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부터는 2012학년도에 3학년이 될 친구들을 위해 2012년 대학입시에 맞게 <2012년형 생글첨삭노트>를 연재합니다. 올해 실시된 논술유형들을 보았을 때, 2012년 역시 문제풀이의 맥락 자체가 변화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되지만, 최근에는 500자 중심의 짧은 문제보다는 600~800자, 혹은 1000자 문제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므로 그에 맞게 원고지 내용을 구성하는 방식이나, 풀이 방식을 새롭게 다듬어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보통 중하위권 대학의 문제들은 제시문 2~3개에 따른 400~700자 정도의 문제가 일반적이었지만, 2011년 실시된 기출 문제들을 살펴보면 이제 점차 글의 길이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상위권으로 갈수록 좀 더 뚜렷해집니다. 제시문의 수준을 어렵게 함으로써 배경지식의 능력을 측정하는 짧은 분량의 문제보다는, 문제의 요구조건을 좀 더 까다롭게, 복합적인 유형으로 제시하는 긴 분량의 문제가 더 많아진 것입니다. 어차피 대학 측에서는 더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논술 시험을 보는 것이거니와, 논술이 어느 정도 일반화된 입시유형이 됨에 따라 전체적인 논술실력이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전히 기출 문제 한 두 개만 풀어보고 시험장에 가는 학생이 있겠지만, 어느 정도 대입을 제대로 준비한 학생이라면 진검승부를 위해 긴 시간 동안 투자를 해 실력을 쌓아놓았겠지요. 그런 학생들끼리의 치열한 승부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채점 요소가 더 차별화돼야 하는 것입니다. 도표나 통계, 실험의 사용이 이미 일반화된 것과 마찬가지로, 수리적 능력을 측정하는 문제유형 역시 더 이상 낯선 유형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충분히 대비가 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혹은 중반의 문제와 비교해보았을 때, 2011년의 기출 문제들이 어려운 이유는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이글을 보고, ‘어라? 난 대비하지 않았는데?’라며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해야죠!) 자, 그전에 논술로 대학가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직은 겁이 많은 예비 고3들에게요.
▨ 나는 보수적인 학생인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학을 가고 싶다면 대학을 가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합니다. ‘행동을 한다’고 표현을 하긴 했지만, 자기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a라는 행동을 선택하여 실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들이 시킨 대로 해야만 하는 일>을 안전하게 처리하며 살길 바라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면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보수적’입니다. 누가 논술을 한다더라, 누가 입학사정관을 준비한다더라는 말을 들어도,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 현상이 어느 정도 일반화되었을 때, 비로소 움직이는 것이지요. ‘아, 이제 다 하는 건가보다. 나도 해야지’하고 말이지요.
학교라는 공간 안에 갇혀 있다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남들이 하는 수준의 공부를 그냥저냥 하다가 수시 시즌이 되면 남들이 넣는다니까 그냥 넣어보는 것입니다. 당연히 합격될 리가 없겠지요. ‘늦게 움직이는 보수적인 학생들’은 응시료를 낸 이후에야 ‘아, 돈은 냈으니 그냥 갈 수는 없잖아. 기출이라도 보고 가야지!’하는 것뿐이니까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보수적입니다. 반면 빌 게이츠(Bill Gates)는 보수적인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하버드대를 과감하게 중퇴합니다. 주어진 대로 해서 얻어진 결과가 하버드대였다면, 능동적으로 선택한 결과가 자퇴, 그리고 마이크로 소프트사인 셈입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런 점은 더더욱 많이 느낄 것입니다. 누군가 먼저 그 행동을 했다는 것은 생각한 것을 실천에 옮긴 것에 불과합니다. 자율학습, 보충수업 열심히 참가하면서, 수능을 꾸준히 대비하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일반적인 학생들의 모습이지요.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고 그냥 주어진 조건대로 있는 것입니다. 정시는 점점 줄어들고, 수시는 늘어만 가는데, 선택을 하지 않은 채 있으니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의 조언을 하자면, 이런 행동 혹은 선택을 위해 필요한 고작 하나의 열쇠는 ‘귀찮음을 극복하는 일’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 한다는 귀찮음을 참지 못하기 때문에 굳이 입학사정관이나 논술을 준비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그 귀찮음만 극복한다면 손쉽게 결정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회도 생깁니다. 자신에게는 왜 더 많은 기회가 없는지 생각해봅시다. 남들이 영어시험을 준비할 때, 논술을 준비할 때, 봉사활동을 갈 때, 외부대회에 참가할 때 자신은 그냥 있었던 것뿐입니다.
