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발전하는 첨단과학의 시대.우리는 매일 신상품들의 향연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루가 멀다시피 출시되는 신제품들은 TV,인터넷 등의 미디어를 통해 우리들의 오감을 사로잡으며 '구매'라는 달콤한 손길을 내밀고 있다.

사람들은 아무런 의심없이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그들의 주인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들은 첨단과학이라는 화려한 장막 속에 도사려 있는 '전자쓰레기'라는 어둠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전자쓰레기란 이른바 전자폐기물을 뜻하며 더 이상 쓸모없게 된 전자제품을 일컫는다.

냉장고,세탁기 등의 대형 제품은 물론 휴대전화,각종 디지털 멀티미디어 등과 같은 전자부품을 이용한 모든 제품이 이에 포함된다.

그런데 근래의 빠른 소비와 생산, 짧은 제품 사용기간으로 인해 전자쓰레기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가정과 소규모 기업 등에서 배출되고 있는 전자쓰레기 비중도 높아지면서 시급한 대책이 요구되고있다.

전자쓰레기에는 수은,납,카드륨 등 유독성 물질과 인체의 정상적인 대사활동을 방해하는 화학 물질이 다량으로 들어있다.

예를 들어 회로기관의 땜용으로 쓰이는 납은 모니터나 컴퓨터 한 대당 평균 2~4㎏ 정도 들어있다.

전자제품은 이러한 유독성 화학물질을 함유한 부품들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를 함부로 폐기하면 사람과 환경에 모두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다.

유엔경제계획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전자쓰레기의 양은 매년 5000만t에 육박하고,이 중 70%는 선진국에서 발생된다고 한다.

그러나 전자쓰레기는 선진국의 기부라는 명목아래 아시아,아프리카 등의 개발대상국으로 불법수출되고 있다.

전자쓰레기 마을로 유명한 중국 광둥성 구이위 마을이나 인도 뉴델리에서 행해지는 재활용 과정은 충격 그 자체이다.

저임금 노동을 기반으로 쓰레기들이 처리되는 이들 지역은 전자 쓰레기의 무덤이 되고 있으며 아동 노동과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전자쓰레기를 재활용하여 돈을 버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인식없이 노동자들은 안전장치를 하지 않은 채 유해 독극물을 뒤집어쓰고 분해한다.

이로 인해 마을 주민들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납,크롬,아연 등에 의한 중금속 중독,피부질환,암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들은 자본의 논리에 의해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재활용 후 폐기물이 마구잡이로 방치되어 대기와 수질을 오염시킨다.

이런 오염물질들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들은 이익 창출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이러한 환경적 요인도 생각해야 한다.

전자제품의 수명을 길게 디자인하고,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등 기업들의 책임있는 행동이 요구된다.

또한 소비자들도 전자쓰레기의 위험성을 인식해 광고판의 신상품에만 눈을 돌릴 것이 아니라 제품을 보다 오래 사용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구매의식을 조장하는 광고의 이면을 알아채지 못하고 소비를 계속한다면 우리의 지구는 쓰레기 더미로 질식하고 말 것이다.

김유진 생글기자(포항 제철고2) priness7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