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오르고 인력수급에도 어려움 생긴다”

“이주 근로자 인권침해와 강제노동 부작용”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에게 세 차례만 이직할 수 있도록 한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달 29일 인도네시아 국적 근로자 S씨 등이 동법 제25조4항과 같은 법 시행령 30조2항에 대해 낸 헌법 소원 심판청구 사건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이 조항은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은 원칙적으로 3회를 초과할 수 없으며 3회의 변경이 모두 이주노동자에게 책임이 없을 경우 예외적으로 1회에 한해 추가로 허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내국인 근로자의 고용기회를 보호하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효율적인 고용관리로 중소기업의 인력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으로 사업장 변경 횟수를 제한한 것이 입법자의 재량 범위를 넘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문화적 적응기간의 필요성,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를 위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체계적 관리의 필요성 등에 비춰 보면 현저히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헌재의 결정에 대해 일부 인권단체 등에서는 관련법이 외국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명백한 위헌이라는 주장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반면 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이들의 이직을 무제한 허용하면 임금인상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며 헌재 결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아직 횟수 제한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 성

외국인 근로자의 이직 횟수 제한에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것은 중소기업들이다. 실제 중소기업의 95%가량이 외국인 근로자 이직이 무제한 허용될 경우 인력수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3년에 3회로 제한된 이직 제한 규정이 사라지면 산업간뿐만 아니라 제조업 내에서도 외국인들이 더 좋은 근로조건을 찾아 이동하는 현상이 심화되기 때문에 인력 양극화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외국인 인력에 많은 것을 의존해야 하는 중소기업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영세사업장의 원활한 인력 수급이라는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3번 이직을 허용해 준 것도 어떻게 보면 혜택을 준 것이며 전 세계에서 취업을 전제로 비자를 내 준 외국인에게 이직까지 허용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부는 또 “외국인 근로자들은 헌법이 규정한 기본권의 주체가 되지 못하며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업체 변경 횟수 제한을 풀면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이 과도하게 상승하고 그 결과 내국인 근로자의 일자리가 위협받는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외국에도 대부분 이런 제한을 두고 있다는 점을 든다.

대만의 경우 회사의 휴·폐업 또는 임금체불로 근로계약이 종결되거나 외국인 근로자의 귀책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지 않으며 일본 싱가포르 등도 이직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 반 대

인권단체인 ‘이주민과 함께’는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직장 변경 횟수 제한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관련 규정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근로권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변경 횟수 3회를 모두 사용한 이주노동자는 그 뒤로부터는 사업장 내에서 인권침해나 폭행, 해고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더 이상 합법적으로는 일터를 옮길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참고 일하거나 미등록이 될 것을 각오하고 다른 업체로 옮기거나 원치 않는 출국을 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맞게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부 악덕 사업주들은 이러한 이주노동자들의 불리한 처지를 악용해 근로조건을 악화시키거나 인권 침해를 일삼는 경우까지 있어 사실상 강제노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주노동자들도 한국사회의 일원으로서 생산현장에서 노동하는 주체라며 국가적 공동체의 존재형태와 기본적 가치질서를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헌법은 한국 땅에서 노동하고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에게 적용되어야 하며 따라서 이주노동자들도 마땅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헌재 재판관 중에도 “사업장의 추가 변경을 ‘1회에 한해’ 허용하는 것으로 제한하고 있는 관련법은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했다”며 반대의견을 낸 재판관이 소수 있었다.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이주 근로자들에게도 이직의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보편적 인권은 국적에 상관 없이 전 인류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것인 만큼 이들에게 예외적인 제한을 가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것이다.

⊙ 생각하기

이번 헌법 소원은 2007년 처음 제기된 것으로 수년을 끌어왔다.

그동안 헌재가 양쪽의 입장을 모두 들었지만 결론을 내는 것이 생각 만큼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국적과 국경에 관계 없이 최소한의 인권과 자유가 존중되어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막상 모든 인간에게 주어져야 하는 보편적 인권을 어디까지로 봐야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맞딱뜨리면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어떤 측면에서는 보편적 인권도 현실 경제 속에서 적합성을 불가피하게 띠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근로나 고용과 관련된 분야에서의 인권은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취업을 목표로 비자를 받고 입국한 외국인을 내국인과 완전히 동등하게 대우해야 하는지 여부의 문제는 정책적 차원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번에 헌재가 외국인의 이직 횟수를 제한한 관련법이 헌법에 합치된다고 판단한 것은 외국인 고용 분야의 정책을 결정하는데 일정 범위에서 정부의 재량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까지 외국인에게 이직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하느냐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정책적으로 결정할 일이지 보편적 인권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는 게 헌재의 공식 입장인 셈이다.

이들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취업을 목적으로 입국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물론 일부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불법 노동착취와 인권 침해는 반드시 시정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것과 외국인 근로자의 이직 횟수 제한은 별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9월 30일자 A31면

고용허가제에 따라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횟수를 3회로 제한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지난달29일 나왔다.

헌재는 인도네시아 출신 외국인 근로자 S씨 등이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이 직업선택의 자유 및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 대해 이날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해당 법률은 내국인 근로자의 고용 기회를 보호하는 한편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효율적인 고용 관리로 중소기업의 인력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한 취지”라며 “외국인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 “외국인 근로자의 언어·문화적 적응기간이 필요한 점,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체계적 관리의 필요성 등에 비춰보면 현행법은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소수 의견으로 목영준,송두환,이정미 재판관은 “법이 추구하는 공익보다 침해되는 외국인 근로자의 이익이 더 크다”는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4항 및 시행령은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 또는 사업장 변경은 원칙적으로 3회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동안 중소기업중앙회 및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들은 “위헌 결정이 나면 외국인 노동자의 이동 및 이탈이 심각해져 중소기업의 인력 수급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이고운 한국경제신문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