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 자동차 65% 해외로...지구촌에 한국 위상 드높인다

"우주선 조종사를 깜짝 놀라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조종석에 현대차의 로고를 붙여놓으면 됩니다. "

1990년대 미국 CBS의 유명 토크쇼인 데이비드 레터먼 쇼에서 레터먼이 현대차의 품질을 비하하면서 한 말이다.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우주선에도 현대차 로고가 붙으면 불안해할 정도로 기술력이 낮다는 조소였다.

그로부터 10여년 뒤인 2009년 영국의 가장 오래된 자동차 잡지인 오토카는 "몇 년 전만 해도 현대 · 기아차가 세계 5대 자동차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에 대해 우리는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이제는 경쟁력 있는 제품력을 바탕으로 유럽에서 폭스바겐 골프나 포드 포커스와 경쟁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현재 현대 · 기아차의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10%에 달한다.

달라진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 경제발전의 선봉

한국은 미국 중국 독일 일본에 이은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다.

자동차산업 선진국들은 모두 세계 경제 선진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자동차산업이 전 · 후방 연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산업이 발달하면 모든 첨단기술도 함께 발전한다.

자동차는 하이브리드와 스마트카,전기차 등으로 발전하면서 정보기술(IT)은 물론 로봇공학,에너지 소재기술,나노기술 등 다양한 기술의 집약체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 발전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것도 자동차산업이다. 자동차가 고용,생산,수출 등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달한다. 1990~2010년 연평균 6.0% 이상 성장해왔다.

2010년 기준으로 자동차산업은 국가경제에서 제조업 생산의 10.1%(1113조원),부가가치의 9.4%(35조원),총수출의 11.7%(544억달러)를 차지하는 제조업 1위 산업이다.

# 세계 4위 수출국

우리나라가 자동차를 처음 생산한 것은 1955년 미군 지프를 재생해 만든 '시발'이었다.

이후 1974년 현대자동차가 국내 최초의 고유모델인 '포니'를 개발하면서 본격적인 한국 자동차산업 시대가 열렸다.

이후 1988년에는 연간 10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했고 1993년 200만대,지난해에는 400만대를 넘어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 회복의 주역으로 활약한 것이다.

현대 · 기아차,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생산능력은 480만대 규모다.

2001년 10만대를 기록한 해외 생산은 지난해 300만대를 넘어섰다.

수출도 비약적으로 늘었다. 1976년 7월 현대차가 '포니' 5대를 에콰도르에 처음으로 수출한 이후 지난해 세계 4위 자동차 수출국(272만대)으로 올라섰다. 자동차는 완성차의 64.9%가 수출된다.

지난해 부품 수출을 포함한 자동차산업 전체 수출액은 제조업 전체 수출액의 11.7%인 544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자동차부품 수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서 현대 · 기아차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 · 기아차 품질 5스타 인증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수출보증서로 통한다.

현대 · 기아차에 납품할 정도면 믿을 만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다는 의미다.
# 질주하는 현대차·기아차

국내 완성차 업체 중 현대 · 기아차의 상승세가 무섭다. 현대 · 기아차의 세계 판매 추이를 살펴보면 1998년 글로벌 12위(143만 대)에서 2000년 10위(257만대)로 올라섰다.

2005년에는 377만대,2009년에는 464만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빅5에 진입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574만대를 판매해 미국의 포드(520만대)를 제치고 도요타(842만대),GM(839만대),폭스바겐(710만대)에 이어 4위에 올랐다.

특히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현대 · 기아차는 올 상반기 전년 동기보다 33% 증가한 56만7901대를 판매했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2001년 3.3%였던 시장점유율은 지난 5월 10.1%로 '10%의 벽'을 넘었다.

쏘나타와 아반떼(현지 판매명 엘란트라)가 처음으로 각각 일본의 자랑인 중형 캠리(도요타)와 어코드(혼다),준중형 코롤라(도요타)와 시빅(혼다)을 누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자동차전문지 카앤드드라이버는 '학생이 갑자기 선생님이 됐다(The student has suddenly become the teacher)'는 제목의 쏘나타 평가 기사를 통해 쏘나타의 품질 경쟁력 향상을 호평하며 '올해 최고의 차 Top 10'에 쏘나타를 선정했다.

현대 · 기아차는 올해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글로벌 3위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에서도 지난달 5만8585대를 판매해 도요타(4만1626대)를 제치고 아시아 브랜드 판매 1위를 지켰다.

이 같은 성장은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과 수직계열화 덕분이다.

현대 · 기아차는 세계 최초로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며 그룹 경쟁력을 향상시켰다는 것이다.

최진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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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車값 왜 다르지?>

현대자동차의 준중형 해치백 ‘i30’는 국내에서 139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선 1715만원,영국에선 2387만원에 판매된다.

주요국가의 i30 판매가격이 최대 10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i30의 판매가격을 좀 더 살펴보면 중국은 1677만원,호주는 2168만원이다.

한국의 i30 가격이 가장 저렴하고 영국이 가장 비싼 셈이다.

국가별 가격 차이에 대해 업체 측은 국가마다 법규로 인해 적용되는 사양이나 국가별 선호하는 편의사양들이 틀리고 배기량도 다르기 때문에 동등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i30의 엔진 배기량은 1600㏄이지만 미국은 2000㏄이고 해치백이 아닌 왜건형으로 모양도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사양이 가장 비슷한 i30의 최저 가격 사양으로 비교해봤을 때 각국별 판매가격이 적게는 300여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이같은 가격 차이는 관세와 같은 세금의 영향과 국가별로 다른 배기량,편의장치 등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수출하는 차량의 경우 해당 국가에서 판매될 때 관세가 붙게 되고 물류 비용이 더해지면서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등 각 국가별 세금이 추가되고,차를 판매하는 딜러숍의 마진이 붙어 최종 판매가격이 결정된다.예를 들어 국내에서 i30 기본 사양 모델의 공장도 가격은 1187만3666원이다.

여기에 개별소비세 59만3683원,교육세 17만8105원을 더하면 1265만5455원이다.이것이 i30의 공급가격이다.여기에 다시 126만4545원의 부가가치세를 합한 1391만원이 i30의 판매가격이 된다.

각 국가의 물가 수준도 차량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의 경우에는 시장에서 업체별 경쟁이 치열한 만큼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춤으로써 세계적으로도 차량가격이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i30의 경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체코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어 영국과 중국 가격에는 관세가 붙지 않는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관세 영향으로 업체마다 현지생산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