징은 인간이 쓸 수 있는 수단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에 대한 절망감, 그리고 시장경제와 보편적 경쟁의 결과로 발생하는 근본적이고 파국적인 불안감이다. 이 특징은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더 뚜렷해진다.
원시 사회의 특징은 집단 전체적으로 실행되는 ‘장래를 생각하지 않음’과 ‘아낌없이 낭비함’이다. 이것이 진정한 풍요로움의 표시다. 반면 우리는 풍요로움의 기호(記號)만을 갖고 있다. 우리는 거대한 생산 체계 속에 빈곤과 희소성의 기호를 몰아넣고 마음 졸이며 그것을 주시한다. 그러나 살린스가 말한 바와 같이 빈곤은 재화의 양이 적은 데 있는 것이 아니며 또 단순히 목적과 수단의 관계에서만 비롯되는 것도 아니다. 빈곤은 무엇보다도 인간과 인간의 관계다. 자연자원의 풍부함에 대해 원시인들이 지닌 신뢰의 토대가 되고 그들이 배고픔 상태에서도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해 주는 것은 결국 사회관계의 투명성과 상호성이다. 여기서는 자연, 토지 또는 ‘노동’의 도구나 생산물 등을 누가 어떤 형태로든 독점하여 교환을 방해하거나 희소성을 제도화하는 일이 없다. 인간의 역사에서 축적은 항상 권력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원시 사회에서 그런 축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원시 사회 같은 증여와 상징적 교환의 경제에서는 한정된 적은 양의 재화만으로도 모든 구성원들이 누릴 수 있는 부가 만들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재화들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부는 재화를 바탕으로 하여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간의 구체적인 교환을 바탕으로 하여 생긴다. 교환을 하는 사람들의 수가 한정되어 있어도 각 교환의 순간마다 교환된 사물에 가치가 부가되고 교환의 순환은 끝이 없기 때문에 부는 무한하다. 구체적이고 관계적인 이런 변증법은 문명화되고 산업화된 우리 사회를 특징짓는 경쟁 및 차별화 속에서 무한한 욕구와 결핍의 변증법으로 역전되어 있다. 원시 사회에서의 교환의 경우 모든 관계는 사회의 부를 증가시킨다. 그에 반해 현대의 차별화 사회에서 모든 사회관계는 개인의 결핍감을 증대시킨다. 왜냐하면 원시 사회에서의 교환의 경우 소유물은 다른 것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가치를 얻는 반면 현대 사회에서 소유물은 다른 것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상대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의 ‘넘쳐나는’ 사회에서는 오히려 풍요로움이 상실되었으며 그 잃어버린 풍요로움은 생산성을 한없이 증대해도 새로운 생산력의 고삐를 풀어도 다시 찾아질 수 없다. 풍요로움과 부는 사회조직 안에서 구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사회조직과 사회관계가 완전히 변화되어야만 생겨날 수 있다. 우리가 시장경제를 넘어 아낌없는 낭비로 돌아갈 날이 있을까? 우리에게는 낭비가 아니라 ‘소비’가 있다. 그것은 영구히 지속하는 강요된 소비요 희소성의 쌍둥이 자매다. 원시인들에게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풍요로운 사회를 체험하게 한 것은 그들의 사회적 논리였다. 우리를 호화스러운 빈곤 속에서 살도록 하는 것도 우리 자신의 사회적 논리다.
