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교토의정서와 지구온난화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온실가스 감축 놓고  '죄수의 딜레마' 에  빠진 지구촌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7일 내년에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연장해 2차 공약기간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유 장관은 이날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17)가 열리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국제회의장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2012년 이후 기후체제의 법적인 공백을 방지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12월7일 연합뉴스

☞ 지구의 평균 온도가 오르는 지구온난화는 지구촌이 당면한 과제 중 하나다. 평균 온도가 상승하면서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온도가 1도 올라가면 북극 바다의 얼음이 사라지고, 2도 오르면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사막과 초원으로 바뀌며, 3도 오르면 온난화를 통제하지 못할 것으로 경고한다. 온난화의 원인으론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소비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열대우림 파괴 등을 꼽고 있다. 반면 지구온난화는 소빙하기와 같은 자연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1997년 체결된 국제조약이다. 배출량 감축 의무이행 대상국은 호주 캐나다 일본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총 39개국이고, 이들 선진국은 2008~2012년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 감축 대상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 여섯가지다. 선진국들은 교토의정서 채택 당시 2005~2012년에는 선진국들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고, 2013년부터 이를 연장해 2017년까지 개도국도 감축 의무국에 편입시킬 계획이었다. 교토의정서는 내년 말까지 효력이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유엔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을 논의 중이다. 이번 더반 회의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10개국 정상과 190여개국의 각료급 대표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길은 순탄치 않다. 감축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다 어느 나라가 얼마만큼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경제 성장이 빨라 온실가스 배출이 급속히 늘고 있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의 배출량 감축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신흥국이나 개도국은 과거 선진국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 온도가 높아졌는데 왜 개도국이 이제 그 덤터기를 써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한다면 경제 성장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게다가 미국발 금융위기에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겹치면서 세계 경제도 침체를 지속, 온난화 방지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중국이 전체의 24%로 1위이고 미국(18%) 인도(6%) 러시아(5%) 일본(4%)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의 42%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은 교토의정서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다.

온실가스 감축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행보는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게임으로 볼 수 있다.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나선다면 서로에 이득이지만, 다른 국가에 그 책임을 떠넘기면 결국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당장 일자리도 없는데 세금을 온난화 방지에 쓰자고 할 수 있는 정치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게 지구온난화가 발등의 불로 다가왔는데도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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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이야기 (17) 환율 전쟁

통화가치 낮추기 경쟁은 모두에게 손해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온실가스 감축 놓고  '죄수의 딜레마' 에  빠진 지구촌
지난 9월6일 스위스중앙은행은 깜짝 놀랄 만한 뉴스를 발표한다. 스위스프랑화의 환율 하한선을 유로당 1.20스위스프랑으로 설정하고, 환율이 이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시장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자국 화폐의 가치를 사실상 유로화에 연계시킨 셈이다. 스위스가 이처럼 유로화 페그제를 도입한 것은 외국 자금이 너무 몰려 스위스프랑의 가치가 급등(환율은 급락), 정밀기계나 농약 등의 수출과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프랑화의 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1유로당 1.6스위스프랑 선이었으나 위기 이후 스위스프랑이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면서 투자자금이 몰리는 바람에 한때 1유로=1스위스프랑 수준까지 급등했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선 때때로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낮추는 ‘환율전쟁(통화전쟁·currency war)’이 벌어지곤 한다. 스위스가 자국화폐의 가치를 유로화에 고정시킨 것도 일종의 환율전쟁으로 볼 수 있다. 환율은 거시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환율이 높으면(다시 말해 통화가치가 낮으면) 수출이 늘어나 성장과 일자리에 유리하다. 반면 수입물가는 비싸져 물가엔 부정적이다. 이에 비해 환율이 낮으면(다시 말해 통화가치가 높으면) 수출이 줄어 성장과 일자리엔 불리한 데 비해 물가 안정엔 긍정적이다. 따라서 불황의 그늘에 허덕일 때 세계 각국은 환율을 인위적으로 높게 해 경제를 부양시키려는 유혹을 받게 된다. 이게 바로 요즘 많은 나라가 앞다퉈 외환시장에 깊숙히 개입, 환율을 높게 유지하는 환율전쟁을 벌이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 같은 환율전쟁은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자국의 생존을 위해 앞다퉈 무역 관세를 높였으나 결국은 모두가 피해를 입은 ‘근린궁핍화 정책(Beggar thy neighbor Policy)’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벌어지는 환율전쟁의 대표적 사례로는 중국 위안화 가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 환율을 인위적으로 높게(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함으로써 자국과의 교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낮춤으로써 무역흑자를 줄이는 한편으로 양국 간 경제불균형(global imbalance)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상원은 중국 등 신흥국이 환율을 조작해 무역에서 이득을 볼 경우 제재할 수 있는 환율감시개혁법도 최근 통과시켰다. 유럽도 미국 측에 가세해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환율은 기본적으로 내정 문제’라며 미국의 간섭을 비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985년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 간 플라자합의로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 급등(엔화 환율 급락)을 허용한 이후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을 맞은 것처럼 위안화 가치를 한꺼번에 올릴 경우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엔화 가치가 크게 올라(엔화 환율이 급락해) 자동차나 전자업체들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자 최근 시장에 개입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수비르 고카른 인도준비은행 부총재도 루피화 가치 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최근의 환율전쟁은 선진국 간 전쟁이었던 과거와 달리 선진국과 신흥국 간 벌어지는 양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각국 정부가 경제 회복 지연에 대응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들도 환율전쟁을 막기 위해 여러차례 논의했지만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율전쟁과 보호무역주의는 모두에 손해라는 걸 잘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유혹에 빠지게 되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낳은 또 다른 풍경이라고 할 만하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