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2일 한복 디자이너 담연 이혜순 씨는 지인들과의 약속을 위해 신라호텔 레스토랑인 파크뷰를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20년째 한복을 입고 다니던 이씨는 이날 식당 입구에서 출입을 제지당했다.

그 이유는 한복은 위험한 옷이고,부피감이 있어 다른 사람들을 방해한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이후 호텔 측에서 이씨에게 사과 전화를 거는 등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지만 아직까지도 인터넷 등지에서는 패러디와 비판하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는 등 국민들의 분노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호텔 이름의 유래가 된 신라는 당나라의 위협에 맞서 우리민족의 문화를 지키고 찬란한 우리문화의 꽃을 피운 나라였다.

그러나 이 한복사건은 우리민족의 얼과 혼이 깃든 한복이라는 전통문화를 홀대한 것으로 신라호텔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지게 만든다.

최근 급속한 사회 변화 속에서 교육면에서든 경제면에서든 세계화,글로벌화,국제화가 대세다.

하지만 많은 측면에서 외국을 따라가기에만 바쁘다. 외국어만 배운다고,외국것만 들여온다고 세계화가 되는 것일까?

대표적 세계화의 상징물로 언급되는 맥도날드는 2011년 기준 전 세계 매장 수가 약 3만2000개를 돌파했다. 사람들이 알 만한 나라들에는 대부분 맥도날드 매장이 자리잡지 않은 곳이 없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똑같은 맛의 햄버거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이 세계화일까? 이것은 세계화보다는 미국 중심의 단일화에 가깝다.

여러 나라들의 다양한 문화들은 세계화와 개방화에 따른 선진 자본의 압력에 의해 빛을 잃어가고 있다.

한때 '영어몰입교육'이 한창 이슈화됐을 때가 있었다.

수학 과학,심지어 우리말인 국어와 우리 역사인 국사까지도 영어로 수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영어실력을 늘리기 위해 우리말인 한글을 소홀히 하는 것이 바람직했을까?

문화 사대주의에 빠져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업신여기고 외국문화만을 떠받드는 풍토 속에서 한국적인 것은 저렴한 것,안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이런 풍토가 지속된다면 신라호텔 한복 사건과 같은 사건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흔히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국민들의 인식과 행동이 이와는 거리가 멀지만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정확히 진정한 세계화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이 시대의 진정한 글로벌화는 각 재료의 고유한 맛이 살아 있으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샐러드같이 각 나라의 고유한 전통이 살아있으면서도 다양한 문화들이 조화를 이루는 그런 세계가 되는 것이 아닐까?

황인성 생글기자(성남외고 3년)hwag100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