<문제> 위의 제시문을 요약하시오. (400±40자)
▧ 위 문제의 학생 답안
<A학생>
다음 제시문은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면 추구할 수록 이와 멀어지는 현대 사회 모습에서 상대성을 그 이유로 말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지기 위해 계속해서 생산과 성장을 지향했다. 그런데 사회는 풍요로움이 아닌 희소성과 더 깊은 관계를 갖게 되었다. 이는 제시문의 살린스가 제시한 예인 원시 유목민족의 모습과 비교하여 말하고 있다. 사회 관계의 투명성과 상호성으로 관계를 통해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유목민족의 모습과 관계로 인해 결핍감을 얻게 되는 현대 사회인의 모습은 명확히 대비되어 풍요로움으로부터 멀어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상대성은 희소성과 경쟁으로 인한 불안감을 불러오며 방대한 양의 생산으로도 채워질 수 없는 결핍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논리로 인해 제시문에서 말하는 호화로운 빈곤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B학생>
제시문은 현대사회와 원시사회 구성원의 경제적 측면을 대조하여 현대사회의 경제논리의 모순을 지적하며 이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장한다. 이는 두 사회의 차이는 풍요로움에 대한 정의에서 드러난다. 진정한 풍요로움이란 목표량과 생산량의 일치를 의미하는데, 원시사회는 이를 잘 반영하고 있는 반면 현대사회는 무한한 필요량과 생산량의 일치를 추구하고 있으므로 풍요로움이 실현되지 못한다. 이에 따라 희소성에 좌우되는 경제활동이 나타난다. 이런 정의의 차이는 두 사회의 사회관계의 투명성과 상호성에 의해 형성된다. 원시 사회에서는 목표와 생산 간의 균형이 가능함을 전적으로 신뢰하므로 투명성과 상호성이 보장되어 모두에게 균등한 부의 분배를 달성한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경쟁과 축적에 의한 차별적 분배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두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즉 현대 사회에서의 진정한 풍요로움을 위해서는 신뢰가 형성되고 투명성과 상호성이 보장되는 사회적 논리의 변화가 필요하다.
<C학생>
제시문은 풍요로운 사회란 자원의 절대적 양이 아닌 한 사회의 사회적 논리에 따라 상대적으로 나타난 것임을 말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절대적 자원의 양은 매우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필요에 대한 무지로 인해 희소성이 사회를 지배하여 풍요로운 사회가 될 수 없다. 반면 원시 사회는 절대적으로 빈곤하지만 자연자원이 풍부하다고 믿어 아낌없이 소비하고 활용하여 풍요로운 사회를 누린다. 즉, 풍요로움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재화의 양이 아니라 자원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끊임없는 교환, 그리고 그를 통한 소유물의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러한 것은 현대 사회와 원시 사회의 모습이 다르게 나타나듯이 한 사회의 구조적 인식과 논리에 따라 결정된다고 제시문은 말하고 있다.
<D학생>
제시문은 현대 사회의 물질적인 풍부함이 오히려 인간의 필요 즉,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현대 사회 속 변화된 인간 관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공동체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필요한 만큼 자연 자원을 이용한 원시 사회에 비해 현대 사회는 공동체보다 개인 간의 이해관계에 치중하고 있다. 즉, 생산을 통한 필요와 인간의 필요 사이의 괴리로 드러난 개인 간의 배타적인 마음이 서로간의 소유물을 비교하게 만들고 희소성까지 느끼도록 야기해 욕구 충족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제시문은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인간들의 이해관계 속 불신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낌없이 소비함으로써 타인에 대한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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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력은 독해와 글쓰기의 기본
▧ 해설
- 어휘력이 부족하면 독해도, 글쓰기도 모두 실패하고 만다. 한글 제시문에서 어려운 단어가 나온다면 반드시 찾아보고 숙지하라!
이번 호에서는 한 명의 학생 글을 평가하고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진행해 보겠습니다. 위의 4명의 학생 글 중 만약 1명만 합격시켜야 한다면 여러분은 누구를 합격시키겠습니까? A, B, C, D?? 아마도 의견이 분분할 것입니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얼마 전 논술 선생님들과 함께 왜 학생들이 글을 못쓰는가에 대한 의견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거의 답은 글을 정확하게 독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3월 모의고사 언어영역의 점수가 낮은 것에 대한 이야기도 하면서 학생들은 왜 글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하게 되었는데 “학생들은 검은 머리 외국인이다”라는 재미있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눈동자는 검고 머리도 검고 한국 국적을 가졌지만 우리 말을 정확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나온 농담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 저는 언어 비문학을 읽기는 읽는데 머리에는 들어오지 않고 글자만 들어오는 것 같아 힘들어요”, “선생님,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막상 글을 쓰려 하니까 단어만 머리에 둥둥 떠다니고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하소연을 합니다. 이에 대한 답은 바로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표현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글은 표음문자라 누구나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읽을 수 있다고 해서 의미가 파악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말 중 상당 부분이 한자어이기 때문에 어떤 단어를 읽는다 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시문에 “유리”라는 말이 나왔다고 합시다. 유리(遊離)라는 말은 다른 것과 떨어져 존재한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만약 어떤 학생이 제시문에서 유리라는 말을 읽어도 그 의미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면 학생은 글을 읽었다고 해도 의미는 파악되지 못한 상태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유리라는 말을 활용하여 이 학생이 글을 쓸 수 있을까요?
