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낙찰제 확대 시행해야 할까요
찬성 반대 생각하기
“예산절감 가능하고 특혜시비 없앨 수 있어”

“부실 시공 낳고 중소형 건설업체 고사시켜”


공공공사 최저가 낙찰제 확대 적용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한창이다. 최저가 낙찰제란 공사나 입찰을 하는데 가장 낮은 가격을 써 낸 사람을 낙찰자로 결정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2001년 10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서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건설공사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개정한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따라 현행 3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 적용하는 최저가 낙찰제를 내년부터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건설업계가 국토해양부에 지속적으로 이의 확대 실시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해온 데다 국회도 경기침체와 저가 수주에 따른 건설업체 경영난 등을 이유로 확대시행 방침을 철회해 줄 것을 정부 측에 끈질기게 요구하면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저가 낙찰제 확대 대상 공사를 100억원에서 200억원 이상으로 완화하거나 100억원으로 확대하는 시기를 2년 유예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절충안도 건설업계 내부에서 조차 미묘한 입장 차이가 존재해 현재로서는 수용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실제 기재부와 국토부의 의견이 갈리면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열린 국가계약법 개정안은 심의가 연기됐다. 최저가 낙찰제 확대 적용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기획재정부가 확대 적용을 추진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예산 절감이다. 건설업계의 공사비 부풀리기를 차단해 국민의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최저가 낙찰제인 만큼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중에서도 최저가 낙찰제 확대 도입 방침을 환영하는 곳이 적지 않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같은 단체들은 그동안 현행 공공건설사업의 사업비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어 가격거품이 턴키입찰 담합과 민자사업의 가격특혜구조를 형성, 정치 로비자금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해왔다며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저가 낙찰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입장이다. 특히 2006년 4월 감사원의 ‘건설공사 부실시공 실태 점검결과’ 감사보고서를 보면 대부분의 부실시공 사례가 가격 경쟁 없이 발주된 턴키 및 적격심사 방식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형편이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2004년 분석으로 모든 공공공사를 가격경쟁 방식으로 전면 확대하면 약 10조원가량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었는데,지금은 300억원 이상만 해당하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까지 모두 확대할 경우 아직도 6조원 내지는 7조원가량을 추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공공건설사업에 대한 최저가낙찰제는 전면 시행해야 한다”며 “그동안 부풀려진 사업비 산정 기준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이러한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때까지 턴키·민자사업 시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반대

건설업계는 주택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 제도가 확대되면 과열 경쟁과 출혈 수주로 전체 업계가 공멸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를 비롯한 건설 관련 15개 단체는 최근 건설현장 근로자 등 12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최저가 낙찰제의 확대 계획 철회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등 9개 정부 기관에 제출하기도 했다. 최상근 대한건설협회 계약제도실장은 “업체 간 과당 경쟁과 덤핑 입찰로 인한 적자와 부실시공 등 건설산업 전반에 걸쳐 부작용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최저가 낙찰제 대상 공사를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면 현재 40 대 1 정도인 공공공사 입찰 경쟁률이 100 대 1로 높아지는데 이렇게 될 경우 출혈경쟁에 따른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유도 든다. 저가수주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2001년 1000억원 이상 공사에 최저가 낙찰제를 도입할 당시 낙찰률은 예정가격의 평균 65%를 유지했는데 2005년에는 59%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대형업체와 중소업체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중소·지방 건설사 몫이었던 소규모 공사에 대형 건설사들이 뛰어들어 결과적으로 중소·지방 건설사들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 중에서도 최저가 낙찰제 확대가 당장 예산절감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생각하기

‘싼 게 비지떡’ 이라는 속담이 있다. 최저가 낙찰제 확대를 반대하는 측은 바로 이런 점을 들고 있다. 가장 싼 가격을 써 낸 업체가 공공공사를 따내면 부실공사는 어떻게 보면 불가피하다는 게 바로 이들의 주장이다. 기업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익을 내야만 하는데 무리하게 싸게 공사를 수주했을 경우 건설업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건설 자재를 규격 미달을 사용하든지 공사 감독을 충분히 하지 않든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원가를 낮추려 할 것이고 이는 결국 부실공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최저가 낙찰제 확대를 찬성하는 측은 공개 경쟁이야말로 비리와 부정을 최소화하고 예산절감은 물론 건설업계의 구조조정도 촉진한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두 가지 주장 모두 일리가 없지 않다. 중요한 것은 두 가지 주장에서의 장점만을 취할 수 있도록 최저가 낙찰제를 운영하는 것이다. 제도 자체보다는 이의 적절한 운영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최저가 낙찰제를 확대하되 부실공사가 발생할 경우 낙찰 업체를 대상으로 한 배상책임을 무겁게 하는 식으로 낙찰자의 의무를 좀 더 강화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부실공사임이 밝혀지면 다시는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 낙찰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물가상승률이나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갑자기 몇백억원 규모로 확대하는 것보다는 좀 더 제도 정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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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1월 23일자 보도기사

최저가 낙찰제 대상 공사를 현행 300억원 이상에서 내년부터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건설업계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차원의 ‘절충안’이 마련된다. 최저가 낙찰제 확대 대상 공사를 100억원 이상에서 200억원 이상으로 완화하거나 100억원으로 확대하는 시기를 2년 유예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건설업계는 지난 18일 최저가 낙찰제 적용 공공공사 대상을 200억원으로 하는 방안에 사실상 합의했다. 기획재정부는 당초 지난해 7월 개정한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따라 현행 3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 적용하는 최저가 낙찰제를 내년부터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건설업계가 국토해양부, 국회가 경기 침체와 저가 수주에 따른 경영난 등을 이유로 확대 시행 방침을 철회해줄 것을 끈질기게 요구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최저가 낙찰제 대상 공사를 아예 모법에 ‘300억원 이상’으로 못박겠다며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상정해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한다고 벼르고 있다. 기재부는 이에 따라 최근 건설업계에 최저가 낙찰제 대상 공사를 200억원 이상으로 완화해주는 ‘절충안’을 제시했고, 건설협회는 지난 18일 시·도 회장들이 모인 가운데 이 안을 조건부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