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금융사 만들려는 정부…관치금융 폐해는 어떡하지?


☞ 메가뱅크와 관치금융 그리고 금융위기

산은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모두 정부가 대주주다.

정부 지분율은 산은 100%,우리금융 56.97%에 이른다.

산은지주는 산하에 산업은행 대우증권 KDB생명 KDB산은자산운용 KDB산은캐피탈 한국인프라자산운용 등을 거느리고 있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자산운용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파이낸셜 등을 갖고 있다.

이처럼 막강한 두 금융지주사를 합칠 경우 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 등 금융시장 전 분야에 걸친 공룡의 탄생으로 엄청난 영향이 예상된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쳐져 탄생한 우리은행은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 부실해져 공적자금을 지원받으면서 정부가 주인이 됐다.

정부는 보유 지분을 팔아 우리금융을 민영화할 계획이었다.

몇 차례의 주식 매각을 통해 지분율도 50%대로 낮췄다.

또 산업은행도 민영화를 위한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금융과 산은지주를 합쳐 메가뱅크(초대형 은행)를 만들려는 계획이 추진되면서 민영화는 또다시 흐지부지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메가뱅크를 만들려는 건 우리 금융사의 규모가 구멍가게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의 은행 가운데 세계 50대 은행에 낀 은행은 한 군데도 없다.

금융잡지인 뱅커스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자본금 기준으로 69위(2009년 기준),우리금융 71위,신한지주 87위에 그친다.

KB국민은행의 자본금 규모는 세계 1위인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20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규모가 작다 보니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원자력발전소 수주 과정에서 한국 금융의 경쟁력이 아주 낮다는 사실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UAE 정부가 공사 이행을 위한 믿을 수 있는 은행의 보증서를 요구했으나 한국 은행 가운데 UAE 측이 제시한 △신용등급이 AA 이상 △세계 50대 은행 등의 기준에 맞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결국 정부는 상당액의 수수료를 주고 SC제일은행의 대주주인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의 보증서를 제출했다.

만약에 메가뱅크가 성사되면 500조원 규모의 국내 금융사가 탄생해 이런 수모는 겪지 않아도 된다.

투자은행(IB) 분야에서도 한국의 금융사는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등 세계적 IB들과 경쟁하기엔 아직 한참 모자란다.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산은자산운용,우리자산운용 등을 하나로 합치면 상당히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

정부가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수긍이 된다. 하지만 여러 함정도 도사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공룡 금융사의 지배구조'다.

우리금융의 민영화가 지연된 이유 중 하나가 민간 주인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었음을 감안할 때 합병사의 주인은 정부일 가능성이 크다.

현행 은행법은 민간 대기업이 은행의 주인이 되는 걸 금지하고 있다. 이른바 금산(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원칙이다.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은행을 사금고화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대기업이 은행 경영에 참여하는 게 원천 봉쇄돼 있는 까닭에 우리금융과 산은지주를 팔려 해도 살 수 있는 곳이 국내에선 별로 없었다.

이런 사정이니 두 은행을 합쳐놓은 메가뱅크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정부가 공룡 은행의 주인이 된다는 건 관치금융의 폐해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정부는 메가뱅크를 통해 돈을 빌려준 기업의 경영에 간여하고,금융시장과 외환시장 개입을 더 늘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는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에 따른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할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민영화 대상인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것은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에 실패했음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메가뱅크의 경영이 부실화될 경우엔 어떻게 될 것인가.

한국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다.

최근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메가뱅크의 위기가 초래했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공룡 금융사 만들려는 정부…관치금융 폐해는 어떡하지?
씨티그룹 BOA JP모건 등 대형 금융사들이 무분별한 부동산 대출로 경영이 부실해지자 이게 세계적인 신뢰의 위기로 번진 것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대형 금융사(SIFI)에 대해선 감독을 강화하고 자기자본투자(PI)를 규제하는 등 은행 규모가 비대해지는 걸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분리시키는 내용의 볼커룰을 법제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시작되고 있는 만큼 현 정권이 합병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인지는 회의적"이라며 "이 대통령과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의 긴밀한 관계는 정치적 문제로 불거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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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달러화로 채권을 발행하는 이유는?

☞ 김치본드

기업들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빌리는데는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금융사에서 빌리는 것(간접금융)이고 또 하나는 자기 신용을 바탕으로 증권(채권이나주식)을 발행해 파는 것(직접금융)이다.

기업들은 자국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채권을 팔아 자금을 조달한다.

이를 국제채(國際債􁽗International Bond)라고 부른다.

국제채는 또 외국채(Foreign bond)와유로채(Euro bond)로 구분한다.

외국채란 외국차입자가 발행지 국가의 통화표시로 발행한 채권으로 발행지의 상징으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면 △외국기업이 중국에서 발행한 위안화표시 채권인 판다본드 △미국에서 외국인이 달러화로 발행하는 양키본드 △일본에서 엔화로발행되는 사무라이 본드 △호주에서 호주달러화로 발행되는 캥거루본드 △영국에서 파운드화로 발행되는 불독펀드 △한국에서 원화로 발행되는 아리랑본드 등이 있다.

이에 비해 유로채는 채권표시 통화국가 이외의 지역에서 발행되는 채권이다.

유럽 등지에서 발행되는 미달러화 표시 채권이 대표적이다.

김치본드는 국내에서 달러화나 유로화 등 외국통화로 발행되는 채권이다.

일본에서 엔화가 아닌 해외통화로 발행하는 채권은 쇼군펀드,홍콩에서 발행되는 위안화 채권은 딤섬본드라고한다.

최근 국내기업들이 김치본드를 발행하는 사례가 급증하고있다.

채권을 원화로 발행하는 것보다 달러화로 발행하는게 금리가 더 낮아 이자 부담이 작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김치본드를 발행하면 외국은행 지점이 외국에서 빌려온 달러로 채권을 사주고 국내기업은 조달한 달러를 다시 원화로 바꿔서 사용한다.

외은지점이 빌린 달러는 외채로 잡혀 외채가 급증하는 문제가 있다.

정부가 김치본드 발행을 규제하고 나선 건 외채를 관리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