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맞혔느냐, 아니냐'가 답안 평가의 잣대

[생글 논술 경시대회] 제11회 생글논술 경시대회 채점 후기 및 총평
큰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험은 5월달에 치러졌고, 아직까지 이 정도 수준의 문제를 완벽하게 풀 실력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뿐입니다.

시험까지는 다섯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고, 그런 이유로 고3부터 논술을 시작한 학생이라면 다소 어려웠을 법한 문제임이 틀림없습니다.

출제자는 응시자의 멋진 표현이나 대충 문제의도와 비슷하게 서술된 그저 그런 답안을 읽기 위해 출제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실제 대입 시험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출제자는 '논란의 여지없이' 매우 명확하게 답을 서술한 학생들을 뽑아야 하겠지요.

(당연히 최근 논술의 경향 역시 '답이 있는 논술'입니다).

답을 맞힌 학생의 수가 많다면 그 다음 수준의 기준을 내세워서 뽑겠지만, 이 정도 수준의 문제라면 당연히 '답을 맞혔느냐 아니냐'로 운명은 갈리게 됩니다.

답을 정확하게 서술한 학생은 작년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매우 소수입니다.

실제로도 자신이 이해한 수준보다 더 명확히 이해한 학생들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잊지 마세요.

언제나 답은 명확하게 쓰여져야 합니다.

문제의 특성상, 개인의 의견이나 창의적인 답안을 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그런 성향의 대학문제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이 문제는 그런 것보다는 기본적인 '설명'이나 '비판'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를 측정하기 위해 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매우 간단합니다.

결국 '답을 맞혔느냐' '맞히지 못했냐'죠.

# 1번 문제 후기

<문제 1>. 제시문 (가)와 (나)를 바탕으로 에너지 절약형 전기제품을 팔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시오.

(단, <표1>과 <표2>의 결과를 반드시 비교할 것) (500자)



첫 번째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고 한다면 믿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그랬습니다.

연속되는 3개의 문제는 모두 하나의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1번을 맞힌다면 2번과 3번을 맞힐 가능성도 큽니다.

(문제의도와 해답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번 해설을 통해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500자 문제이므로, 갖추어야 할 기본적 구조는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우선 문단이 2~3개 정도 필요하겠지요. 500자이기 때문에 한 문단으로 쓴다고 믿고, 실제로 그렇게 쓴 학생들도 많았습니다만 입장을 바꿔 직접 500자-한문단 짜리를 계속해서 읽다보면 분명 피곤할 것입니다. 심지어 1000자 문제도 한 문단으로 쓴 학생들이 있더군요.

문단이란 '하나의 뜻을 지닌 문장의 집단'입니다.

그러므로, 문제조건에 따르면 (가), (나), 팔기 어려운 이유 이렇게 3문단 정도가 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조건을 보면, '(가)와 (나)를 바탕으로'라고 되어있지요.

문제를 어느 정도 풀어본 학생이라면 이 (가)와 (나)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법도 하지만 (가)와 (나)를 '따로' '각각'의 내용으로 이해한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논술에서 이런 식의 구조 문제가 나온다면 반드시 그 관계를 따져봐야합니다.

기껏해야 그 관계란 것은 ①같거나 ②다르거나(대립되거나) ③포함되거나 (A⊃B)입니다.

(③번이 나오는 경우도 사실 거의 1~2년에 1번이죠).

척 봐도 둘이 같은 맥락의 제시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설명하기> 문제인 이상 (가)와 (나)의 내용이 '전기제품을 팔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하지만 (가)와 (나)가 대립된다면 설명이 어렵겠지요. 문제 조건만 봐도 99%이상 (가)와 (나)는 같은 맥락입니다.

그리고 문제조건에는 분명히 <표1>과 <표2>의 결과를 비교하라고 나와 있습니다.

이런 조건은 괜히 붙는 것이 아닙니다. 이 비교는, 즉 표 해석은 전체 30점 중 10점을 차지하는 조건이었습니다.

표 해석이 까다로웠다고 하소연한 학생도 많았지만 실제로는 (가)의 맥락만 정확하게 이해했다면 오해할 소지가 별로 없는 표였습니다.

당연히 <표1>과 <표2>가 반대의 결과를 가지고 있어야만 '절약제품을 사는 것이 합리적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비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결과가 도출되기 때문이지요.

가령, 1번 문제가 너무 어렵다면 다른 제시문을 통해 유추할 수도 있었습니다.

추가적으로 말하자면 (나)를 요약할 때 이자율과 저축 운운하며 분량을 낭비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예일 뿐 에너지 절약제품을 왜 팔기 어려운가와는 연관시키기 어려운 내용이었습니다.

즉, 언제나 그렇듯 '요약이란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부분'만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2번 문제 후기

<문제 2>. 청소년 흡연에 대한 (마)의 대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다)와 (라)를 토대로 평가하시오.

(단, (라)의 a,b의 내용을 반드시 포함시킬 것.) (500자)



2번 문제 역시 표 해석 문제였습니다.

