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 집 없는 서민들 주거비 고통을 덜어줘야”

반 “전세난만 부추길 뿐 문제해결에 도움 안돼”

전셋값 급등세가 지속되자 전세나 월세 가격을 올릴 때 일정한 제한을 하자는 소위 '전 · 월세 상한제' 도입 필요성을 두고 찬반이 갈리고 있다.

전 · 월세 상한제는 원래 야당이 주장해왔다.

2009년부터 민주당에서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올초 당론으로 확정했다.

반면 여당인 한나라당은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하는 가격통제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한나라당 일각에서 이런 입장을 변경, 전 · 월세 상한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전 · 월세 상한제가 여야 합의로 시행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도입까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한나라당 내 서민주거안정 태스크포스에서 이의 도입을 추진했지만 당내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어 아직 당론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며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 같은 당내 이견을 의식, 최근 관련 논의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4 · 27 재 · 보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서민 표를 의식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했다가 괜히 정책 신뢰성만 떨어뜨릴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전월세 상한제를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측, "서민 부담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하다"

전 · 월세 상한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집 없는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민주당은 전 · 월세 계약 갱신 때 전 · 월세 보증금 인상폭을 연간 5% 이내로 제한하고 기존 계약자가 계약을 2년 더 갱신할 수 있도록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당론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야권과 참여연대가 전국 대도시 20세 이상 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전 · 월세 관련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이 전 · 월세 상한제 도입에 찬성했고 세입자에게 추가로 계약연장권을 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10명 중 9명이 찬성했다.

한나라당 내에서 검토 중인 부분적 전 · 월세 상한제는 전국을 대상으로 전 · 월세 가격 인상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 · 월세 가격 상승이 극심한 지역을 '주택임대차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이곳에 대해서만 임대료 인상에 일정한 제한을 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의 강기갑 의원은 "정부는 전 · 월세 상한제가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명분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이런 입장이 국민들의 인식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난 만큼 전 · 월세 상한제를 도입해야 하며 이와 함께 저소득층의 주거비 보조를 위한 주택바우처 제도 역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 이현욱 민생희망본부장은 전세난 해결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대대적으로 늘리고 단기적으로는 전 · 월세 계약 갱신 청구권 및 전 · 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 반대 측, "전세난을 더 부추길 뿐 도움이 안된다"

갑자기 전 · 월세 가격이 폭등하는 데서 오는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서민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게 반대론자들이 내세우는 주요 논거다.

상한제를 정하게 되면 집주인들은 전 · 월세 임대로 수익을 올리기가 어려워질 테고 그러면 전 · 월세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어 결국 서민들은 더욱 세들어 살 집을 찾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특히 가뜩이나 메리트가 없어진 전세는 대거 월세로 바뀔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과거 주택임대차 계약 최단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을 때 집주인들이 2년치 전셋값 인상을 한꺼번에 추진하는 바람에 세입자들이 커다란 고통을 겪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분명한 사례가 있음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이를 도입한다면 누군가 옷을 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은

"전 · 월세 가격 폭등을 잡기 위해 상한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반시장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전제,

"은행 금리가 낮아 전세가 월세로 돌아서는 상황에선 공급의 문제 등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으로 풀어야지, 자꾸 단기적인 처방만 하려 해선 안 된다"며

"의사가 환자 몸 아프다고 진통제만 자꾸 놓아선 병이 치료가 되느냐. 부동산 문제는 근본적인 해결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뉴욕의 임대료가 급등하자 이를 잡기 위해 임대료규제법이 생겼는데 이 법이 결과적으로 할렘가를 만들었다는 사례도 반대론자들이 내세우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 가격에 대한 인위적 규제는 더 많은 부작용 낳아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형성된 가격은 때로는 결과적으로 부당하게, 또는 특정 집단에만 유리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 특정 시점과 특정 장소에서 보면 부당한 가격으로 도덕적인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가격조차 수급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이며 이를 인위적으로 낮추거나 억제하는 것이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오는 수가 많다.

더욱이 그런 가격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시도되는 가격통제가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주 시사이슈에서 다루었던 이자제한법의 이자제한이 결과적으로 서민들을 더욱 고금리의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모는 것과 같은 결과가 전 · 월세 상한제에서도 똑같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이런 정책들이 특히 위험한 것은 이 같은 부작용이 예상되는 데도 정치적으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은 부작용을 알면서도 이는 숨긴 채 당장 '서민'의 부담을 줄인다는 구호를 내세워 이런 정책들을 쏟아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당장 전 · 월세 가격 급등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땜질식 처방은 결과적으로 또 다른 문제를 순환적으로 만들 뿐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도시를 파괴하려면 전투기를 동원해 공중 폭격하든지, 임대료를 규제하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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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3월16일자 보도기사>

한나라당이 전 · 월세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 · 월세 상한제'를 일부 도입키로 했다.

한나라당 정책위 산하 서민주거안정 태스크포스(TF)는 전 · 월세 가격 상승이 극심한 지역을 '전 · 월세거래 관리지역'으로 지정한 뒤 임대료 상한선을 고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최근 당과 국토해양부,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결정된 이 같은 방안은 정부의 적극적 규제를 통해 전 · 월세 상승을 제어한다는 취지이다.

서민주거안정 TF에 따르면 '관리지역'은 국토해양부 장관이 지정하며,임대인이 상한선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과징금 부과나 형사처벌을 하는 강력한 제재수단도 함께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 · 월세 가격이 올랐으나 상승 정도가 심하지 않은 지역은 시 · 도지사 등 자치단체장 명의로 '전 · 월세거래 신고지역'으로 지정된다.

신고지역에서는 임대인이 시장 가격을 초과하는 증액을 요구할 경우 임차인의 신고에 따라 조정 절차를 도입하는 방안이 강구된다.

지역별로 적정한 임대료를 나타내는 '공정시장임대료'를 산정한 뒤 주기적으로 발표해 전 · 월세 가격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내용도 대책에 포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