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TA와 스파게티볼 효과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FTA 체결만으로 교역의 이익이 보장될까
☞ 두 나라 혹은 지역간에 FTA를 맺는 것은 상품과 서비스, 투자, 노동 등 자유로운 교역을 통해 경제의 효율성과 국민 삶의 질을 높이자는 데 뜻이 있다.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으로 뒷받침되는 자유무역은 세계경제를 성장시키고 국민소득을 높이는 역할을 해왔다.

세계 각국이 2차 세계대전 후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를 만들고1995년 이를 WTO(세계무역기구)로 확대개편한 것도 자유무역을 통해 공동의 발전의 꾀해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WTO 주도 아래 세계 대다수 국가가 참여하는 교역자유화 협상(라운드라고 불린다)은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2001년 협상이 시작돼 아직까지도 타결이 요원한 도하라운드가 단적인 사례다.

그래서 각국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나라끼리 시장을 개방키로 협정을 맺고 있는데 이게 바로 FTA다.

WTO에 따르면지금까지 체결된 FTA는 총 301건(2011년9월 현재)에 달한다.

세계 전체 교역에서 FTA를 맺은 국가(지역)끼리의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48%로, FTA는 이미 교역의 주류 협정으로 부상했다.

WTO가 정하는 교역자유화보다 높은수준의 개방을 추구하는 FTA는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성장을 촉진시키지만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다른 국가의 입장에서 볼 때 보호무역주의 성격을 지니며, 다자간(세계 여러 나라간) 자유무역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FTA는 나아가 이른바 ‘스파게티볼 효과’라는 또다른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한 나라가 여러 국가와 FTA를 체결했다고 하자.

그러면 실제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고 파는 기업들은 수출입 물품에 부과되는 관세혜택을 받기 위해 교역 상대국이 정하는 원산지규정 등을 준수해야한다.

원산지규정(rules of origin)은 상품의 국적을 판정하는 기준이다.

가령 현대자동차가 태국에서 만든 엔진과 부품을 수입, 한국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유럽에 수출했다고 하자.

이 자동차를 만든 곳은 한국일까 태국일까.

FTA는 체결국 간에만 관세혜택을 주는 배타적 협정이기 때문에 한국산이라면 FTA를 맺은 유럽에서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태국산이라고 판정되면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각국은 원산지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놓고 있는데 이 원산지규정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이처럼 FTA를 여러나라와 맺을 경우 기업들이 혜택을 받으려면 국가마다 서로다른 원산지규정, 통관절차, 환경, 인증 등의 복잡하고 난해한 규정과 활용절차를 이해해야 한다.

이는 FTA를 활용하려는 기업에 부담이 돼 교역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스파게티 접시 속에 담긴 스파게티 가락들이 서로 복잡하게 엉켜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해서 ‘스파게티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 또는 ‘누들볼 효과’(Noodle Bowl Effect)라고 부른다.

국제무역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자그디시 바그와티 미 컬럼비아대 교수가 동시다발적 협정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했다.

FTA 체결만으로 교역의 이익이 저절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기업들이 FTA의 혜택을 보려면 경쟁업체보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까다로운 규정도 잘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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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이야기 (12) - 환위험의 관리

환율 급변 따른 손해 방지위해 '헤지'는 필수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FTA 체결만으로 교역의 이익이 보장될까
우리돈과 외국돈의 교환비율인 환율은외환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등에 의해 끊임없이 변동한다.

평상시에는 변동폭이 크지 않지만 외부적 충격 요인이 있거나 국제수지에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경우 일시에 출렁거리기도 한다. 이처럼 환율이 급변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환율이 크게 치솟을 경우(다시 말해 우리돈의가치가 급락할 경우) 수출업체엔 뜻하지 않은 이익이 발생할 것이고 반대로 수입업체는 생각지도 못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환율이 크게 하락하면(다시 말해 우리돈의 가치가 급등할 경우) 수출업체엔 손해가, 수입업체엔 이익이 발생한다.

이처럼 환율 변동으로 기업이나 가계(개인)가 손실을 입을 가능성을 환위험(foreign exchange risk 또는currency risk)이라고 하며, 이 같은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를 환위험관리라고 한다.

환위험은 크게 거래적 환위험과 회계적 환위험으로 나눌 수 있다.

거래적 환위험(transaction exchange risk)은또 거래적 환위험과 경제적 환위험으로 세분하기도 한다.

거래적 환위험은 계약은 이미 끝났으나 결제가 환율 변동 이후에 이뤄져 그 기간 동안의 환율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환위험이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일 때 장난감 100개를 개당 1달러에 수입하기로 계약했다.

당시에는 11만원의 비용을 예상했으나 계약 이후 결제 시점에 환율이올라 1200원이 됐다면 예상과 달리 기업은 12만원의 수입비용이 들게 된다.

1만원의 비용을 추가로 써야 하는 셈이다.

경제적 환위험(economic exchangerisk)은 예상치 못한 환율 변동으로 영업활동 자체까지 영향을 받아 발생할 수있는 환위험이다.

예를 들어 1달러=1100원일 때 한 해 1억달러를 수출하는 기업이 있다고 하자.

만약 환율이 1달러=1000원으로 급락하면 원화로 환산한이 회사의 수입은 11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100억원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환율이 급락하면 수출상품의 가격이 비싸져 수출이 1억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8000만달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환율 급락으로 현재와 미래의 수출이 감소함으로써 손실이 발생한 이 같은 사례가 경제적 환위험에 속한다.

회계적 환위험(translation exchange risk)은 환산 환위험이라고도 하는데 회계장부상 노출된 환위험이다.

예를 들어 해외지사와 자회사의 재무제표를 모기업의 재무제표와 연결시키기 위해 자산과 부채의 가치를 동일한 통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위험이 회계적 환위험이다.

이 같은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는 기법을 환위험 관리기법 또는 헤징(위험회피)기법이라고 한다.

기업이 대외거래를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환위험의 가능성으로부터 손해를 보지 않기위해 수립하는 재무기법이다.

헤징 기법은 크게 △기업내부적으로 환위험을 관리하는 내부적 관리기법과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에서 대응거래를 통해 환위험을 방지하는 외부적 관리기법이 있다.

내부적 관리기법엔 외화를 주고 받는 지급 시기를 조절하는 방법, 외화 자산 및부채를 만기와 규모별로 일치시키는 방법, 본사와 해외지사 간 채권·채무 관계를 매번 결제하는 대신 일정기간 후에 상계한 후 차액만 결제하는 방법 등이 있다.

또 외부적 관리기법엔 선물환거래나 옵션거래, 환율변동보험, 다양한 파생상품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