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소통'과 '왜곡'의 경계사이…SNS의 빛과 그림자
무료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 ‘카카오톡’의 박용후 홍보담당 이사는 요즘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걸려오는 전화만 받는다. 모르는 전화번호는 아예 받지 않는다. 대부분 정치권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리를 맡아달라는 영입 제의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후보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 출마 의향이 있는 정치인들에게서까지 연락이 온다”는 게 박 이사의 설명이다.

오는 11일 치러지는 19대 국회의원 선거는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 SN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국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SNS가 필수 홍보수단으로 자리잡은 선거로 평가된다. 새누리당의 경우 국회의원 예비 후보를 대상으로 공천 심사를 진행하면서 SNS 활동량을 주요 평가지표로 집어넣었다.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도 실시간으로 정치인들의 SNS 영향력 지표를 발표하고 있다. 여론의 향방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판단에서다.

#빠른 전파력·직접 소통 장점


SNS는 이용자들이 다른 사람들과 친구를 맺어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고 사진 동영상 등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가리킨다. SNS가 각광받은 가장 큰 이유는 특유의 빠른 전파력 덕분이다. SNS 이용자들은 다른 이용자들이 올린 메시지를 읽고 여기에 바로 댓글을 달거나, 메시지 자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반응한다. 그리고 이런 반응(리트위트)은 이용자의 친구들에게 즉시 전파된다. 기본적으로 ‘입소문’을 내기 쉬운 서비스 형태라는 얘기다. 게다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어 속도도 빠르다. 지난해 장덕진 서울대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인 트위터 이용자들은 평균 3.8명 정도만 거치면 모두 연결된다. 리트위트에 걸리는 시간은 25초에 불과하다. 사람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이용자들은 서로 친구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는 데 큰 부담도 느끼지 않는다. ‘말’이 무기인 정치인들에게 직접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알리고 이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사람들이 서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토론을 벌일 수 있다는 점에서 SNS는 혁신적인 매체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국내 트위터 이용자들은 다른 나라 이용자들보다 훨씬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기업도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

이런 특성 때문에 ‘한류’의 빠른 확산은 SNS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아이돌 그룹 빅뱅이 발표한 앨범은 SNS를 통해 해외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미국의 음반 순위 ‘빌보드 차트’에서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 대표적인 한류 스타들도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서기 이전부터 SNS를 통해 팬 층을 두텁게 확보했다.

기업들도 이미지와 브랜드를 개선하는 데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1위 저가항공사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트위터 페이스북 이용자들로부터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트위터 팔로어가 128만명에 달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들의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사우스웨스트 항공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의 비율이 85%에 달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KT 등이 SNS를 잘 활용하는 업체로 꼽힌다.

#쏠림 심각…소수의 여론독점도

하지만 SNS의 역기능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많다. SNS상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들이 심도 있게 토론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수많은 의견들이 빠르게 표출되고 유통되는 과정에서 진지한 의견은 오히려 묻히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와 소통은 ‘토론’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것인데, SNS는 특정 정견의 ‘확산’만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용자들이 주로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갖는 이용자들과 네트워크를 맺는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SK마케팅앤컴퍼니와 김용찬 연세대 교수가 공동으로 1500명의 SNS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4%는 ‘SNS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이나 의견을 주로 듣는다’고 답했다. SNS에서 친구 관계를 맺은 이들에 대해서 58%는 ‘비슷하다’고 밝혔다. SNS를 통한 소통이 자칫 ‘끼리끼리’ 의견을 주고받고 서로 동조자를 구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 유포되는 경우도 잦다. 지난해 말 트위터에서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볼리비아의 상수도 시설이 다국적기업 벡텔에 팔려 물 값이 네 배로 뛰고 빈민은 빗물을 받아마셨다”는 메시지가 돌았다. 그런데 볼리비아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적이 없다. 물론 이를 정정하는 메시지를 올린 이용자들도 상당수였지만, 널리 퍼지지 못했다. 전자의 경우 이용자의 감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를 시정하는 메시지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SNS에선 목소리가 높은 소수가 여론을 독점하는 현상도 여전하다.

조귀동 한국경제신문 기자 claymore@hankyung.com

---------------------------------------------------------

'SNS 괴담'에 멍드는 기업들

[Focus] '소통'과 '왜곡'의 경계사이…SNS의 빛과 그림자
지난달 롯데칠성음료는 SNS에서 퍼진 ‘괴담’에 가슴을 졸였다. 간판 소주 제품 ‘처음처럼’에 사용되는 알칼리 환원수를 많이 마시면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악성 루머가 SNS를 통해 급속히 퍼졌기 때문이다.

한 군소 케이블채널이 ‘충격! ‘처음처럼’ 불법 제조 독인가? 물인가?’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내보낸 방송은 과학적 근거가 희박해 롯데칠성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문제는 이게 SNS를 타고 순식간에 유포되면서였다. 롯데칠성이 신문 광고와 보도자료를 통해 루머에 대해 공개적으로 해명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면서 괴담은 수그러들었지만, 이 기간 동안 매출은 10%가량 떨어졌다.

SNS는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지만 종종 미확인 정보와 흑색 소문 유포의 통로로 이용되면서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월 샤부샤부 전문 음식점 채선당은 거짓으로 판명난 ‘종업원의 임신부 폭행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올초에는 떡볶이 프랜차이즈인 죠스푸드가 ‘CJ그룹 계열사’라는 뜬소문으로 엉뚱하게도 소비자들로부터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 사례”로 오인되기도 했다.

일부 악성 소비자(블랙 컨슈머)들이 SNS를 악용하면서 속앓이를 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거나 소비재를 판매하는 기업일수록 SNS를 통해 유포되는 잘못된 정보와 허위 사실로 직격탄을 입을 수 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SNS 정보는 빠른 시간에 빨리 공유되기 때문에 신뢰성이 중요하다”며 “기업들로선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즉시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