결국 많은 학생들의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 모든 것은 의미합니다. 어휘력이 부족하니 글을 읽어도 독해가 잘 되지 않는 것이며, 어휘력이 부족하니 글을 잘 쓰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언어영역 문제를 풀거나 논술 문제를 풀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꼭 사전을 찾고 영어 단어 외우듯이 따로 정리해 나가길 권합니다. 바로 다음 주에 이 방법이 효과를 내지는 못하겠지만 한 달, 두 달이 지나면 효과는 분명히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내가 읽는 글이 논설문인지, 설명문인지, 주장이 무엇인지를 따져가며 읽는 것이 독해의 기본이다!!
학생들의 어휘력 부족이 원활한 독해를 막는 첫 번째 요소라면 두 번째 요소는 글을 그냥 읽기 때문입니다. 자, 제가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위의 제시문은 논설문인가요? 설명문인가요? 그렇다면 위의 제시문의 핵심어는 어떤 것들을 꼽을 수 있을까요? 또한, 제시문의 4단락 중 가장 중요한 단락은 몇 번째 단락일까요?
제가 던진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다시 제시문을 읽고 답을 찾으려 시간을 쓴 학생들은 모두 글을 그냥 읽었던 학생들입니다. 여러분이 글을 읽을 때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것을 하지 않은 것이지요. 답을 말하자면 위의 제시문은 논설문이고, 제일 중요한 단락은 4번째 단락, 핵심어들은 희소성, 사회적 논리, 풍요로움, 상대적 결핍 등일 것입니다. 그리고 위의 제시문은 결국 희소성이 지배하는 사회적 논리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적인 이 질문만 갖고도 위의 학생들의 요약글을 평가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희소성이 지배하는 사회적 논리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식으로 논설문으로 이해하고 요약하고 있는가, 둘째, 희소성, 사회적 논리와 같은 핵심어를 썼는가만 보면 누가 제일 잘 썼는지 알 수 있습니다. A학생과 C학생은 제시문을 설명문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합격 대상자에서 제외시키겠습니다. D학생은 제시문을 논설문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중요한 핵심어인 사회적인 논리라는 표현도 없을 뿐 아니라 제시문에 대한 이해가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아낌없이 소비함으로써 타인에 대한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라는 문장에서 보이듯 이 학생이 아낌없이 소비한다는 것의 의미를 파악해서 쓴 것이 아니라 제시문의 표현을 짜깁기했다고 보입니다. 따라서 제시문을 논설문으로 파악하고 사회적인 논리라는 핵심어를 사용해 요약을 한 B학생의 글이 가장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그냥 그러려니 하고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따져 가면서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글을 읽는 가장 기본적인 요령이지요. 그리고 이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즉 독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논술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게 됩니다. 논술의 시작은 어찌 보면 제시문을 정확하게 독해해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학생들이 독해를 못하는 이유는 첫째, 어휘력의 부족, 둘째 독해의 기본요령 부족입니다. 그러므로 EBS 수능특강이나 수능 기출문제를 풀거나 논술을 쓰면서 모르는 어휘가 있으면 체크해두고 사전을 찾아보고 꼭 잘 정리하여 숙지해 두는 습관을 갖도록 합시다. 또한 글을 읽기 전 논술 제시문 위에 논설문인지 설명문인지 체크해 두고 중심 단락, 중심 문장은 체크해 두고, 핵심어가 무엇인지 체크하고 메모하면서 글을 읽도록 합시다.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이렇게 꾸준히 공부한다면 분명 보다 더 좋은 독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됩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예시 답안
제시문은 현대인이 진정으로 풍요롭고 부유하기 위해서는 희소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회적인 논리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현대 산업사회는 인간에 의한 필요가 아니라 이익을 위한 기업의 목적에 의해 모든 물건이 만들어지므로 언제나 현대인은 풍요롭지 않고 빈곤하다는 것이다. 풍요로움이란 인간이 필요한 것과 그것을 필요로 하는 목적이 일치하는 상태이며, 이는 원시사회에서 잘 들어난다.
