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이집트 혁명의 도화선이 된 중동민주화 시위의 불길이 리비아를 넘어 바레인에 도착하면서 시위는 이슬람 종파 간 갈등으로 점차 변질되고 있다.

바레인 민주화 시위에서 촉발된 수니파,시아파의 맹주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마찰이 심각해지면서 중동지역의 역학 구도가 대폭 변동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사우디 외교차관인 투르키 빈 모하메드 왕자는 이란이 자국 외교관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외교관 철수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Global Issue] 中東에 부는 민주화 바람… 종파 갈등에 발목 잡히나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가 같은 수니파 국가인 바레인에 군과 경찰을 파견한 것에 반대해 최근 이란에서는 지난 11일부터 사우디 파병에 항의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에 사우디는 외교관 철수를 거론하며 반발 중이다.

바레인에서 불거진 종파 간 갈등은 어느 정도는 예견된 측면이 있다.

바레인 시위는 인구의 70%인 시아파가 왕족을 비롯한 일부 수니파의 차별에 반기를 들며 발생했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불안한 중동정세가 종파 분쟁으로 확대 재생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똘똘 뭉친 시아파…수니파 '흔들'

최근 몇 년간 시아파는 점차 커진 힘을 바탕으로 단결하는 모습을 보이며 총 이슬람 신자의 90%가량이 포함된 수니파를 위협하고 있다.

2003년 이라크전쟁 이후 이라크에서는 시아파 정권이 수립됐고 이란과 이라크는 시아파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2008년 3월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979년 이슬람혁명이후 처음으로 이라크를 방문해 두 나라 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열었고 2010년 12월엔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이란을 방문해 이란 지도자들에게 자신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레바논에서는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시아파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헤즈볼라가 가장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등장했다.

2005년 레바논 총선에서 전체의석 128석 중 23석을 차지하며 제도권에 등장한 헤즈볼라는 올 1월 자신들이 내세운 나지브 미카티가 총리로 지명되면서 권력을 쥐게 됐다. 헤즈볼라는 이란과도 연대하고 있다.

반면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내부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최근 사우디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는 시아파는 사우디 동부 지역인 알 카티프,호푸프 등을 중심으로 바레인 인접 지역까지 시위를 확대시키고 있다.

이에 각각 인구의 40%,16%,14%가 시아파인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는 불안한 모습이다.

사우디를 비롯한 이들 수니파 국가들로 구성된 걸프협력공동체(GCC)는 시아파 세력의 확산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바레인에 병력을 파견했다.

AFP통신은 "집권 수니파가 시아파 시위대에 밀릴 경우 반정부 시위가 더 거세지는 것은 물론 이란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의 영향력도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두 종파 간 주도권 쟁탈전이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GCC는 이란에 대한 공격도 시작했다. GCC는 지난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란의 내정간섭을 중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에서의 폭력 시위도 규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민주화 시위가 아랍권에는 봄을 가져올 수 있지만 이란에는 겨울이 될 수 있다"며 "민주화 시위가 이란에 의해 조종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종파 간 갈등은 교리의 해석에서 비롯됐다는 원칙적 문제보다는 중동의 지정학적 변동과 관련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왕정은 친미(親美)로 안정을 추구해온 반면 이란은 반미(反美)를 내세워 중동에서 영향력를 확대해왔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 중동정책의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중동민주화 시위는 형식의 유사성 때문에 1989년 동유럽 민주화 도미노에 비견되고 있지만 내용상으론 차이가 크다.

동유럽 민주화는 옛 소련 및 사회주의 붕괴로 이어지면서 패권국가 미국을 낳았지만 민주화 시위는 반미국가인 리비아 알제리뿐 아니라 친미국가인 튀니지 이집트 바레인 예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전략적 동반자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축출은 미국의 중동정책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미국의 중동정책 변화 불가피

이란이 영향력 확대를 위한 호기를 잡은 셈이다.

바레인에 해군 제5함대를 배치해 둔 미국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현도 명지대 연구교수는 "압둘라 요르단 국왕이 2004년 말한 것처럼 이란 이라크 아제르바이잔 레바논 바레인 예멘을 잇는 이른바 시아파 초승달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미국의 중동정책은 근본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화 시위의 목적이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크리스토프 윌케 중동담당은 "수니 시아파 국가 간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시민혁명을 통해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서 펼쳐질 변혁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장기독재 정권이나 왕조의 붕괴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각종 개혁조치들도 종파 갈등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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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창시자 무하마드 죽은 후 승계 시비로 분열


수니-시아파로 왜 갈라 졌나


수니파와 시아파는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왔다.

1980년대 초반의 이란 · 이라크전쟁부터 이라크 · 이란의 8년전쟁,터키와 이라크 지역의 쿠르드족 탄압 등이 대표적이다.

이슬람권의 종파 간 갈등은 14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슬람 종파는 크게 약 90%를 차지하는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뉜다.

632년 이슬람 창시자인 무하마드가 후손 없이 세상을 뜨면서 생긴 승계 시비가 분열의 발단이 됐다.

무하마드 사후 그의 혈족 중에서 칼리프(정치 지도자)를 추대해야 한다는 시아파(소수)와 혈통과 관련 없이 통치자를 뽑아야 한다는 수니파(다수)가 맞서게 된 것.

다수는 무하마드의 장인인 아부 바크르를 칼리프로 선출했다.

반면 소수 그룹은 무하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를 후계자로 내세웠다.

'수니(Sunni)'란 말은 '무하마드의 언행을 따르는 이들'이란 뜻이고 '시아(Shia)'는 '알리의 추종자들'이란 말을 줄인 것이다.

결국 아부 바크르가 1대 칼리프로 즉위하고 3대 칼리프인 우스만이 암살된 후 알리가 4대 칼리프에 올랐다.

우스만의 6촌 동생이자 당시 시리아 다마스쿠스 총독 무아위야가 반발했고 661년 알리가 살해된 후 무아위야는 왕조를 세워 아들에게 칼리프를 물려준다.

이후 두 종파는 교리 해석 등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시아파는 알리의 말을 받들고 성직자에게 막강한 정치적 권위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수니파와 차이가 있다.

박현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시아파가 수니파에 비해 더 엄격하고 원칙을 중시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소수파가 자신의 신앙을 지키는 방법은 배타주의"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