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그 순간, 기쁨도 부담도 눈물에 녹아흘렀다.

[피플 & 뉴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주역 이건희 삼성 회장
'평창(Pyeongchang)….'

지난 6일 밤(한국시간) 자크 로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발표하는 순간 이건희 삼성 회장(IOC 위원 · 69)은 소리없이 울먹였다.

눈가에는 스르르 눈물이 맺혔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12년이란 기나긴 여정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쳤을 것이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이 회장의 눈물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이 회장의 눈물엔 무엇보다 기쁨이 녹아 있다. 이 회장은 1년 반 동안 170일간이나 해외출장을 다니며 평창올림픽 유치에 열정을 쏟았다. 이를 위해 그가 돌아다닌 거리는 지구 5바퀴가 넘는다.

글로벌 그룹의 회장이라는 자존심도 버리고 "약속이 있다"는 IOC 위원을 만나기 위해 1시간30분이나 기다렸다.

이 회장은 1996년 IOC 위원에 선출됐고, 삼성전자는 2년 뒤인 1998년 IOC와 공식 파트너 계약을 맺었다.

삼성이 올림픽 공식 스폰서라는 제약 때문에 이 회장은 IOC 위원 자격으로 동료위원들을 일 대 일로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더반 총회가 열리기 5일 전에 결전의 땅에 도착해 마지막까지 부동표를 잡는 데 온힘을 쏟았다.

그런 열정이 '평창!'이란 말로 보답을 받은 것이다.

이 회장의 눈물엔 그를 짓눌러온 부담감도 녹아 있다. 이 회장의 어깨엔 2003년 이전부터 국민적 염원인 동계올림픽을 유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얹혀 있었다.

2007년 두 번째 유치도 실패하고,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말 글로벌 유치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이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동계올림픽 유치는 이 회장에게 책임감을 넘어 엄청난 부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평창!'이란 한 마디가 그런 부담감을 일거에 날려버렸다.

이 회장 스스로도 귀국 인터뷰에서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고 답해 그동안의 심적 압박이 무척 컸음을 내비쳤다.

감사의 마음도 담겨 있다. 이 회장은 "전부 나보고 했다고 하는데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이렇게 만든 것이고 평창 유치 팀들이 고생이 많았다"고 몸을 낮추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정말 열심히 하셨다"며 대통령에게 공을 돌리는 겸손함도 보였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 국제적 행사 유치는 온국민의 노력과 정성의 결실이다.

국력이 바탕에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공을 빼놓으면 안 된다.

국력의 초석을 다져놓은 것도 기업이고,글로벌 행사 유치전쟁 때마다 지구촌 구석구석을 뛰는 것도 기업이다.

이 회장의 열정이 결실을 맺은 것도 IOC 위원이라는 위상보다 글로벌 기업 총수로서의 파워가 더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올림픽은 축제이고,화합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기업의 의미를 한번쯤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