반면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물질에 대한 필요가 만들어지지만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없기 때문에 필요가 충족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경쟁하게 되고 그 결과 현대인은 언제나 불안하고 결핍감을 느끼며 절망감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제시문은 이러한 현대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희소한 자원을 소비하라는 사회적인 논리를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424자)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naver.com
▧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벌써 4월 모의고사입니다. 3월 모의고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시험은 참 빨리 찾아옵니다. 이번 모의고사가 끝나면 많은 학교들이 중간고사를 볼 것입니다. 3학년 내신은 아주 중요한 만큼 내신 관리도 잘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아직도 수시를 생각하면서 논술을 시작하지 않은 학생들은 지금이라도 바로 논술 공부를 시작하기 바랍니다. 언수외를 꾸준히 공부하듯 논술도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다른 경로를 통해 논술을 바로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세운 계획에 맞게 보람된 시간 보내기를 바랍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생 글의 평가기준은 대학에서 제시한 평가기준을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며, 평가 점수는 제 개인적인 판단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대학의 최신 기출 문제를 작성하여 페이지 하단에 있는 제 메일로 보내주면, 그 중에서 한 주에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의 글을 채점과 첨삭을 하고 관련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물리적인 여건상 많은 학생들의 글을 첨삭해드릴 수 없는 점을 양해해 주기 바랍니다.
▨ 문제 : 2008년 고려대 모의논술
가 일반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는 모든 물질적 필요가 쉽게 충족되는 사회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런 고정관념은 버려야 한다. 이 관념은 진정한 ‘사회적 논리’를 전적으로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우리는 마셜 살린스가 ‘최초의 풍요로운 사회’에 관한 논문에서 주장한 견해를 따라야 한다. 살린스에 따르면, 몇몇 원시 사회의 경우와 달리 현대의 생산지상주의적 산업사회는 희소성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 즉 시장경제의 특징인 희소성이라는 강박 관념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다. 풍요로움이라 불릴 수 있는 상태는 인간에 의한 생산과 인간이 지니는 목적이 일치하는 균형 상태다. 그런데 인간은 많이 생산하면 할수록 넘쳐나는 생산품들 속에서도 그런 풍요로움의 상태로부터 돌이킬 수 없이 점점 더 멀어진다. 성장 사회가 충족시키는 것, 그 사회에서 생산성이 증가함에 따라 점차 더 충족되는 것은 생산의 명령에 따른 필요이지 ‘인간의 필요’가 아니다. 실제로 성장 사회의 존립은 인간의 필요에 대한 무지에 기초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 사회에서 풍요로움은 한없이 뒤편으로 물러서고, 그 대신 희소성이 사회를 조직적으로 지배하게 된다.
살린스에 의하면 호주나 칼라하리 사막에 살고 있는 원시 유목민족은 절대적 ‘빈곤’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풍요로움을 알고 있다고 한다. 이 원시인들에게는 개인 소유물이 전혀 없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것에 집착하지 않고,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갈 때는 가졌던 것을 버린다. 다른 곳으로 쉽게 이동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생산을 위한 활동 즉 ‘노동’이 없다. 말하자면 그들은 ‘한가롭게’ 수렵하고 채집하며 손에 넣은 모든 것을 서로 나누어가진다. 그들은 아낌없이 낭비한다. 그들은 모든 것을 단번에 소비하며 어떤 경제적 계산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저장하지 않는다. 원시 수렵채취생활자들은 부르주아의 발명품인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인)를 전혀 닮지 않았다. 그들은 경제학의 기본원칙들을 모른다. 그들은 인간의 에너지나 자연자원 혹은 경제적으로 사용 가능한 것들을 결코 완전히 활용하지는 않는다. 원시인들은 잠을 많이 잔다. 자연자원의 풍부함에 대한 신뢰 바로 이것이 원시인의 경제체계의 특징이다. 반면에 현대인의 체계가 갖는 특징은 인간이 쓸 수 있는 수단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에 대한 절망감, 그리고 시장경제와 보편적 경쟁의 결과로 발생하는 근본적이고 파국적인 불안감이다. 이 특징은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더 뚜렷해진다.
