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의 역사 드라마라고 해서 한국에 있는 텔레비전으로만 볼 수 있다는 생각은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많게는 세계 60여개국에서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에 우리나라에 방영된 <대장금>은 다른 사극과는 달리 아시아를 넘어 가나 나이지리아 케냐를 비롯해 중동과 남미에서도 방송되었다.

이제는 스페인과 헝가리까지 더빙판으로 방송되고 있다.

이러한 인기의 바탕에는 훌륭한 플롯을 바탕으로 한 배우들의 연기도 있었지만 드라마를 통해 볼 수 있는 한국의 역사와 풍습도 한몫을 담당했다. '한국은 어떤 나라였나?' 라는 궁금증을 충족시켜 주면서 역사드라마는 한국을 세계인들과 더 가깝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사드라마에 따라붙는 화두는 역사 왜곡이다.

드라마에서의 역사 왜곡은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깊은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일본의 임나일본부설,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것, 중국의 동북공정과 같이 가시적인 역사왜곡은 반박하고 비난하기 쉽다.

그렇지만 드라마 상의 역사왜곡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학습될 수 있다.

여태껏 드라마상의 왜곡된 요소는 전개상 어쩔 수 없다는 미명 아래 묵인되어 왔다.

한국 역사드라마가 더 이상 우리나라만의 전유물이 아닌 이 때, 그러한 '어쩔 수 없는 요소'가 많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이미 이러한 논란은 구체화돼 가고 있다.

드라마 '주몽'의 경우 우리나라의 역사에 포함되는 부여가 한나라의 지배를 받은 것처럼 그렸다.

현도 태수가 부여의 금와왕을 좌지우지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부여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고구려의 독자성만 강조한 꼴이다.

역사저술가 김헌식은 "이와 같은 드라마 상의 전개가 자칫 부여, 더 나아가 부여에서 뻗어 나온 백제의 역사까지 흔들리게 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태왕사신기에서는 1회에서 해설자가 말한 부분 중 단군조선을 인정하지 않는 대목이 나와 있고, 18회에서는 임나일본부설이 사실이라는 대사를 집어넣음으로써 우리나라의 역사를 왜곡하였다.

또한 광개토대왕이 자신의 능력으로 고구려의 부흥을 이끈 것이 아니라 신의 힘을 빌려 이끌었다는 내용이 묘사되기도 했다.

이는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하늘의 업적으로 돌려버린 격이다.

일부의 시청자들과 대다수의 작가들은 이러한 허구적 사실이 드라마적 요소에 불과하며 드라마에서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흥미, 재미를 위해서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역사적인 사실을 변형해서 흥미롭게 만드는 것이 역사드라마의 특징이다.

또한 왜곡된 사실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켜 드라마의 시청률이 오르면 1차적 목표인 상업성에도 크게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드라마는 흥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역사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대중들의 흥미를 쉽게 끌 수 있을 뿐 아니라 접근 장벽도 낮기 때문에 이러한 기능은 역사책 이상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한 접근이 한국 역사드라마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외국인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한국의 역사적 인식이 각인된다면, 그것은 영원히 고칠 수 없는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역사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수출되고 있지만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아직 낮선 나라다.

국가브랜드위원회와 지식경제부의 후원으로 전 세계 31개국의 기업인, 학생, 기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하면 떠오르는 단어에 1위가 한국음식, 2위가 한국전쟁, 3위가 북핵문제로 나타났다.

곱다고만 볼 수 없는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한국의 역사드라마 수출을 통해 바꿀 수 있다.

한국의 역사 드라마가 사실성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 뻗어나가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김태환 생글기자 (화곡고 3년) strong9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