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국회의원 총선거(총선)가 실시된다. 1948년 제헌국회가 구성된 이래 19번째 선거다. 국회의원은 민의를 대표해 나라의 법을 만들고 매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해 승인하는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다. 의원직에 도전하고자 출마한 여러 후보들 가운데 유권자의 표를 가장 많이 획득한 이가 선출된다. 다만 이는 지역구 의원에 해당되는 얘기다.
전체 300개 의원직 가운데 지역구는 246개다. 나머지 54개는 비례대표제를 통해 뽑는다. 비례대표제란 정당의 득표수에 비례해 의원을 선출하는 제도다.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을 뽑는 다수대표제와 2인 이상의 당선자를 내는 소수대표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됐다. 지역구 국회의원들로만 국회를 운영하게 되면 전문성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지역 기반이 없더라도 각계 전문가들을 비례대표로 뽑아 원활한 국정운영을 도모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
#비례대표제로 전문성 보완
우리나라에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것은 1963년 치러진 6대 총선 때부터다. 이후 선거 제도가 계속 바뀌면서 44석에서 최대 92석까지 다양했다. 1973년 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제가 폐지됐다가 1981년 11대에서 부활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1인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2001년 헌법재판소에서 ‘1인1투표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선거법이 개정됐다. 종전까지는 지역구 의석을 기준 삼아 각 당에 전국구(현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했지만 선거법 개정으로 지지 정당에 대한 투표가 추가된 것. 군소 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고 사표를 방지하자는 취지에서다. 이에 따라 2002년 6·13 지방선거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 제도가 계속 시행돼 왔다. 지역구 의원 5명 이상 당선자를 배출하거나 전국 득표율 3% 이상을 획득한 정당에 득표율과 비례해 배분한다.
이번 총선에서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44명,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40명의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확정해 최근 발표했다. 미리 정해진 후보자 순번에 따라 19대 국회에 입성할 의원이 결정된다. 이 같은 비례대표제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 도입 이후 점진적으로 개선, 보완돼 왔지만 이 과정에서 폐단과 부작용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정당별로 인물의 참신성이나 전문성보다 당 지도부와의 친분에 따라 공천이 좌지우지되거나 심지어 공천장을 대가로 정치 자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SNS로 흑색선전 난무 우려
이번 총선은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접목된 첫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연말 SNS 등 인터넷 매체가 선거일 180일 전부터 특정 후보나 정당 지지·추천 등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93조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려 SNS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철폐됐기 때문이다.
SNS 선거가 확산되면 시민들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가 가능해져 대표성이 강화되고 정당 정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 등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리트위트를 통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순식간에 전달되는 트위터처럼 SNS는 빠른 전파력이 가장 큰 특징이다. 별 뜻없이 올린 부정확한 글 하나 때문에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특히 특정인을 음해하는 왜곡된 정보나 음란물 등 유해 정보가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이를 바로잡기란 매우 어렵다. 대부분의 SNS 사용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사생활이 침해되고 명예가 훼손될 여지도 적지 않다.
#난무하는 포퓰리즘성 공약
이번 총선은 대체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1당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도다. 양당 모두 120~130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양당 모두 유권자의 표심을 끌기 위해 각종 복지 공약들을 남발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이나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이 결여된 선심성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보다못한 정부가 나서 이 같은 복지 공약을 모두 실현하기 위해 들어가는 재원을 계산해 봤다. 그 결과 5년간 최대 34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올 한 해 정부의 전체 예산(325조4000억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3월29일부터 4월10일까지 13일간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이 기간에는 유세차량이나 선거 공보물 등을 활용해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진다. 읍·면·동마다 홍보용 현수막이 게시되고 지정된 장소에는 선거벽보가 붙는다. 집집마다 선거 공보물이 배부되기도 한다. 확성기가 달린 자동차나 휴대용 확성장치를 이용한 연설·대담 등이 진행되며 자원봉사자들이 거리로 나와 후보자의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게 된다. 총선 분위기에 휩쓸려 별 생각 없이 투표장에 나오기보다 내가 속한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과연 누구이며 철학은 어떠한지, 그들이 내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결정하는 게 민주 시민으로서의 권리이자 의무일 것이다.
