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사이트 1면)온라인 주식거래 강자 키움증권
지난 8월2일 여의도 증권가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유럽 재정위기 부각으로 상승세를 타던 증시가 하루 동안 50포인트 넘게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이후 6거래일 연속 50~70포인트씩 주저앉으며 2170선이던 코스피지수는 단숨에 1800선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유럽발(發) 리스크보다 한국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믿은 개인 투자자들이 1조5000억원의 순매수에 나서면서 증시판에 다시 빨간불이 들어왔다.

다음날인 11일 키움증권의 고객계좌관리 담당 직원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날 하루 추가 개설 신규 계좌 수가 3795개에 달한 것이다. 하루 평균치(1000여개)를 4배 가까이 뛰어넘는 수치로 창립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불확실성이 팽배했던 지난 8월 키움증권은 ‘온라인 주식거래의 절대 강자’라는 명성을 또 한번 입증했다. 위기일수록 개미 투자자층이 두터운 ‘키움’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진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앞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증시 폭락 후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키움의 주식 위탁매매 점유율은 10%에서 13%로 뛰어오르는 계기를 마련했다.

키움증권은 오로지 온라인을 통해서만 운영하는 ‘100% 온라인 종합증권사’다. 고객과 맞대면하는 창구인 지점 없이도 온라인 서비스로만 브랜드 파워를 키워 2005년부터 지금까지 6년 연속 주식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제는 ‘온라인 주식 위탁매매 강자’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급변하는 금융시장 환경에 걸맞은 ‘온라인 종합금융투자회사’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5명 중 1명은 키움 고객

키움증권은 1999년 여의도 임대 사무실에서 몇 개의 책상과 컴퓨터를 놓고 증권 전문가와 정보기술(IT) 전문가 7명이 모여 탄생했다. 영업 지점을 통한 주식매매가 보편적인 시절, 키움은 파격적으로 2000년 5월 온라인으로만 고객을 상대하는 온라인 증권사로 영업을 시작했다. 이로부터 5년 뒤 대형 증권사를 제치고 개미 투자자를 주요 고객으로 빠르게 흡수하면서 주식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선 뒤 지금까지 확고한 선두 입지를 고수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전체 주식 위탁매매 시장 점유율(10월 기준)은 14.48%로 2위보다 배 이상 앞서고 있다. 해외 악재로 증시가 출렁거리고 있지만 키움은 개인 고객들의 신규 계좌 수가 꾸준히 늘면서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여가고 있다.

강력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1.5bp(0.015%)에 불과한 최저 위탁매매 수수료는 키움이 빠른 속도로 국내 주식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모든 증권사들이 자체 HTS를 선보이고 있지만, 키움의 HTS인 ‘영웅문’은 고객 밀착형 서비스를 통해 ‘동시 접속자 16만7100명, 하루 평균 접속자 36만7000명’이라는 독보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또 온라인 강자답게 스마트폰 트레이딩 시스템 ‘영웅문S’, 해외주식·외환거래(FX)·해외선물 등의 글로벌 상품매매 HTS ‘영웅문W’, 아이패드 전용 주식 HTS ‘영웅문T’ 등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걸맞은 미디어별 HTS를 개발해 고객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시장에서는 지난해 8월 ‘영웅문S’를 후발주자로 선보여 고객 선점에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었지만, 기존 영웅문과 비슷한 사용환경을 제시한 데다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메뉴를 선보여 1년 뒤 점유율 1위 입지에 올라섰다.

이를 통해 키움증권은 개인 시장 점유율 22.57%를 기록하고 있다. 5명 가운데 1명은 키움을 통해 주식거래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키움의 개인 고객은 주로 젊고 활동적인 40대 이하라는 점도 향후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40세 이하 고객 비중이 65%로 시간이 갈수록 고객층이 두터워질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업계 최고 수준의 자기자본이익률(ROE)

키움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6%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증권사 평균치가 7~8%인 점을 감안하면 2~3배 높은 수치다. 그만큼 효율적인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압도적인 개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국내 주식, 선물, 옵션 등의 수수료를 확보하고 있다. 또 증권예탁금·금융수익 등이 꾸준히 증가한 덕분에 업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자랑한다. 다른 증권사들과 달리 100% 온라인 기반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투자상담 인건비나 지점 운영에 따른 고정비가 별도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온라인 기반의 비즈니스 다각화 모색

키움증권의 주요 수익원은 국내 주식 위탁매매에서 나온다. 전체 영업수익 중 온라인 위탁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한다. 키움증권은 한쪽 분야에 치우친 수익원을 채권중개, 기업금융, 온라인펀드 판매, 해외상품중개, 상품 운용 등으로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키움증권은 장내외 파생상품사업 인가를 획득해 국내 선물, 해외 선물, 외환거래(FX) 마진 업무를 시작한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약세인 투자은행(IB) 업무 분야에서도 2009년 권용원 사장이 취임한 이후 기업공개(IPO), 구조화금융, 채권자본시장(DCM) 등 4개팀으로 보강해 차별화한 방식으로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키움증권은 모든 미디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쉽게 다양한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자산관리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첫 단계로 온라인 펀드몰을 열어 30여개 자산운용사의 500여개 국내외 펀드를 판매하며 ‘저비용 온라인 펀드몰’의 입지를 구축했다. 추가로 온라인 주식연계증권(ELS)과 소액채권 판매 서비스도 개시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단순한 상품 중개에만 그치지 않고 간접 금융상품과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12월에는 100% 출자를 통해 키움자산운용도 설립했다.

키움증권은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수신 업무까지 추가해 향후 자회사인 키움자산운용, 키움인베스트먼트(창업투자사)와 더불어 종합금융투자그룹으로 성장한다는 포부도 내놨다.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시장 공략

키움증권은 경쟁이 치열한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앞선 IT 기술력과 인프라를 무기로 내세워 이머징 마켓을 공략 중이다. 첫 진출지는 최근 빠른 성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구 2억4000만여명의 인도네시아다. 지난해 말 키움증권은 현지 증권사인 동서증권 지분 70%를 120억원에 인수해 지난 7월 ‘키움증권 인도네시아’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확고한 경쟁 무기 영웅문 글로벌 버전인 ‘히어로’를 출시해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재 키움증권 인도네시아는 120개 증권사 가운데 45위 수준이지만, 2015년까지 ‘톱10 증권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