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 첨삭노트] (61) “문제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줄 알아야”
지난 시간에 설명드린 2 대 2의 대립항 문제를 실제로 풀어보면서 이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너무나 흔하게 나오는 유형이만큼 그 구조나 전개를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중급교재 p.18에 있습니다. )

다음 문제는 가톨릭대학교의 2009학년도 수시 기출문제를 참고했습니다.



<문제> 제시문 (가)와 (나)는 내용상 대립적이다. 그 대비점을 서술하시오. (400자 내외)


① 모든 민족의 모국어 안에는 하나의 세계관이 갈무리되어 있다.

이 세계관은 그 언어공동체의 지리적 위치, 역사적 형세, 정신적 조건 및 외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 그 민족의 세계관이다.

이 모든 조건들이 두 민족에게 동일하지 않듯이 그 언어 속에 갈무리되어 있는 세계상(世界像) 역시 동일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하나의 자연언어는 그 민족의 기억이다.

기억은 이전 체험의 보존이기도 하지만 미래 활동의 토대이기도 하다.

모국어와 우리의 삶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라.

우리 모두가 생각과 행동의 전제, 나아가 삶의 전제를 공유하는 것은 모국어 덕택이다.

② 세 살짜리 유아는 입으로 말을 하지 않고서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이 결과 이 아이는 나이가 몇 살 더 먹은 다음에도 그 습관은 그대로 남아, 뭔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경우에 으레 혼자서 뭔가를 입 안에서 속삭이며, 심지어 책을 읽는 경우에도 입술을 반드시 놀리게 된다.

사고란 결국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언어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매사추세츠의 어느 맹인 요양소의 소장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언어장애인이자 맹인인 로라라는 여자는 심지어 꿈을 꿀 때에도 빠른 수화(手話)로 뭔가를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라에게는 수화가 곧 언어이다.



③ 내 생애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날은 나의 스승 앤 맨스필드 설리번 선생님이 오신 날이다.

이날 전과 후의 생활이 얼마나 다른지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가슴이 벅차오른다.

내가 7살이 되기 3개월 전이었다. 그날 선생님은 나를 선생님 방으로 데려가 인형 하나를 주셨다.

내가 잠시 그 인형을 가지고 놀고 나자 선생님은 'd-o-l-l'이라는 단어를 천천히 내 손바닥에 썼다.

나는 그 손가락 놀이에 흥미를 느끼고 흉내를 내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단어를 쓰는 것도 몰랐고 단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 후 며칠 동안 나는 이 영문 모를 놀이를 통해 많은 단어를 써서 기억했다.

그러나 모든 사물에 명칭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는 몇 주일이 더 걸렸다.

④ 지금까지 심리학자나 철학자들은 자신들의 연구에 있어서 영아들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존재로 간주해 왔다.

새끼고양이처럼 영아는 귀여운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심리학적 중요성이나 철학적 중요성은 없는 것으로 여겨 왔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영아들이 언어를 사용하기 훨씬 이전부터 과학적 지식을 조직하는 근본 원칙들이 발달한다. 영아는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곧 감각과 운동의 상호작용, 그리고 이것들과 환경과의 적응적 상호작용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 상호작용들은 점진적으로 분화되고, 협응되고, 숙련된다.

이 과정을 통해 영아에게는 분류, 순서, 가역성(可逆性) 등과 같은 추상적인 지적 구조들, 그리고 공간, 대상, 인과성과 같은 인식론적 장치들이 영아의 실제적 지능 안에 처음부터 뚜렷이 자리잡게 된다.

이 지적 구조들과 장치들은 영아의 언어 사용을 준비한다.



⊙ 문제풀이

처음 보면서, '뭐야? 생각보다 어렵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문제를 많이 풀어보지 않았다면 그렇겠지요.

위 문제는 언어에 관련된 주제 중에서 가장 흔하게 출제된다는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대한 문제입니다.

쉽게 말해서 사고가 언어에 종속되어 있으냐, 독립되어 있느냐 뭐 이런 것이죠.

('종속'과 '독립'이란 단어 잊지 마세요! 자주 쓸 수 있습니다. ) '우선하다'라고 표현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대신 분량을 400자 안에 넣기가 다소 힘듭니다. 제시문이 어찌됐든 4개이니 말이지요.

처음엔 400자를 넘겨서 해도 좋지만, 차차 주어진 분량에 맞추는 시도를 해야 합니다.

