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림 받던 '조센진'..."내겐 한국의 피가 흐른다"

[Economic News] 손정의 日 소프트뱅크 회장
지난달 30일 오후 1시 일본 도쿄 벨레살레 시오도메 콘퍼런스센터.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孫正義 · 일본명 손마사요시 · 54)이 초고속인터넷망으로 연결된 일본과 한국의 대형지도를 배경으로 연단에 섰다.

손 회장은 특유의 일본어 억양으로 자신의 뿌리가 한국임을 거듭 밝혔다.

"저는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나고 교육을 받았지만 부모님이 모두 한국 사람이고 한국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또 23대 전으로 거슬러가면 조상들은 중국에서 살기도 했다고 하니 나의 정체성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 정체성이 뭐든 행복한 삶을 살길 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

손 회장의 부모가 한국인이고 그가 한국인 2세라는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그가 이날 재차 한국뿌리를 강조한 것은 소프트뱅크가 한국의 KT와 합작사업을 발표하면서 느낀 감회가 남달랐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손 회장은 KT 이석채 회장과 함께 이 자리에서 일본기업의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설립하는 합작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3월 일본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으로 일본기업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가 손상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지진이 없는 한국으로 데이터센터를 옮겨놓자는 의견이 나온 것.데이터센터는 각종 기업정보가 들어있는 곳으로 기업들은 이곳을 통해 관련 정보를 꺼내 사용한다.

이른바 클라우딩(clouding)서비스다.

데이터센터가 지진으로 무너진다면 기업들은 정보를 복구할 수 없게 된다.

손 회장은 한국의 KT와 비슷한 통신기업인 소프트뱅크를 운영한다. 정보데이터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이 한국에 손을 벌린 셈이니 손 회장으로서는 감회가 새로웠을 터다.

소프트뱅크와 KT는 자본금 75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 'KTSB Data Services'를 오는 9월 설립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데이터센터는 한국의 김해공항 인근에 10월께 구축할 예정이다.

이 데이터센터는 서버컴퓨터 1만대를 운영할 수 있는 규모다.

손 회장은 일본 정보기술(IT) 업계의 '구루(최고전문가)'로 꼽힌다.

그가 오늘의 손정의가 되기까지 성장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어릴 적 '조센진'이라는 놀림을 받았고 일본학생들이 던지는 돌멩이를 맞으면서 컸다.

손 회장은 하지만 "어차피 한 번밖에 못 사는 인생,통쾌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견뎠다"고 회고했다.

손 회장은 24세 때인 1981년 자본금 1억엔, 직원 2명으로 당시 컴퓨터 유통사업체인 소프트뱅크를 설립했다.

그는 초고속인터넷 요금을 기존 업체의 반값에 제공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애플 아이폰의 독점 공급권을 따내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