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사교육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

반 “학력저하 등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것”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해 말 초등학교의 중간 및 기말고사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평가를 수시로 하라는 취지에서 평가권을 일선교사에게 주고 과제 수시평가를 통해 학생 성적을 내도록 하라는 취지에서라고 한다.

기존에 초등학교 시험은 학업 성적관리위원회 등에서 중간 및 기말고사 실시 횟수와 시기 등을 정하고 있지만 성적관리위원장이 학교장인 데다 위원도 교장이 임명토록 돼 있어 사실상 학교장의 의지에 따라 시험 시행여부가 결정돼 왔다.

그런데 이런 시험 실시 여부를 교장이 아닌 일선교사에게 맡기고 그것도 정기적인 시험이 아니라 일선교사가 필요할 때 그때그때 학생들의 실력을 평가하라는 것이다.

곽 교육감은 "학교 혁신과 책임교육의 주체인 교사에게 학생을 평가할 수 있는 자율적 권한을 주어야 하며, 교사의 자율권 확대를 위해 학급별 평가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급교사 주도의 평가 자율성 확대가 사교육을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나 곽 교육감의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간 및 기말고사를 없애면 아이들의 학력 수준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로부터 시작해서 사교육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반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없애면 시험준비를 위한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이 줄어들 뿐 아니라 진정한 인성교육이 가능하고 교사들의 평가도 단순한 성적이나 점수가 아닌 전인적인 측면에서 자율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초등학교의 중간 및 기말고사 폐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폐지 찬성론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

곽 교육감은 "지금 우리나라의 경우 내신 1등급은 4% 이내 학생에게만 주게 돼 있기 때문에 선행학습과 사교육이 창궐하는 것"이라며 "학급별 교사별 평가로 나아가는 것은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교사마다 서로 다른 시험도구로 평가하기 때문에 사교육이 끼어들 여지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시험과 경쟁에 짓눌린 아이들에게 단순한 시험 대비 공부가 아닌 전인교육을 시킬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많아지며 교육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오효숙 서울시 교육청 초등교육정책과장은 "학생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는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해 보완해주는 식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다만 교사에게 평가를 맡겼을 때 업무가 가중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교사는 "원래 초등학교에는 중간 및 기말시험이 없었는데,공정택 교육감 시절 일제고사를 만들면서 덩달아 일선 초등학교에서 시험이 부활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생님들은 시험을 보지 않아도 아이들이 한글이 약한지,숫자에 약한지 알 수 있다.

오히려 시험보다 면담이 더 좋은 공부가 될 수 있다.

중간 · 기말 고사가 폐지되면 아이들이 불필요한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 폐지 반대론,"학생의 성취도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객관적 준거가 된다"

반대론자들은 우선 일선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반대여론이 더 많게 나왔다는 점을 든다.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가 지난해 말 교원 445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2%가 초등학교에서의 중간 및 기말고사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 · 기말고사 폐지가 학력 저하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74.15%가 '그렇다'고 답했다.

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학과 교수는 "학년별 정기고사가 현실적으로 학생에게는 학습동기 유발의 효과가 있으며,이를 통해 학생 자신의 성취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그는 "학부모에게 자녀의 학업 성취도,자녀의 학습 이해 수준을 알려줄 수 있는 객관적인 준거가 될 수 있는 정보가 중간 · 기말고사며 교사에게 학년별 정기평가는 학급을 운영하며 적용한 교수 · 학습 방법의 객관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중요한 도구이기도 하다"는 견해다.

결국 수능이 중시되는 현실에서 초등학교 정기고사의 폐지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권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중간 및 기말고사 폐지가 사교육을 없앤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고등학교에서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만을 볼 수 있도록 제한한 이후 학원 등에서 사설 모의고사를 보는 학생 수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학부모는 자녀의 객관적인 학업능력 평가를 받기 위해 오히려 더 사교육에 의존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 "전면 폐지보다 보완책 마련을"

초등학교의 중간 및 기말고사 폐지를 주장하는 쪽도,이의 존속을 주장하는 쪽도 모두 사교육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온갖 입시 및 교육정책이 나왔지만 그 어느 하나도 제대로 성공을 거둔 게 없다는 것이다.

결국 초등학교에서 시험을 없애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사교육 열풍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생긴다.

세계는 지금 학생들의 학력이 국가 경쟁력이라는 인식 아래 학력을 중시하는 교육 개혁 중이다. 미국 교육부의 전략계획은 수월성 증진을 위한 전략으로 학력을 중시하는 문화 창조와 학업 성취도 제고를 꼽고 있다.

반면 일본은 주입식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교육을 강조한 공교육 체계를 의미하는 '유도리' 교육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한 국제학력도달도평가(PISA) 등에서 학력 저하 현상이 나타나자 유도리 교육을 대수술하고 학력을 끌어올리는 경쟁교육으로 선회하고 있다.

일본 유도리 교육의 실패는 경쟁의 철폐가 능사가 아니라는 교훈을 남긴다.

지나친 경쟁과 입시 위주의 교육이 바람직하지 않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인정한 교육열과 교육 경쟁력이란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시험을 없앤다고 경쟁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전면 폐지보다는 다른 보완책과 병행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아닐까 생각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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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월12일자 보도기사>

초등학교에서 중간 · 기말고사를 없애고 수행평가만으로 학생을 평가하자는 방안에 대해 교원 10명 중 6명이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8~10일 교원 445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중간 · 기말고사 폐지안에 대해 응답자의 42.02%가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적극 반대한다'는 응답도 20.22%나 돼 전체적으로 반대 의견이 62% 이상을 점했다. 반면 '찬성'은 14.61%,'적극 찬성'은 9.44%에 그쳤다.

시험 없이 수행평가만으로 학생의 실력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도 '아니다' '매우 아니다'고 답한 비율이 67.64%에 달했다.

가능하다는 응답은 21.35%였다.

중간 · 기말고사 폐지가 학력 저하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의견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74.15%가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서울시내 초등학교의 중간 · 기말고사를 없애고 수시평가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