각 제시문을 하나 하나 요약하려고 하기보다는, ①②번이 하나의 주장을 위한 근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쉽습니다. 외연이 2개, 내연이 1개인 것처럼 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확실히 외연을 가볍게 처리하는 방식, 즉 <라는 점(사실)은 S+V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 <①이나 ②는 모두 S+V를 강조한다. >와 같은 형태를 쓰는 것이 아무래도 편리합니다.

(한번 익혀두면, 두고두고 잘 써먹게 됩니다!)

다시 제시문으로 돌아가보자면, 모두에게 공통되는 키워드는 언어일 뿐, 이를 두고 전개되는 소재는 모두 다릅니다.

그래도 최소한 각 제시문의 ①② / ③④가 서로 공통된다는 점은 알고 있으니, 천만다행입니다.

각 제시문이 별도로 존재하고 있었다면 이 문제를 단번에 풀기란 너무나 어렵지 않았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더욱 중간결론이 필요합니다.

제시문 (가)의 공통점부터 찾아보죠.

①과 ②는 모두 설명문입니다.

(이렇게, 설명이냐 주장이냐를 갈라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스킬 중 하나입니다. )

①은 한 민족의 모국어란, 그 민족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관이나 세계관, 역사나 환경적 조건을 모두 담고 있는 결정체라고 합니다.

모국어와 우리의 삶과의 관계란 떼어낼 수 없는 긴밀한 것으로서, 우리는 모국어 덕분에 모든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쉽게 생각해 보더라도, 이는 '모국어의 중요성' 정도로밖에 요약되지 않습니다. ②까지 이어보도록 하죠.

<사고란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는 문장이 핵심입니다.

그 외엔 모두 예시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어떤 사유를 한다는 행위 자체가 사실은 자신에게 말을 하는 것, 지금 머리 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언어/말/대화>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로라가 꿈을 꿀 때도 수화를 통해서 무언가 하는 이유는, 로라에겐 그게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로라는 어디가서든, 어떤 생각을 하든 수화를 통해 그것을 드러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①② 모두 인간에게 있어 모국어든, 자신의 언어든, 그 언어가 가지는 의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 인간을 구성한다는 측면에서, 그 인간의 유일한 표현과 사고수단이라는 점에서 언어는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의 것이 됩니다.

(아, 물론 이걸 어떻게 생각해내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아쉽지만, 이것은 이와 유사한 문제를 단 한번만이라도 풀어보았다면 바로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논술에서 경험이 중요한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자, 그럼 이제 <인간과 언어는 충분히 독립적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울 제시문 (나)를 보도록 하지요.

③에는 그 유명한 헬렌 켈러가 등장합니다.

언어에 관련된 문제에서 헬렌 켈러는 정말 자주 등장합니다.

이 이름만 보고도 맞히는 학생이 흔할 정도니 말입니다.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기 전, 단어나 언어의 존재를 아예 몰랐던 그녀는, doll이라는 단어를 시작으로 새롭게 언어를 익히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 단어가 있기 전에도 그녀는 '인형'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언어가 존재하기 전에 그녀는 이미 세상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다만, 그것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던 것뿐입니다.

물론 이 해석이 지나치게 자의적인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언어를 새로 배움으로써 세계를 이해해나가는 헬렌 켈러'로 읽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문제는 문제 의도에 맞게, 그 요구하는 대로 읽을 뿐입니다. ④번을 보면 뜻이 확실해집니다.

④번 제시문은 뜻이 좀 더 명확합니다. 최소한 ③번보다는.

물론 가역성(可逆性)과 같은 단어가 다소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몰라도 문제를 푸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언어를 사용하기 이전>이란 표현이니 말이죠.

영아들은 언어를 사용하기도 이전에 이런 저런 능력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후에야 언어 사용을 준비한다는 것으로 보아, 언어가 꼭 인간의 사고를 형성하거나 조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말씀.

고로, 언어와 사고는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바로 그 얘기죠.



⊙ 첨삭 및 교재 배부에 관하여

지금 위에 제가 설명드린 문제를 깔끔하게 풀어서 sgsgnot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이 지면을 통해 첨삭을 해드리거나, 해설서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당첨되신 몇 분께는 교재를 무료로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언제나와 같이, 지금 연재 중인 2011년판 교재들을 깔끔하게 제본된 책자로 보고 싶으신 분들 역시 메일을 주시기 바랍니다.

이 교재에는 혼자서 공부하는 지방의 학생들을 위해서 해설과 예시답안까지 모두 들어있습니다.

(물론 크지 않지만 비용이 들어갑니다. )

논술 전반에 대한 문의도 계속 받고 있으니, 주저없이 질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용준 S · 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