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부동산 투기잡고 과도한 가계 대출 막을 수 있을 것”

반 “대출은 금융사가 결정할 일···투기억제 효과도 의문”

정부가 논란이 많았던 DTI(총부채 상환비율) 규제를 이달부터 다시 부활시켰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발표한 소위 '3 · 2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지난해 8월부터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서울의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를 제외하고 일시적으로 풀었던 DTI 규제를 4월부터 다시 시행하기로 했다.

가장 큰 이유는 가계부채가 걱정할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어 이를 일정 수준에서 제한할 필요성이 크다는 데 있다.

정부는 그러나 아직도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고 보고 DTI 규제를 부활하되 일부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바로 분양가 상한제를 강남 3구를 제외하고는 전면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DTI의 예외 인정 범위도 확대해 고정금리식 비거치식 분할상환식 대출에 대해서는 각각 DTI 비율을 15% 포인트씩 높여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로서는 DTI 규제를 유지하되 그로인한 주택시장 거래부진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는 절충점을 찾은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DTI 규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DTI가 투기억제 효과가 있는지, 정부가 일률적으로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이런 형식을 통해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정부의 DTI 규제 부활을 계기로 DTI 필요성에 대한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측, "가계대출 급증세를 막기위해서도 필요하다"

DTI 찬성론자들은 이 제도 만큼 직접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는 제도도 드물다며 필요성을 역설한다.

집을 담보로 빌릴 수 있는 돈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로 제한하면 그만큼 빚을 얻어 집을 사는 행위를 억제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부동산 투기와 집값 급등도 일정 수준까지는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이는 지방의 대규모 미분양 등을 감안했을 때 그런 것이지 수도권과 서울의 경우에는 아직도 주택가격의 절대 수준이 너무 높다며 이런 이유에서도 DTI 규제가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지속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찬성론자들이 내세우는 또 다른 이유는 가계대출 급증세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8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도 불리는데 DTI 규제를 없애면 주택담보 대출 급증으로 가계부채가 더 크게 늘어 자칫 가계부채발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최근 물가급등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는 것은 시간문제인데 그럴 경우 앞으로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점점 커지는 만큼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따라서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서도 DTI 규제는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이번에 DTI 규제를 부활하기로 한 논거도 바로 이런 것이었다.

이밖에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부실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도 DTI 규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 반대 측, "대출 은 금융회사가 결정할 일이며 투기억제 효과도 의문이다"

DTI 규제에 반대하는 측은 이 제도가 부동산 투기 억제에 사실상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부동산 투기를 잡기위해 도입됐지만 이후 부동산 시장 동향을 보면 과연 얼마나 투기방지에 효과적이었는지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다른 모든 가격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시장 역시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은 결과적으로 가격왜곡을 불러올 뿐 장기적으로 가격 안정은 물론 수급에도 결코 도움이되지 않는다는 주장 역시 유사한 내용이다.

부동산 담보 대출을 누구에게 어느 정도까지 해 줄 것인가는 기본적으로 은행 등 금융회사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 정부가 감놔라 대추놔라 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회사들이 각자의 대출심사및 리스크 관리 기준에 따라서 자기책임 하에 대출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지 정부가 일괄적으로 규제할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가 나서 일선 창구의 대출기준을 일일히 규제한다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자 감독권 남용인 만큼 정부는 은행 등 금융회사의 리스크 총량만을 규제, 개별 금융회사의 리스크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는 것을 막으면 된다는 논리다.

규제 형식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된다. DTI 규제의 근거는 법이나 시행령 시행규칙 등 법령이 아니라 행정지도의 일종인 금감원 지도공문이다.

그런데 국민의 재산권 행사를 법령도 아닌 행정지도로 제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전 DTI 완화 범위를 놓고 벌어진 혼선도 모두 금감원 공문하나로 규제 내용을 바꿀 수 있었기 때문에 발행했다는 것이다.

◎ 장기적으로는 없애는 것이 옳아

DTI 규제가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주택담보대출 억제는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할 뿐 아니라 주택거래도 일정 범위에서 위축시키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경제정책이 미치는 영향은 단선적이고 단기적으로만 봐서는 안된다.

그에 따른 부작용이나 장기적인 효과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DTI 규제가 과연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을 가져오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실증적인 집값 데이터를 놓과 봐도 투기억제라는 성과를 얼마나 거뒀는지는 의문이다.

가계대출 억제 효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이론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위적 가격 규제가 가져오는 폐해다.

인위적인 가격과 거래의 제한은 언젠가 그에 따른 부작용을 가져올 수 밖에 없는데 부동산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금융산업을 위해서도,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도 DTI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는 만큼 차선책으로 적절한 균형점이라도 찾아야 한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도 이런 고민의 소산이다.

하지만 이런 규제는 어디까지나 한시적이어야 하며 점진적으로 DTI 규제를 완화해 종국에는 모두 없애는 것이 옳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

☞ 한국경제신문 3월23일자 A1면

정부와 한나라당은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취득세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분양가 상한제도 서울 강남 3구(강남 · 서초 · 송파)를 제외하고 풀기로 했다.

작년 8월부터 완화해 준 한시적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4월부터 부활시키되 고정금리로 원리금을 첫 달부터 갚아나가는(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실수요자들에 대해서는 대출한도를 최대 15%포인트까지 늘려주기로 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22일 당정협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DTI가 부활되면 서울 강남 3구는 40%,강남 3구 이외 서울 지역은 50%,경기 · 인천은 60% 이내로 대출 규제를 받게 된다.

정부는 보완책으로 비거치식 고정금리 · 분할상환 대출에 대해서는 최대 15%포인트씩 DTI 비율을 확대해 적용키로 했다.

1억원까지 소액대출에 대한 DTI 심사 면제는 계속 유지하고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시한은 올해 말까지 연장한다.

취득세율은 지금보다 50% 감면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한다.

9억원 이하 1주택자는 취득세율이 현행 2%에서 1%로,9억원 초과 1주택자 또는 다주택자는 4%에서 2%로 낮아진다.

정부는 취득세율 감면에 따른 지방세수 부족분에 대해서는 전액 보전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지원기준과 규모에 대해서는 앞으로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에서 협의를 통해 결정할 방침이다.

서욱진 한국경제신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