원시 사회의 특징은 집단 전체적으로 실행되는 ‘장래를 생각하지 않음’과 ‘아낌없이 낭비함’이다. 이것이 진정한 풍요로움의 표시다. 반면 우리는 풍요로움의 기호(記號)만을 갖고 있다. 우리는 거대한 생산 체계 속에 빈곤과 희소성의 기호를 몰아넣고 마음 졸이며 그것을 주시한다. 그러나 살린스가 말한 바와 같이 빈곤은 재화의 양이 적은 데 있는 것이 아니며 또 단순히 목적과 수단의 관계에서만 비롯되는 것도 아니다. 빈곤은 무엇보다도 인간과 인간의 관계다. 자연자원의 풍부함에 대해 원시인들이 지닌 신뢰의 토대가 되고 그들이 배고픔 상태에서도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해 주는 것은 결국 사회관계의 투명성과 상호성이다. 여기서는 자연, 토지 또는 ‘노동’의 도구나 생산물 등을 누가 어떤 형태로든 독점하여 교환을 방해하거나 희소성을 제도화하는 일이 없다. 인간의 역사에서 축적은 항상 권력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원시 사회에서 그런 축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원시 사회 같은 증여와 상징적 교환의 경제에서는 한정된 적은 양의 재화만으로도 모든 구성원들이 누릴 수 있는 부가 만들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재화들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부는 재화를 바탕으로 하여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간의 구체적인 교환을 바탕으로 하여 생긴다. 교환을 하는 사람들의 수가 한정되어 있어도 각 교환의 순간마다 교환된 사물에 가치가 부가되고 교환의 순환은 끝이 없기 때문에 부는 무한하다. 구체적이고 관계적인 이런 변증법은 문명화되고 산업화된 우리 사회를 특징짓는 경쟁 및 차별화 속에서 무한한 욕구와 결핍의 변증법으로 역전되어 있다. 원시 사회에서의 교환의 경우 모든 관계는 사회의 부를 증가시킨다. 그에 반해 현대의 차별화 사회에서 모든 사회관계는 개인의 결핍감을 증대시킨다. 왜냐하면 원시 사회에서의 교환의 경우 소유물은 다른 것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가치를 얻는 반면 현대 사회에서 소유물은 다른 것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상대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의 ‘넘쳐나는’ 사회에서는 오히려 풍요로움이 상실되었으며 그 잃어버린 풍요로움은 생산성을 한없이 증대해도 새로운 생산력의 고삐를 풀어도 다시 찾아질 수 없다. 풍요로움과 부는 사회조직 안에서 구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사회조직과 사회관계가 완전히 변화되어야만 생겨날 수 있다. 우리가 시장경제를 넘어 아낌없는 낭비로 돌아갈 날이 있을까? 우리에게는 낭비가 아니라 ‘소비’가 있다. 그것은 영구히 지속하는 강요된 소비요 희소성의 쌍둥이 자매다. 원시인들에게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풍요로운 사회를 체험하게 한 것은 그들의 사회적 논리였다. 우리를 호화스러운 빈곤 속에서 살도록 하는 것도 우리 자신의 사회적 논리다.
<문제> 위의 제시문을 요약하시오. (400±40자)
▧ 위 문제의 학생 답안
<A학생>
다음 제시문은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면 추구할 수록 이와 멀어지는 현대 사회 모습에서 상대성을 그 이유로 말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지기 위해 계속해서 생산과 성장을 지향했다. 그런데 사회는 풍요로움이 아닌 희소성과 더 깊은 관계를 갖게 되었다. 이는 제시문의 살린스가 제시한 예인 원시 유목민족의 모습과 비교하여 말하고 있다. 사회 관계의 투명성과 상호성으로 관계를 통해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유목민족의 모습과 관계로 인해 결핍감을 얻게 되는 현대 사회인의 모습은 명확히 대비되어 풍요로움으로부터 멀어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상대성은 희소성과 경쟁으로 인한 불안감을 불러오며 방대한 양의 생산으로도 채워질 수 없는 결핍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논리로 인해 제시문에서 말하는 호화로운 빈곤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B학생>
제시문은 현대사회와 원시사회 구성원의 경제적 측면을 대조하여 현대사회의 경제논리의 모순을 지적하며 이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장한다. 이는 두 사회의 차이는 풍요로움에 대한 정의에서 드러난다. 진정한 풍요로움이란 목표량과 생산량의 일치를 의미하는데, 원시사회는 이를 잘 반영하고 있는 반면 현대사회는 무한한 필요량과 생산량의 일치를 추구하고 있으므로 풍요로움이 실현되지 못한다. 이에 따라 희소성에 좌우되는 경제활동이 나타난다. 이런 정의의 차이는 두 사회의 사회관계의 투명성과 상호성에 의해 형성된다. 원시 사회에서는 목표와 생산 간의 균형이 가능함을 전적으로 신뢰하므로 투명성과 상호성이 보장되어 모두에게 균등한 부의 분배를 달성한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경쟁과 축적에 의한 차별적 분배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두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즉 현대 사회에서의 진정한 풍요로움을 위해서는 신뢰가 형성되고 투명성과 상호성이 보장되는 사회적 논리의 변화가 필요하다.
