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가능인구 1%줄면 성장률 0.8%P 감소

고령사회 진입 땐 GDP 증가율 2%대로 추락

⊙ 인구의 변화

[Cover Story] 인구 구조가 변하면 경제가 바뀐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보면 불황이나 전쟁 등으로 경제 여건이 나빠졌을 때 출산율이 떨어지지만 반대로 경기가 호전되고 식량 사정이 개선될 때는 출산율이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또 전쟁과 같은 사태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 전쟁이 끝난 후 종족 보존을 위해 출산을 늘리는 경향도 나타난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이후,우리나라는 6 · 25전쟁 이후 베이비 붐을 경험했다.

그러나 최근 세계 각국은 출산율이 과도하게 떨어져 고민하고 있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원인은 무엇보다 출산 양육으로 인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 시카고 대학의 게리 베커는 지식사회에 접어들면서 부모들의 임금 수준이 높아지면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과거 농경사회 시절에는 자녀를 가장 중요한 생산 수단의 하나로 여겼지만 지식사회가 되면 자녀는 더 이상 생산 수단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의 임금이 높지 않을 때는 출산 양육에 따른 부모의 근로시간 감소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임금이 높아지면 소위 '출산 양육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도 커져 출산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거기다가 여성들의 사회진출로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있고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도 출산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 인구 구조가 경제를 바꾼다

[Cover Story] 인구 구조가 변하면 경제가 바뀐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늘어나면 생산량이 증가하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생산가능인구가 1% 증가하면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노동력의 공급 증가로 생산량이 증가하고 나아가 생산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업한 근로자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주택을 구입하는 일련의 과정은 경제 전체에 강력한 수요를 일으켜 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생산가능인구의 증가는 노인 부양의 부담을 덜어준다.

생산가능인구는 직장을 갖고 소득을 올리는 인구층이기 때문에 이 인구의 비중이 높아지면 나라 재정이 튼튼해지게 된다.

일본 경제가 1990년 이후 활력을 잃은 이유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4년부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함으로써 재정수입이 줄어들면서 재정적자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 경제의 고도 성장도 생산가능인구의 증가로 설명할 수 있다.

중국은 1980년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59.8%였지만 1990년 66.7%,2005년 71%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중국은 생산가능인구의 증가를 바탕으로 외국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경제를 급속도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은 1980년대 50% 정도에서 빠른 속도로 높아져왔다.

그러나 2013년 약 73%의 최고 수준에서 수년간 정체 상태를 보이다가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따라 2018년에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14%(고령사회)로 높아지고,2026년에는 그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바뀐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인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2000~2005년 평균 5%에서 2030~2050년간 평균 2%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노령 인구의 증가는 대체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

그러나 은퇴 후 생활 자금 마련을 위해 연금에 가입하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주식시장 규모는 키울 것으로 보인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

참고문헌

△인구 변화가 부의 지도를 바꾼다(홍춘욱,원앤원북스) △인구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김기호,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경제를 보는 두 개의 눈(한상완,현대경제연구원북스)

---------------------------------------------------------

"한국 인구구조 앞으로 5년간 최상"…日 노무라 분석 눈에 띄네

한국은 앞으로 5년간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중이 가장 높은 최상의 인구구조 국면에 들어가면서 한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노무라증권은 3월4일 발표한 특별보고서를 통해 "2011~2016년 한국의 총부양비율(부양인구/생산가능인구)이 평균 36.5%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1970~2050년 중 최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바꿔 말하면 노인층을 보살필 청 · 장년층이 가장 많은 인구구조라는 얘기다.

생산가능인구는 15~64세,부양인구는 14세 이하 및 65세 이상의 인구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둔화하는 인구 증가율은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걱정하게 하지만 인구구조에 초점을 맞추면 앞으로 5년간 한국 경제는 최상의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양 부담이 적은 이 시기에는 총저축률이 총투자율을 웃돌아 경제 전체의 순금융자산이 큰 폭으로 축적되는데 이것이 원화가치,채권,주가 같은 실질금융자산 가격을 올리는 기폭제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주식 보유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35~64세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0~2020년 44.1~47.7%로 정점에 다다를 전망이어서 실질 주가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아울러 한국에서 1961~1971년 출생한 세대가 구매력과 자산 축적이 극대화되는 중년층에 도달하면서 가계 소비 및 투자가 진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런 인구구조는 2016년부터 빠르게 소멸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현재의 가능성과 미래의 불안요소를 모두 염두에 둔 정책이 필요하다고 권 이코노미스트는 조언했다.

그는 한국이 현재의 인구구조를 최적으로 활용하려면 △여성 노동력의 활용 △외국인 인력에 대한 문호 개방 △아웃소싱 확대 및 탄력적 노동시장 정착 △자유무역협정 확대 및 내수기업의 내실 있는 국외진출 등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