▨ ‘논술하다가 시간만 버리게 되는 건 아닐까?’
아직 결심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여러 이유가 있겠지요. 우선, 본인이 서울에 있는 어떤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부터 확실히 정해봅시다. 뭐, 대부분 어느 정도 마음은 있겠지요. 하지만, 내신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난 안 될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정확하게 기우(杞憂)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신은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수능 최저만 맞추면 그뿐이지요. 모든 응시 기준은 수능 등급이지, 내신이 아닙니다. 물론, 지나치게 평균보다 떨어진 내신이야 문제가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 수능 점수와 내신은 비례적으로 가는 경향이 많으므로 내신 3~4등급 정도라도 응시자격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아, 혹시 다른 전형을 준비할 수도 있겠네요. ①봉사활동을 1학년 때부터 꾸준히 해왔다면 봉사학생 전형을 준비하도록 합시다. 대신 1주일에 한 번 정도, 2년 정도의 누적 기록이 있으면 좋겠네요. 시험기간에도 빠지지 않고 갔다면 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겠지요. ②외국어 특기자도 노릴 만하겠지요? 영어는 너무 흔하니, 일본어나 중국어는 어떨까요? 물론, 관련 학과로밖에 지원하지 못하지만, 생각보다 외국어특기자가 많지는 않답니다. 아마 외국어를 준비할 정도라면, 중학교 때부터 흥미를 꾸준히 가졌거나, 외국에서 1년 이상 체류한 학생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③리더십 전형을 노려야겠지요. 학급반장(회장)은 다소 약발(?)이 약하니, 웬만하면 전교회장이나 부회장 정도가 좋겠습니다. 1학년 때 학년장을 하고, 2학년 때 전교회장 정도면 무난하겠지요? 대신, 내신이 2등급 안쪽이어야 하겠네요. 그리고 면접을 해야 하니 언변도 있어야겠지요. 그게 아니라면, ④학생부우수자 전형도 있군요. 대략 1.5등급 이내의 내신 성적 정도는 되야겠지요. 이런 학생들은 이미 수능 성적도 대개 좋지요. 수능 성적이 좋다면 논술 전형에서 <우선선발>을 노리고 논술대비까지 병행할 가능성이 크구요. 마지막으로 ⑤특기자전형이 있겠지요? (아, 물론 독립유공자 전형이나 사회기여자전형이 있겠지만, 이건 빼죠.) 장관급 이상의 훈격을 가진 대회에서 입상을 했거나, 영화나 연기, 문학이나 한문 등등 특기가 될 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면 해볼 만합니다. 자, 이런 전형을 준비할 수 있는 학생들은 이미 ‘보수적인’ 학생이 아닙니다. 특정한 선택을 했고, 이미 어느 정도 실천을 해놓은 학생들이지요. 아, 물론 학생부 우수자는 꼭 그렇다고 볼 수 없겠지만, 이 정도의 내신이라면 남들 수준의 공부 이상의 것을 한 것만은 확실하겠지요. 자, 그리고 본인을 다시 되돌아보면 됩니다. 이 중 나에게 해당되는 것은 무엇인가? 없다면, 그 다음은 논술입니다. 다른 이들이 모두 저런 선택을 한 상황에서, 나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다면, 논술을 선택하면 된다구요!