<C학생>
제시문은 풍요로운 사회란 자원의 절대적 양이 아닌 한 사회의 사회적 논리에 따라 상대적으로 나타난 것임을 말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절대적 자원의 양은 매우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필요에 대한 무지로 인해 희소성이 사회를 지배하여 풍요로운 사회가 될 수 없다. 반면 원시 사회는 절대적으로 빈곤하지만 자연자원이 풍부하다고 믿어 아낌없이 소비하고 활용하여 풍요로운 사회를 누린다. 즉, 풍요로움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재화의 양이 아니라 자원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끊임없는 교환, 그리고 그를 통한 소유물의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러한 것은 현대 사회와 원시 사회의 모습이 다르게 나타나듯이 한 사회의 구조적 인식과 논리에 따라 결정된다고 제시문은 말하고 있다.
<D학생>
제시문은 현대 사회의 물질적인 풍부함이 오히려 인간의 필요 즉,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현대 사회 속 변화된 인간 관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공동체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필요한 만큼 자연 자원을 이용한 원시 사회에 비해 현대 사회는 공동체보다 개인 간의 이해관계에 치중하고 있다. 즉, 생산을 통한 필요와 인간의 필요 사이의 괴리로 드러난 개인 간의 배타적인 마음이 서로간의 소유물을 비교하게 만들고 희소성까지 느끼도록 야기해 욕구 충족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제시문은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인간들의 이해관계 속 불신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낌없이 소비함으로써 타인에 대한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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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력은 독해와 글쓰기의 기본
▧ 해설
- 어휘력이 부족하면 독해도, 글쓰기도 모두 실패하고 만다. 한글 제시문에서 어려운 단어가 나온다면 반드시 찾아보고 숙지하라!
이번 호에서는 한 명의 학생 글을 평가하고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진행해 보겠습니다. 위의 4명의 학생 글 중 만약 1명만 합격시켜야 한다면 여러분은 누구를 합격시키겠습니까? A, B, C, D?? 아마도 의견이 분분할 것입니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얼마 전 논술 선생님들과 함께 왜 학생들이 글을 못쓰는가에 대한 의견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거의 답은 글을 정확하게 독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3월 모의고사 언어영역의 점수가 낮은 것에 대한 이야기도 하면서 학생들은 왜 글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하게 되었는데 “학생들은 검은 머리 외국인이다”라는 재미있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눈동자는 검고 머리도 검고 한국 국적을 가졌지만 우리 말을 정확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나온 농담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 저는 언어 비문학을 읽기는 읽는데 머리에는 들어오지 않고 글자만 들어오는 것 같아 힘들어요”, “선생님,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막상 글을 쓰려 하니까 단어만 머리에 둥둥 떠다니고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하소연을 합니다. 이에 대한 답은 바로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표현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글은 표음문자라 누구나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읽을 수 있다고 해서 의미가 파악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말 중 상당 부분이 한자어이기 때문에 어떤 단어를 읽는다 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시문에 “유리”라는 말이 나왔다고 합시다. 유리(遊離)라는 말은 다른 것과 떨어져 존재한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만약 어떤 학생이 제시문에서 유리라는 말을 읽어도 그 의미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면 학생은 글을 읽었다고 해도 의미는 파악되지 못한 상태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유리라는 말을 활용하여 이 학생이 글을 쓸 수 있을까요?