---------------------------------------------------------
국회의원 사상 첫 300명…제 밥그릇만 챙기는 정치권
이번 4·11 총선에서 뽑게 될 국회의원의 총 숫자는 300명이다. 지역구 의원이 246명, 비례대표가 54명이다. 사실 국회의원 숫자가 300명이 된 것은 이번 19대 국회가 사상 처음이 될 전망이다. 18대 국회만 해도 정원이 299명이었다.
의원의 숫자가 1명 늘어난 것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 때 이를 주된 내용으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경기 파주, 원주, 세종시에서 1석씩 늘리는 대신 영남과 호남에서 1석씩 줄였다. 영남은 경남 남해·하동이 사천과 통합됐으며 호남에서는 전남 담양·곡성·구례가 쪼개져 다른 지역구(담양→함평·영광·장성, 곡성→순천, 구례→광양)와 합쳐졌다.
헌법 제77조2항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조문에 근거해 국회는 선거 때마다 의원 수를 조정해 왔다. 제헌국회 때만 해도 의원 숫자는 200명에 불과했다. 회기를 거쳐 조금씩 늘어 11대와 12대에서는 276명이었던 국회의원은 13대 이후 299명이 됐다. 그러다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2000년(16대)에 273명으로 줄었다가 17대 이후부터 다시 299명으로 복귀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300명은 심리적인 저항선이 돼 왔다.
헌법재판소는 지역구당 국회의원 숫자와 관련해 2001년 “선거구 간 인구 편차가 3배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을 제시했었다. 세종시 신설 등으로 이 원칙에서 벗어나는 곳이 생기자 국회는 지난해 말부터 선거구 재조정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최근 인구 유입이 많은 파주, 원주, 세종시에 대한 의석 신설은 별 무리없이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 문제는 이에 맞춰 다른 지역구 숫자를 줄이는 것. 우리나라 정치 지형이 지역 구도로 돼 있다 보니 여야 간 이해가 첨예하게 맞섰다. 결국 영·호남에서 1곳씩 줄이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국회가 국민을 도외시한 채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려 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호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hglee@hankyung.com
전체 300개 의원직 가운데 지역구는 246개다. 나머지 54개는 비례대표제를 통해 뽑는다. 비례대표제란 정당의 득표수에 비례해 의원을 선출하는 제도다.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을 뽑는 다수대표제와 2인 이상의 당선자를 내는 소수대표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됐다. 지역구 국회의원들로만 국회를 운영하게 되면 전문성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지역 기반이 없더라도 각계 전문가들을 비례대표로 뽑아 원활한 국정운영을 도모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
#비례대표제로 전문성 보완
우리나라에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것은 1963년 치러진 6대 총선 때부터다. 이후 선거 제도가 계속 바뀌면서 44석에서 최대 92석까지 다양했다. 1973년 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제가 폐지됐다가 1981년 11대에서 부활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1인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2001년 헌법재판소에서 ‘1인1투표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선거법이 개정됐다. 종전까지는 지역구 의석을 기준 삼아 각 당에 전국구(현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했지만 선거법 개정으로 지지 정당에 대한 투표가 추가된 것. 군소 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고 사표를 방지하자는 취지에서다. 이에 따라 2002년 6·13 지방선거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 제도가 계속 시행돼 왔다. 지역구 의원 5명 이상 당선자를 배출하거나 전국 득표율 3% 이상을 획득한 정당에 득표율과 비례해 배분한다.
이번 총선에서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44명,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40명의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확정해 최근 발표했다. 미리 정해진 후보자 순번에 따라 19대 국회에 입성할 의원이 결정된다. 이 같은 비례대표제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 도입 이후 점진적으로 개선, 보완돼 왔지만 이 과정에서 폐단과 부작용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정당별로 인물의 참신성이나 전문성보다 당 지도부와의 친분에 따라 공천이 좌지우지되거나 심지어 공천장을 대가로 정치 자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SNS로 흑색선전 난무 우려
이번 총선은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접목된 첫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연말 SNS 등 인터넷 매체가 선거일 180일 전부터 특정 후보나 정당 지지·추천 등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93조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려 SNS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철폐됐기 때문이다.