이런데도 쉽사리 선택을 하지 못하는 이들은 위에서 말했듯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보수적’인 학생이거나, 혹은 ‘한다고 과연 붙을 수 있을까?’하고 합리적인 의심을 하는 학생이겠지요? 합리적인 의심은 좋습니다. 1주일에 4시간 정도를 투자하는 일조차도 자칫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6개월 정도를 했는데도 제대로 못하면 어쩌지?’, ‘제대로 다 배웠는데, 못 붙으면 어쩌지?’, ‘논술하다가 수능 점수가 안 나오면 어쩌지?’ (1주일에 4시간이면 된다니까요! 차라리 TV를 줄이세요!) 등등 인간의 상상은 나쁜 쪽으로 유난히 더 쉽게 나아가지요. 그렇다면 안하면 됩니다. 주변의 친구들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게 되는 그 때 뒤늦게 시작하면 됩니다. 그때는 능동적 선택이 아니라, 불안에 의한 수동적 선택이 되겠지요. 어느 정도 보수적인 학생들이라도, 수시 시즌이 임박해서까지 굳은 심지로 ‘난 끝까지 수능이야!’라고 외칠 배짱이 있지는 않습니다. 즉 합리적인 의심인지, 아니면 귀찮음을 회피하고자 하는 방어기제인지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응시원서 넣고 시작할 바에는 지금 미리 해놓고 학기 중에 쉬었다가 다시 수시 시즌에 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그리고 오히려, 수능 점수가 잘 나오게 된다면(=잘 나오고 있다면) 논술을 해야 합니다. 즉 중앙대 이상의 상위권 대학을 노리는 학생들이라면 논술을 응당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중앙대 이상의 학교를 노린다는 것은 어찌했든, 언수외를 모두 합쳐 4~5등급 이내를 목표로 공부한다는 것입니다. 그 등급이라면 논술우선선발을 노리는 것이 좋습니다. 2011학년부터 보편화된 <우선선발제도>는 50 대 1이 훌쩍 넘는 무지막지한 경쟁률을 가뿐하게 10 대 1 이하로 떨어뜨려줍니다. 남들이 해야 하는 논술 공부의 반만 하더라도, 충분히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지요.
▨ 겨울방학은 작전타임 시즌
어차피 이제 방학시즌입니다. 다들 마지막 방학이기 때문에, 무언가 다짐을 하고 있겠지요. 시간이 있을 때 능동적인 생각을 많이 해보길 빕니다. 전공을 정하는 일이나, 미래의 직업군을 설정하는 일도 그 중 하나겠지요. 그리고 입시전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짜는 것도 이때여야 합니다. 새학기가 되면 ‘탕!’ 소리에 맞춰 이제 뛰는 것이지요. 뛰기 전에 충분히 자기 마음 속의 코치진들과 대화를 해보길 빕니다. 귀찮은 것 피하다가 될 일도 안 된다는 사실 잊지 마시고요.
이용준 S·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
보통 중하위권 대학의 문제들은 제시문 2~3개에 따른 400~700자 정도의 문제가 일반적이었지만, 2011년 실시된 기출 문제들을 살펴보면 이제 점차 글의 길이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상위권으로 갈수록 좀 더 뚜렷해집니다. 제시문의 수준을 어렵게 함으로써 배경지식의 능력을 측정하는 짧은 분량의 문제보다는, 문제의 요구조건을 좀 더 까다롭게, 복합적인 유형으로 제시하는 긴 분량의 문제가 더 많아진 것입니다. 어차피 대학 측에서는 더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논술 시험을 보는 것이거니와, 논술이 어느 정도 일반화된 입시유형이 됨에 따라 전체적인 논술실력이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전히 기출 문제 한 두 개만 풀어보고 시험장에 가는 학생이 있겠지만, 어느 정도 대입을 제대로 준비한 학생이라면 진검승부를 위해 긴 시간 동안 투자를 해 실력을 쌓아놓았겠지요. 그런 학생들끼리의 치열한 승부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채점 요소가 더 차별화돼야 하는 것입니다. 도표나 통계, 실험의 사용이 이미 일반화된 것과 마찬가지로, 수리적 능력을 측정하는 문제유형 역시 더 이상 낯선 유형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충분히 대비가 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혹은 중반의 문제와 비교해보았을 때, 2011년의 기출 문제들이 어려운 이유는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이글을 보고, ‘어라? 난 대비하지 않았는데?’라며 놀랄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해야죠!) 자, 그전에 논술로 대학가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직은 겁이 많은 예비 고3들에게요.
