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없다는 생각은 안보이는 것보다 더 큰 장애"
텔레비전은 귀를 중시하는 라디오와 달리 눈에 초점을 맞춘다. 청취자와 시청자로 구분해 부르는 것도 두 매체의 속성 탓이다. 눈의 중요성이 극대화되는 TV 세계에서 시각장애인 뉴스앵커가 맹활약 중이라면 단연 뉴스거리다. KBS 1TV ‘뉴스 12’에서 5분간 생활뉴스를 전해주는 이창훈 씨(27) 얘기다.
그는 2011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정오 방송인 ‘뉴스12’에서 5분짜리 ‘이창훈의 생활뉴스’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이씨는 작년 7월 한국방송 사상 처음으로 진행된 장애인 아나운서 선발시험에서 523 대 1의 경쟁을 뚫고 앵커로 선발됐다. 최종 선발 이후 3개월간 그는 시각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집중 교육을 받았다. 2011년 11월7일 이씨는 첫 방송을 탔다. 그가 전한 뉴스는 물가 교통 건강 문화 분야 등 다양했다.
이씨는 5분 뉴스를 위해 오전 9시30분에 출근해 발생기사를 챙겨 읽는다. 앞을 못 보는 그는 여러 기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보도국에 있는 그의 책상에는 기사를 점자로 변환해 주는 고속 점자 프린터가 비치돼 있다. 크기는 노트북만하다.
그가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시작하는 시간은 오전 11시. 정오뉴스가 정리돼 기사로 나오면 입이 자동적으로 움직일 정도로 연습한다. 물론 11시 이전에 방송되는 다른 아나운서의 뉴스도 따라 하면서 배운다. 연습을 많이 해야 긴급하게 나오는 뉴스를 긴장감없이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력이 없는 만큼 다른 감각이 발달해 뉴스를 전달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이씨는 정오 뉴스시간에 맞춰 점자 단말기를 들고 방송실로 간다. 뉴스가 시작되면 단말기에 손을 얹고 점자로 뜨는 기사를 읽는다. 단말기 고장에 대비해 점자 원고도 가지고 들어간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려서부터 점자를 두 손으로 읽는 연습을 해서 (한 손에 비해) 점자를 빨리 읽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가 느끼는 단점은 화면 속 시선처리가 불안해 보인다는 것. 하지만 선배들의 도움으로 정면을 보는 법을 많이 익혔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시각장애인 앵커로 오랜 기간 근무 중인 사람은 이씨가 거의 유일하다. 2009년 영국 민영방송이 안면 변형 장애인을 1주일간 뉴스 진행자로 기용한 적이 있을 뿐이다. 이 앵커는 “내가 잘해야 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 앵커는 생후 7개월 때 뇌수막염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었다. 임흥순 KBS 과학재난부장은 “장애인 앵커와 비장애인 앵커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이 앵커 기용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듣는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다”는게 그의 포부다. 그는 또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안보이는 것보다 더 큰 장애” 라고 말한다. 이 앵커의 성공사례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며 늘 남 탓만 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텔레비전은 귀를 중시하는 라디오와 달리 눈에 초점을 맞춘다. 청취자와 시청자로 구분해 부르는 것도 두 매체의 속성 탓이다. 눈의 중요성이 극대화되는 TV 세계에서 시각장애인 뉴스앵커가 맹활약 중이라면 단연 뉴스거리다. KBS 1TV ‘뉴스 12’에서 5분간 생활뉴스를 전해주는 이창훈 씨(27) 얘기다.
그는 2011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정오 방송인 ‘뉴스12’에서 5분짜리 ‘이창훈의 생활뉴스’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이씨는 작년 7월 한국방송 사상 처음으로 진행된 장애인 아나운서 선발시험에서 523 대 1의 경쟁을 뚫고 앵커로 선발됐다. 최종 선발 이후 3개월간 그는 시각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집중 교육을 받았다. 2011년 11월7일 이씨는 첫 방송을 탔다. 그가 전한 뉴스는 물가 교통 건강 문화 분야 등 다양했다.
이씨는 5분 뉴스를 위해 오전 9시30분에 출근해 발생기사를 챙겨 읽는다. 앞을 못 보는 그는 여러 기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보도국에 있는 그의 책상에는 기사를 점자로 변환해 주는 고속 점자 프린터가 비치돼 있다. 크기는 노트북만하다.
그가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시작하는 시간은 오전 11시. 정오뉴스가 정리돼 기사로 나오면 입이 자동적으로 움직일 정도로 연습한다. 물론 11시 이전에 방송되는 다른 아나운서의 뉴스도 따라 하면서 배운다. 연습을 많이 해야 긴급하게 나오는 뉴스를 긴장감없이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력이 없는 만큼 다른 감각이 발달해 뉴스를 전달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이씨는 정오 뉴스시간에 맞춰 점자 단말기를 들고 방송실로 간다. 뉴스가 시작되면 단말기에 손을 얹고 점자로 뜨는 기사를 읽는다. 단말기 고장에 대비해 점자 원고도 가지고 들어간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려서부터 점자를 두 손으로 읽는 연습을 해서 (한 손에 비해) 점자를 빨리 읽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가 느끼는 단점은 화면 속 시선처리가 불안해 보인다는 것. 하지만 선배들의 도움으로 정면을 보는 법을 많이 익혔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시각장애인 앵커로 오랜 기간 근무 중인 사람은 이씨가 거의 유일하다. 2009년 영국 민영방송이 안면 변형 장애인을 1주일간 뉴스 진행자로 기용한 적이 있을 뿐이다. 이 앵커는 “내가 잘해야 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 앵커는 생후 7개월 때 뇌수막염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었다. 임흥순 KBS 과학재난부장은 “장애인 앵커와 비장애인 앵커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이 앵커 기용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듣는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다”는게 그의 포부다. 그는 또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안보이는 것보다 더 큰 장애” 라고 말한다. 이 앵커의 성공사례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며 늘 남 탓만 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