SNS 선거가 확산되면 시민들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가 가능해져 대표성이 강화되고 정당 정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흑색선전 등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리트위트를 통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순식간에 전달되는 트위터처럼 SNS는 빠른 전파력이 가장 큰 특징이다. 별 뜻없이 올린 부정확한 글 하나 때문에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특히 특정인을 음해하는 왜곡된 정보나 음란물 등 유해 정보가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이를 바로잡기란 매우 어렵다. 대부분의 SNS 사용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사생활이 침해되고 명예가 훼손될 여지도 적지 않다.
#난무하는 포퓰리즘성 공약
이번 총선은 대체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1당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도다. 양당 모두 120~130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양당 모두 유권자의 표심을 끌기 위해 각종 복지 공약들을 남발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이나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이 결여된 선심성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보다못한 정부가 나서 이 같은 복지 공약을 모두 실현하기 위해 들어가는 재원을 계산해 봤다. 그 결과 5년간 최대 34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올 한 해 정부의 전체 예산(325조4000억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3월29일부터 4월10일까지 13일간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이 기간에는 유세차량이나 선거 공보물 등을 활용해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진다. 읍·면·동마다 홍보용 현수막이 게시되고 지정된 장소에는 선거벽보가 붙는다. 집집마다 선거 공보물이 배부되기도 한다. 확성기가 달린 자동차나 휴대용 확성장치를 이용한 연설·대담 등이 진행되며 자원봉사자들이 거리로 나와 후보자의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게 된다. 총선 분위기에 휩쓸려 별 생각 없이 투표장에 나오기보다 내가 속한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과연 누구이며 철학은 어떠한지, 그들이 내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결정하는 게 민주 시민으로서의 권리이자 의무일 것이다.
---------------------------------------------------------
국회의원 사상 첫 300명…제 밥그릇만 챙기는 정치권
이번 4·11 총선에서 뽑게 될 국회의원의 총 숫자는 300명이다. 지역구 의원이 246명, 비례대표가 54명이다. 사실 국회의원 숫자가 300명이 된 것은 이번 19대 국회가 사상 처음이 될 전망이다. 18대 국회만 해도 정원이 299명이었다.
의원의 숫자가 1명 늘어난 것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 때 이를 주된 내용으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경기 파주, 원주, 세종시에서 1석씩 늘리는 대신 영남과 호남에서 1석씩 줄였다. 영남은 경남 남해·하동이 사천과 통합됐으며 호남에서는 전남 담양·곡성·구례가 쪼개져 다른 지역구(담양→함평·영광·장성, 곡성→순천, 구례→광양)와 합쳐졌다.
헌법 제77조2항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조문에 근거해 국회는 선거 때마다 의원 수를 조정해 왔다. 제헌국회 때만 해도 의원 숫자는 200명에 불과했다. 회기를 거쳐 조금씩 늘어 11대와 12대에서는 276명이었던 국회의원은 13대 이후 299명이 됐다. 그러다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2000년(16대)에 273명으로 줄었다가 17대 이후부터 다시 299명으로 복귀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300명은 심리적인 저항선이 돼 왔다.
헌법재판소는 지역구당 국회의원 숫자와 관련해 2001년 “선거구 간 인구 편차가 3배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을 제시했었다. 세종시 신설 등으로 이 원칙에서 벗어나는 곳이 생기자 국회는 지난해 말부터 선거구 재조정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최근 인구 유입이 많은 파주, 원주, 세종시에 대한 의석 신설은 별 무리없이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 문제는 이에 맞춰 다른 지역구 숫자를 줄이는 것. 우리나라 정치 지형이 지역 구도로 돼 있다 보니 여야 간 이해가 첨예하게 맞섰다. 결국 영·호남에서 1곳씩 줄이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국회가 국민을 도외시한 채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려 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호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