▨ 나는 보수적인 학생인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학을 가고 싶다면 대학을 가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합니다. ‘행동을 한다’고 표현을 하긴 했지만, 자기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a라는 행동을 선택하여 실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들이 시킨 대로 해야만 하는 일>을 안전하게 처리하며 살길 바라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면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보수적’입니다. 누가 논술을 한다더라, 누가 입학사정관을 준비한다더라는 말을 들어도,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 현상이 어느 정도 일반화되었을 때, 비로소 움직이는 것이지요. ‘아, 이제 다 하는 건가보다. 나도 해야지’하고 말이지요.
학교라는 공간 안에 갇혀 있다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남들이 하는 수준의 공부를 그냥저냥 하다가 수시 시즌이 되면 남들이 넣는다니까 그냥 넣어보는 것입니다. 당연히 합격될 리가 없겠지요. ‘늦게 움직이는 보수적인 학생들’은 응시료를 낸 이후에야 ‘아, 돈은 냈으니 그냥 갈 수는 없잖아. 기출이라도 보고 가야지!’하는 것뿐이니까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보수적입니다. 반면 빌 게이츠(Bill Gates)는 보수적인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하버드대를 과감하게 중퇴합니다. 주어진 대로 해서 얻어진 결과가 하버드대였다면, 능동적으로 선택한 결과가 자퇴, 그리고 마이크로 소프트사인 셈입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런 점은 더더욱 많이 느낄 것입니다. 누군가 먼저 그 행동을 했다는 것은 생각한 것을 실천에 옮긴 것에 불과합니다. 자율학습, 보충수업 열심히 참가하면서, 수능을 꾸준히 대비하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일반적인 학생들의 모습이지요.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고 그냥 주어진 조건대로 있는 것입니다. 정시는 점점 줄어들고, 수시는 늘어만 가는데, 선택을 하지 않은 채 있으니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의 조언을 하자면, 이런 행동 혹은 선택을 위해 필요한 고작 하나의 열쇠는 ‘귀찮음을 극복하는 일’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 한다는 귀찮음을 참지 못하기 때문에 굳이 입학사정관이나 논술을 준비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그 귀찮음만 극복한다면 손쉽게 결정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회도 생깁니다. 자신에게는 왜 더 많은 기회가 없는지 생각해봅시다. 남들이 영어시험을 준비할 때, 논술을 준비할 때, 봉사활동을 갈 때, 외부대회에 참가할 때 자신은 그냥 있었던 것뿐입니다.
▨ ‘논술하다가 시간만 버리게 되는 건 아닐까?’
아직 결심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여러 이유가 있겠지요. 우선, 본인이 서울에 있는 어떤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부터 확실히 정해봅시다. 뭐, 대부분 어느 정도 마음은 있겠지요. 하지만, 내신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난 안 될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정확하게 기우(杞憂)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신은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수능 최저만 맞추면 그뿐이지요. 모든 응시 기준은 수능 등급이지, 내신이 아닙니다. 물론, 지나치게 평균보다 떨어진 내신이야 문제가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 수능 점수와 내신은 비례적으로 가는 경향이 많으므로 내신 3~4등급 정도라도 응시자격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아, 혹시 다른 전형을 준비할 수도 있겠네요. ①봉사활동을 1학년 때부터 꾸준히 해왔다면 봉사학생 전형을 준비하도록 합시다. 대신 1주일에 한 번 정도, 2년 정도의 누적 기록이 있으면 좋겠네요. 