물론 '평가하시오'라는 조건이 붙어있는 관계로 "뭐지? 긍정인가? 반대인가?"를 고민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논술에서 '평가하라'는 조건은 90% 정도가 비판입니다.

마찬가지로 위의 1번 문제에서 그랬듯, (라)의 ?e,?f의 내용을 포함하여 해석하는 것이 전체 30점 배점 중 10점이었지요.

역시 문제를 쉽게 하기 위해 (다)와 (라)가 같은 맥락을 지니고 있다는 힌트를 주었습니다.

(물론 이걸 못 알아차리고 또 '각각' 해석한 경우가 많았지요).

그렇게 되면 (마)의 대책이 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지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이제 그 설명방식이 정교해야겠지요. 가령 a,b '흡연전'과 '흡연후'로 비유하여 설명할 수 있습니다.

눈치가 빠르다면 당연히 이 역전현상이 바로 이 상황을 그리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아챘겠지요.

그렇게 되면 (다)는 (라)와 맥락을 같이하고 (라)의 a,b 상황은 흡연의 구체적인 상황과 연관이 되지요.

이렇게 보면 꼭 설명하기 문제같지요?

하지만 이 문제는 (다)와 (라)를 요약한 후, 결국 그러므로 (마)의 대책이 실패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는 문제였을 뿐입니다.

'평가'라는 조건답게 '비현실적이다' 운운하며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되는 것이지요.

다만, 500자 문제이다 보니 분량의 문제상 비판적 평가의 분량을 한두 문장밖에 못 쓰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700자 정도였다면 평가 혹은 비판의 내용을 좀 더 두고 길게 서술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 3번 문제 후기

<문제3>. 위 제시문을 모두 참고하여, (아)에 제시된 최저생계비 개선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논하시오. (1000자 내외)



이 문제의 핵심은 (바)였습니다.

그리고 제시문 (바)에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제시되어 있고요. 그것을 힌트삼아 '최저생계비 개선안'에 대한 비판도 하고 대안도 마련하는 문제였습니다.

이걸 몰랐다면 뭐 어쩔 수 없이 '답이 틀린 셈'이 됩니다.

문제조건에는 분명히 '제시문을 모두 참고하여'라는 것이 붙어있지요.

이 조건에는 이런 의미가 들어있습니다.

①제시문의 이름을 모두 지칭하며 서술하라 ②전체 문제가 하나의 의도로 묶여있으니 그것들과 맥락을 같이 하라.

제시문을 다시 요약하라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죠.

그저 <제시문 (가)와 (나)에서 보이듯>이라든지, <이는 제시문 (가)~(라)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도만 해도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어찌됐든 출제자가 내건 조건이니 응시자 입장에서는 '제가 조건을 철저하게 만족시켰습니다!'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의견을 '논하라'는 조건은 논술에서 가장 범위가 넓은 논제 중 하나입니다.

'논하라'는 것은 설명하든, 비판하든, 대안을 마련하든 뭐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문제의도상 개선안은 비판받습니다. 그렇다면 비판만 하고 끝낼 수는 없지요.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모두 (바)에 나와 있지요.

실제로 이 문제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헛발질'은 이것을 '복지병'과 연관지어 서술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쉽게 올려주면 안된다! 게을러진다!' 뭐 이런 것이었지요.

하지만, 제시문의 어디에도 그런 내용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설마 샘슨크리의 일이 너무 많은 돈을 주어서 생겨난 일인가요? 아니죠. 그것은 '한꺼번에' 돈을 주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죠.

오랜만에 아는 주제가 나왔다고 신나서 쓴 학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문제의도는 그것과는 완전 별개였으므로 그리 좋은 점수를 드리진 못했습니다.

문제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했다면, 좀 더 꼼꼼히 서술했다면 "올려주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그 방식에 있어 의문을 가진다"는 것이 가장 정확한 서술이었겠지요.

이 부분이 전체 40점 중에서 10점을 차지한 부분이었습니다.

추가적으로 1000자 문제를 아직 어려워하시는 학생들에게 조언하자면 1000자 문제라고 해서 자기 생각을 무작정 1000자나 채워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입논술은 대개 여러개의 제시문이나 여러 개의 조건을 내걸기 때문에 기본적인 요약만 하더라도 분량이 큽니다.

가령 3번 문제만 하더라도 (바)(사)(아)의 요약만으로 많은 부분을 채우면 되지요.

예를 들어 1000자 문제에는 거창한 서론도 필요 없으니 (아)를 요약하며 이것에 왜 반대하는지만 밝히면서 시작하면 대략 150~200자가 찹니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바)(사)로 요약-설명한 후 (200~300자), (가)~(마)를 이용해 같은 맥락이라는 점을 서술하고(200자)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300자 정도로 채우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것이었지요.

결국, 주어진 조건대로 따라쓰면 그대로 1000자를 채우게 되는 것이지요.

이용준 S · 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