결국 많은 학생들의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 모든 것은 의미합니다. 어휘력이 부족하니 글을 읽어도 독해가 잘 되지 않는 것이며, 어휘력이 부족하니 글을 잘 쓰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언어영역 문제를 풀거나 논술 문제를 풀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꼭 사전을 찾고 영어 단어 외우듯이 따로 정리해 나가길 권합니다. 바로 다음 주에 이 방법이 효과를 내지는 못하겠지만 한 달, 두 달이 지나면 효과는 분명히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내가 읽는 글이 논설문인지, 설명문인지, 주장이 무엇인지를 따져가며 읽는 것이 독해의 기본이다!!
학생들의 어휘력 부족이 원활한 독해를 막는 첫 번째 요소라면 두 번째 요소는 글을 그냥 읽기 때문입니다. 자, 제가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위의 제시문은 논설문인가요? 설명문인가요? 그렇다면 위의 제시문의 핵심어는 어떤 것들을 꼽을 수 있을까요? 또한, 제시문의 4단락 중 가장 중요한 단락은 몇 번째 단락일까요?
제가 던진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다시 제시문을 읽고 답을 찾으려 시간을 쓴 학생들은 모두 글을 그냥 읽었던 학생들입니다. 여러분이 글을 읽을 때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것을 하지 않은 것이지요. 답을 말하자면 위의 제시문은 논설문이고, 제일 중요한 단락은 4번째 단락, 핵심어들은 희소성, 사회적 논리, 풍요로움, 상대적 결핍 등일 것입니다. 그리고 위의 제시문은 결국 희소성이 지배하는 사회적 논리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적인 이 질문만 갖고도 위의 학생들의 요약글을 평가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희소성이 지배하는 사회적 논리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식으로 논설문으로 이해하고 요약하고 있는가, 둘째, 희소성, 사회적 논리와 같은 핵심어를 썼는가만 보면 누가 제일 잘 썼는지 알 수 있습니다. A학생과 C학생은 제시문을 설명문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합격 대상자에서 제외시키겠습니다. D학생은 제시문을 논설문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중요한 핵심어인 사회적인 논리라는 표현도 없을 뿐 아니라 제시문에 대한 이해가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아낌없이 소비함으로써 타인에 대한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라는 문장에서 보이듯 이 학생이 아낌없이 소비한다는 것의 의미를 파악해서 쓴 것이 아니라 제시문의 표현을 짜깁기했다고 보입니다. 따라서 제시문을 논설문으로 파악하고 사회적인 논리라는 핵심어를 사용해 요약을 한 B학생의 글이 가장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그냥 그러려니 하고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따져 가면서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글을 읽는 가장 기본적인 요령이지요. 그리고 이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즉 독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논술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게 됩니다. 논술의 시작은 어찌 보면 제시문을 정확하게 독해해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학생들이 독해를 못하는 이유는 첫째, 어휘력의 부족, 둘째 독해의 기본요령 부족입니다. 그러므로 EBS 수능특강이나 수능 기출문제를 풀거나 논술을 쓰면서 모르는 어휘가 있으면 체크해두고 사전을 찾아보고 꼭 잘 정리하여 숙지해 두는 습관을 갖도록 합시다. 또한 글을 읽기 전 논술 제시문 위에 논설문인지 설명문인지 체크해 두고 중심 단락, 중심 문장은 체크해 두고, 핵심어가 무엇인지 체크하고 메모하면서 글을 읽도록 합시다.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이렇게 꾸준히 공부한다면 분명 보다 더 좋은 독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됩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예시 답안
제시문은 현대인이 진정으로 풍요롭고 부유하기 위해서는 희소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회적인 논리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현대 산업사회는 인간에 의한 필요가 아니라 이익을 위한 기업의 목적에 의해 모든 물건이 만들어지므로 언제나 현대인은 풍요롭지 않고 빈곤하다는 것이다. 풍요로움이란 인간이 필요한 것과 그것을 필요로 하는 목적이 일치하는 상태이며, 이는 원시사회에서 잘 들어난다.
반면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물질에 대한 필요가 만들어지지만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없기 때문에 필요가 충족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경쟁하게 되고 그 결과 현대인은 언제나 불안하고 결핍감을 느끼며 절망감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제시문은 이러한 현대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희소한 자원을 소비하라는 사회적인 논리를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424자)
강현정 S논술 선임 연구원 basek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