시험기간에도 빠지지 않고 갔다면 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겠지요. ②외국어 특기자도 노릴 만하겠지요? 영어는 너무 흔하니, 일본어나 중국어는 어떨까요? 물론, 관련 학과로밖에 지원하지 못하지만, 생각보다 외국어특기자가 많지는 않답니다. 아마 외국어를 준비할 정도라면, 중학교 때부터 흥미를 꾸준히 가졌거나, 외국에서 1년 이상 체류한 학생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③리더십 전형을 노려야겠지요. 학급반장(회장)은 다소 약발(?)이 약하니, 웬만하면 전교회장이나 부회장 정도가 좋겠습니다. 1학년 때 학년장을 하고, 2학년 때 전교회장 정도면 무난하겠지요? 대신, 내신이 2등급 안쪽이어야 하겠네요. 그리고 면접을 해야 하니 언변도 있어야겠지요. 그게 아니라면, ④학생부우수자 전형도 있군요. 대략 1.5등급 이내의 내신 성적 정도는 되야겠지요. 이런 학생들은 이미 수능 성적도 대개 좋지요. 수능 성적이 좋다면 논술 전형에서 <우선선발>을 노리고 논술대비까지 병행할 가능성이 크구요. 마지막으로 ⑤특기자전형이 있겠지요? (아, 물론 독립유공자 전형이나 사회기여자전형이 있겠지만, 이건 빼죠.) 장관급 이상의 훈격을 가진 대회에서 입상을 했거나, 영화나 연기, 문학이나 한문 등등 특기가 될 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면 해볼 만합니다. 자, 이런 전형을 준비할 수 있는 학생들은 이미 ‘보수적인’ 학생이 아닙니다. 특정한 선택을 했고, 이미 어느 정도 실천을 해놓은 학생들이지요. 아, 물론 학생부 우수자는 꼭 그렇다고 볼 수 없겠지만, 이 정도의 내신이라면 남들 수준의 공부 이상의 것을 한 것만은 확실하겠지요. 자, 그리고 본인을 다시 되돌아보면 됩니다. 이 중 나에게 해당되는 것은 무엇인가? 없다면, 그 다음은 논술입니다. 다른 이들이 모두 저런 선택을 한 상황에서, 나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다면, 논술을 선택하면 된다구요!
이런데도 쉽사리 선택을 하지 못하는 이들은 위에서 말했듯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보수적’인 학생이거나, 혹은 ‘한다고 과연 붙을 수 있을까?’하고 합리적인 의심을 하는 학생이겠지요? 합리적인 의심은 좋습니다. 1주일에 4시간 정도를 투자하는 일조차도 자칫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6개월 정도를 했는데도 제대로 못하면 어쩌지?’, ‘제대로 다 배웠는데, 못 붙으면 어쩌지?’, ‘논술하다가 수능 점수가 안 나오면 어쩌지?’ (1주일에 4시간이면 된다니까요! 차라리 TV를 줄이세요!) 등등 인간의 상상은 나쁜 쪽으로 유난히 더 쉽게 나아가지요. 그렇다면 안하면 됩니다. 주변의 친구들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게 되는 그 때 뒤늦게 시작하면 됩니다. 그때는 능동적 선택이 아니라, 불안에 의한 수동적 선택이 되겠지요. 어느 정도 보수적인 학생들이라도, 수시 시즌이 임박해서까지 굳은 심지로 ‘난 끝까지 수능이야!’라고 외칠 배짱이 있지는 않습니다. 즉 합리적인 의심인지, 아니면 귀찮음을 회피하고자 하는 방어기제인지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응시원서 넣고 시작할 바에는 지금 미리 해놓고 학기 중에 쉬었다가 다시 수시 시즌에 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그리고 오히려, 수능 점수가 잘 나오게 된다면(=잘 나오고 있다면) 논술을 해야 합니다. 즉 중앙대 이상의 상위권 대학을 노리는 학생들이라면 논술을 응당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중앙대 이상의 학교를 노린다는 것은 어찌했든, 언수외를 모두 합쳐 4~5등급 이내를 목표로 공부한다는 것입니다. 그 등급이라면 논술우선선발을 노리는 것이 좋습니다. 2011학년부터 보편화된 <우선선발제도>는 50 대 1이 훌쩍 넘는 무지막지한 경쟁률을 가뿐하게 10 대 1 이하로 떨어뜨려줍니다. 남들이 해야 하는 논술 공부의 반만 하더라도, 충분히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지요.
▨ 겨울방학은 작전타임 시즌
어차피 이제 방학시즌입니다. 다들 마지막 방학이기 때문에, 무언가 다짐을 하고 있겠지요. 시간이 있을 때 능동적인 생각을 많이 해보길 빕니다. 전공을 정하는 일이나, 미래의 직업군을 설정하는 일도 그 중 하나겠지요. 그리고 입시전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짜는 것도 이때여야 합니다. 새학기가 되면 ‘탕!’ 소리에 맞춰 이제 뛰는 것이지요. 뛰기 전에 충분히 자기 마음 속의 코치진들과 대화를 해보길 빕니다. 귀찮은 것 피하다가 될 일도 안 된다는 사실 잊지 마시고요.
이용준 S·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