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속 보물 둘러싼 '물밑 전쟁'
[바다가 미래다] (3) 바다는 자원의 보고
최근 개봉했던 영화 《7광구》는 바다 위 석유시추선에서 괴물과 시추 대원들이 벌이는 사투를 그리고 있다.

영화의 배경인 7광구가 독도만큼 중요한 해양 영토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7광구는 제주도 남쪽과 규슈 서쪽 사이 해역의 대륙붕이다. 면적은 8만2000㎢로 서울의 124배에 달한다.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흑해 유전과 맞먹는 72억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1974년 한국과 일본은 그 자원을 공동 개발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일본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자원 개발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세계는 바다의 무한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해양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과학잡지 네이처는 1997년 해양생태계의 연간 총 가치를 육상생태계(10조6천7백10억달러)의 2배가 넘는 22조5천9백70억달러로 추정했다.

구리·망간·니켈 등 전략금속의 육지매장량은 짧게는 40년, 길게는 110년이면 동이 나지만 바다에는 최소 200년에서 1만년까지 쓸 수 있는 양이 매장돼 있다. 조류·조력·파력 등 해양에너지자원만도 1백50억kw정도다.

따라서 세계의 미래는 해양을 경영하고 개발하는데 달려 있다.

주요 해양국가들이 21세기 국가해양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는 이유다.

미국은 대통령직속기관인 ‘해양정책위원회’를 두고 해양 연구를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해양기본법을 제정한 뒤 종합해양정책본부를 두고 연간 1조엔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해양 영토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빠르게 변하고 있는 해양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해양수산발전기본계획(오션코리아 21)을 수립했다.

세계 각국의 바다 쟁탈전은 골드러시를 연상시킬 정도로 치열하다.

국제법상 누구의 소유도 아닌 공해를 차지하려고 혈안이다.

2007년 8월 2일 러시아 탐사대가 잠수함 미르 1ㆍ2호를 타고 북해 해저로 내려가 자국 국기를 꽂았다.

러시아의 도발은 북극 해저에 매장된 엄청난 양의 석유와 가스 때문이다.

이곳에 매장된 원유는 전 세계 매장량의 7.5%에 해당하는 900억배럴이나 된다.

천연가스도 470억㎥로 전 세계 매장량의 30%에 달한다.

북극해 연안국가들은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캐나다는 군사활동을 개시했고, 덴마크는 해저지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해저지도 작성에 나섰다.

미국과 러시아는 냉전 이후 처음으로 핵잠수함과 미사일 잠수함을 북극해로 보냈다. 차가운 북극해에서 ‘새로운 냉전’이 시작된 것이다.

해양 전쟁은 우리나라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2006년 일본 탐사선이 독도 주변에서 메탄하이드레이트 양을 측정하려다가 한국 해군과 충돌한 적이 있다. 일본 탐사선은 한국 군함 20여척의 무력시위에 연구를 포기하고 돌아갔다.

1주일 후에는 한국 탐사대가 메탄하이드레이트를 측정하기 위해 바다로 내려갔다.

한국 탐사선을 본 일본은 해양경비대를 출동시켰고 한국 해군도 지원군을 보냈다. 독도를 둘러싸고 양군 군함이 팽팽하게 대치했다.

얼음덩어리처럼 생긴 천연가스 하이드레이트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바다 밑에 양국이 30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독도뿐 아니라 중국ㆍ대만과는 센카쿠열도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센카쿠열도의 바다 아래는 석유 1천억배럴, 천연가스 10조t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중국해 중부의 난사 군도는 중국, 타이완,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등이 나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곳에 매장된 석유의 양은 사우디아리비아의 매장량과 비슷한 2천억배럴로 추정된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 잠수정 자오룽이 남중국해 해저 3759m까지 들어가 오성홍기를 꽂았다.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육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심해 광물자원 개발이 필수다.

다행히 한국은 선진국들과 어깨를 견줄 만큼 집약된 해양과학기술 및 산업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단독광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활동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 수세기 동안 인류는 육지를 개발해 산업발전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해양과 심해개발이 인류 산업발전과 문명을 지탱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바다가 인류의 미래다.

최만수 한국경제신문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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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경제 지탱하는 '해적기업'

바다의 골칫덩어리 해적


‘해적’ 하면 많은 사람들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잭 스패로우 같은 낭만적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검은 해적 깃발과 애꾸눈, 앵무새 등은 모험의 세계를 상징한다.

하지만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들은 이러한 상상을 깨뜨렸다.

2000년대 초에는 미얀마·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 해적이 빈발했다.

2005년 이후에는 아프라카 해역에서 해적이 들끓고 있다.

지난해 해적 발생 건수는 445건으로 대부분 소말리아 해적들의 소행이다.

과거 해적들이 칼과 총으로 위협해 물건을 강탈하는 생계형이었다면 최근 해적들은 로켓포와 GPS 등 첨단기기로 중무장하고 선원들을 인질로 잡아 몸값을 요구하는 기업형이다.

소말리아는 국민의 75%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해적 행위가 유일한 수입원으로 간주될 정도로 소말리아의 경제적 상황은 최악이다.

가난에 쪼들린 젊은이들은 돈벌이를 위해 앞다퉈 해적이 되고 있다.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해적들의 신분도 교사·요리사·어부 등이었다.

소말리아에는 100여개의 해적기업들이 상장돼 있다.

해적에게 돈이나 무기 등을 투자한 뒤 선박 납치에 성공할 경우 이익금을 배분받는 구조다.

소말리아 해적들의 본거지인 아덴만은 인도양과 지중해를 잇는 길목이다.

한국 선박도 연간 460여척이 이곳을 지난다. 해적들에겐 먹잇감이 널린 셈이다.

국제사회는 말라카 해협의 해적 퇴치를 모델로 소말리아 해적 퇴치에 힘을 모으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