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금 사회주의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국민연금 이용해 기업 경영에 간섭하겠다고?
☞ 연금(年金,pension)은 젊을 때 벌어들인 소득의 일부를 적립해 은퇴 이후나 노후에 받는 돈이다.

운영주체에 따라 크게 국가가 운영하는 공적연금과 민간이 운영하는 사적연금으로 나눌 수 있다.

사적연금은 다시 기업이 주체인 기업연금과 개인이 주체인 개인연금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적연금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과 특수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군인연금,공무원연금,교직원연금이 있다.

기업연금은 퇴직금이 대표적으로 최근엔 연금형태로 받을 수 있는 퇴직연금이 보편화되고 있다.

개인연금은 가입이 의무적인 공적연금과 달리 개인의 의사에 따라 은행이나 보험사,증권사 등에 연금 저축이나 펀드 형태로 가입한다.

각국 정부는 사회적 안전망 마련 차원에서 공적연금제도를 시행 중이다.

한국도 1988년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직장(사업장)과 지역,임의 가입자로 나뉘는데 소득에 따라 매달 일정액을 납부한다.

이처럼 모인 기금 적립금은 지난달 26일 현재 338조원에 달하고 있다.

매달 2조원가량이 쌓인다. 연금 납부와 지급 등의 사무는 국민연금공단이 맡는다.

적립금은 그냥 쌓아두는 게 아니라 수익을 올리기 위해 투자된다.

보건복지부에 설치돼 있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이 돈을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한다.

과거엔 예금이나 채권 등이 주요 투자대상이었으나 적립금이 급증하면서 최근엔 우량 주식과 부동산,해외 자산 등으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주식투자액은 지난해 말 현재 55조원에 달하며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도 161곳에 이른다.

포스코 KT 하나금융 신한금융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화학 등의 최대주주이거나 주요 주주다.

기관투자가가 주주의 입장에서 기업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이상할 게 없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기업 경영의 대리인(경영진)들이 주인(주주)들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주인-대리인 문제 해결을 위해 연기금이나 펀드의 경영진 감시를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추세다.

이는 기관투자가는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투자자의 신뢰와 기대를 배반해선 안 된다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신의성실의무 · Fiduciary Duty)라는 원칙에 근거한 것이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큰 함정이 있다.

바로 국가가 민간기업의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은 사적연금과 달리 사실상 정부의 뜻이 크게 좌우한다.

기금운용위원회는 독립적 기구가 아니다.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고 경제부처 차관들이 위원들로 참여해 정부 입김이 강한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기업에 '밤 놔라 대추 놔라'고 간섭하고, 경영진이 마음에 안든다고 자르려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국가가 자원배분을 결정하는 국가자본주의나 사회주의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런 까닭에서 국민연금은 의결권이나 이사 추천,경영안건을 내놓는 주주제안 등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고 있다.

주주들끼리 의견이 충돌하는 안건에 대해선 대부분 섀도보팅(Shadow Voting)을 한다.

섀도보팅은 다른 주주들의 찬성과 반대 표 비율만큼 자신의 의결권을 분리해 찬성과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다.

미래기획위는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선진국의 연기금 사례를 들었는데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공무원연금(캘퍼스)이나 네덜란드공무원연금(ABP) 등은 적극적으로 주주권리를 행사한다.

그러나 이는 특수 직종만이 가입하는 사적연금이 자신들의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개별 기업의 경영이 정부의 철학과는 다르니 공적연금(국민연금)을 통해서라도 간섭해야겠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치논리에 의한 경영권 간섭은 기업가치 저하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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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부펀드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국민연금 이용해 기업 경영에 간섭하겠다고?
☞국부펀드(SovereignWealthFund)는 정부가 출자해 만든 펀드다.

출자자금으로는 주로 외환보유액이나 원유를 수출해 벌어들인 오일달러가 활용된다.

외환 보유액이 늘어나면 국내 통화량이 증가해 물가상승의 한 요인이 된다.

그래서 외환보유액이 많은 국가들은 통화량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기 위해 해외 투자에 적극적인게 보통이다.

국부펀드는 이처럼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전문적으로 해외투자를 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 기구다.

운용 수익을 높이거나국제무대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는목적도 포함돼 있다.

대표적 국부펀드로는 중국의 CIC,싱가포르의 테마섹과 싱가포르 투자청(GIC), 아랍에미리트 연합(UAE)의 아부다비 투자청,한국투자공사(KIC)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국부펀드의 운용자산은총3조9000억달러로추산되며아부다비투자청이 6570억달러로 최대 규모다.

그 뒤를 노르웨이의 정부연기금(4710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 통화청(4150억달러) 중국CIC(3320억달러) 싱가포르의 GIC(2480억달러) 등이 잇고 있다.

2005년 만들어진KIC의 자금 규모는 303억달러로 세계 19위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부펀드의 규모가 2012년까지 10조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부펀드는 원래 일반연기금과 같은 성격이었으나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위기 대처를 위한 안정화펀드 또는 신흥국 시장을 겨냥한 고수익 추구펀드의 성격이 강화됐다.

투자대상은 외국의 국채나 회사채에서부터 금융회사, 에너지회사, 항만, 통신, 원자재, 사모펀드 등으로 다양하다.

국부펀드는 정부가 소유한 돈이라서 운용실태나 실적 등이 대부분 비밀에 가려져 있다.

이 때문에 국부펀드가 정치적목적을 가졌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나 호주,유럽 등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전략산업에 대한 국부펀드의 투자를 규제하고 있다.

국부펀드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상당한 입김을 발휘하고 있다.

그래서 IMF는‘산티아고 원칙’을 발표,투자목적과 지배구조, 위험관리, 정보공개 범위 등 24개 항의 국부펀드 운용지침을 마련한 상태다.

세계은행은 국부펀드의 자금이 신흥국의 투자와 생산성 증대로 이어지면 세계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